빛과 색의 신비를 푸는데 평생을 바쳤던 위대한 철학자이고 과학자이며 대문호였던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대화(對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금으로 만든 왕이 뱀에게 묻는다. “금보다 찬란한 것이 무엇이냐?” 뱀이 “빛입니다.”라고 답했다. 왕이 다시 묻는다. “왜 빛이 금보다 좋으냐?” 뱀이, “금이란, 자기 자신만을 밝힐 수 있지만, 빛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을 포함해서 만물을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왕이 다시, “빛보다 좋은 것은 무엇이냐?” 뱀은, “대화(對話)죠”, 라고 대답했다. 왕이 또 묻는다. “왜 대화가 빛보다 좋으냐?” 뱀이 답한다. “인간은 황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서는 상대를 확인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없지만, 대화를 통하면 상승(相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분된다. 인간은 서로 이야기
예부터 우리나라는 춘하추동이 뚜렷한 계절 덕분에 철철이 피는 꽃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산수절경에 싸여 꽃과 함께 시와 노래를 즐겨 불렀다. 꽃을 사랑하고 풍류를 좋아한 탓이다. 특히 꽃은 주로 아름다움·화려함·번영·영화로움 등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서 좋은 일, 영화로운 일에 많이 비유 했다. 꽃에 대한 이 같은 유별난 사랑은 수많은 시나 시조, 가사 등을 남겼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의 꽃 사랑은 과거 왕궁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백제 고이왕(古爾王)때는 금꽃으로 꾸민 왕관, 즉 금화식오라관(金花飾烏羅冠)을 썼다. 관모에도 꽃 모양의 납작한 금판(金板) 한상을 붙였으며 관리들에게는 은으로 만든 꽃으로 관을 꾸밀 정도였다. 이런 전통은 고려시대에도 이어졌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왕성을 지키는 친위군장들이 금화(金花)로 장식한 모자를 썼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高麗史)에는 금화장식이 된 모자를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엔 과거 급제자들에게 임금이 어사화를 하사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꽃 재배는 어제 부터일까. 그 첫 기록은 동사강목에 나와 있다. 백제 진사왕 때인 390년에 궁실에 연못을…
접근 /김하늬 두렵다 나는 벽을 쌓고 있는 그대가 집을 짓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그대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새처럼 멀리 날아가 버리는 그대 두렵다 나는 등을 돌리고 있는 그대가 말을 않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다정하게 그대와 산책을 하고 싶어도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말처럼 잘도 달아나 버리는 그대 두렵다 나는 눈을 감고 있는 그대가 옷을 바꿔 입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이 세상에는 서로 말을 주고받고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란 얼마 되지 않는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를 아껴주지 않는 비극은 사회 구조적인 제 모순에서 시작된다. 우리 모두는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목숨이 유지되고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통하는 일은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쉬운 일 아니지만 내려놓은 자가 이긴다. 말로만 이웃사랑을 형제라고 외치던 어느 날이 기억난다. 권위의식, 개인주의를 먼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면 어떨까? 이 시는 말을 하고 있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
경기도의 ‘남경필 연정(聯政)’이 경기도내 여·야를 넘어 타 지자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도는 오늘(20일) 남경필 지사가 강원도청을 방문해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상생 협력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지난 11일 최 강원지사에게 광역지자체 간 연정을 하고 싶단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여당 새누리당 소속 남 지사의 제의를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최 지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다. 오늘 두 지자체의 도지사들은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비무장지대(DMZ) 공동 방제 ▲인접지역 소방 활동 등 안전 분야 공조 ▲공무원 인적교류 등을 약속할 예정이라고 한다.(본보 17일자 1면) 이 가운데 경기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소방 활동 공조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연천-철원, 포천-화천, 가평-춘천, 양평-홍천, 여주-원주 등의 경계가 접해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간지역이나 오지, 농촌지역으로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해당 행정중심지에 있는 소방서의 진화인력과 장비도착이 늦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이웃한 지역의 도움이 더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앞으로 인접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재 뿐 아니라…
수원문화원과 본보가 공동 주최한 ‘수원화성 돌기’ 행사가 세계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18일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수원시민 각급학교 학생 등 1만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행궁 광장을 출발한 이들은 팔달산 화성장대로 올라가 화서문~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연무대~창룡문 등 5㎞를 돌며 동양 성곽의 백미로 불리는 수원화성을 직접 체험했다. 수원화성은 특히 최근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대표 관광지’에 선정돼 그 의미를 더했다. 시민과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성곽길을 걸으며 한창 무르익은 봄의 정취를 만끽했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은 2007년이어서 벌써 7년이 됐다. 성곽이 군사적 목적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치·경제적 측면과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려있는 철학 그 자체여서 지정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김홍도를 비롯한 예술가들과 채제공, 정약용을 포함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건설에 참여한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기중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거중기의 사용, 목재와 벽돌의 조화를 이룬 축성 방법 등 실사구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기술을 축성에 도입했다. 화성성역
세상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 앞에 할 일과 뒤에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앞뒤를 바꿔서 진행하려 하면 일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옛말에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꿰어 쓰려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순서와 과정은 몽땅 생략하고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심지어 국가 정책과 같은 큰 안목으로 풀어 갈 일들도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지향주의적인 발상으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도 많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졸속으로 일을 추진하다보니 아예 거꾸로 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무예수련에서도 이런 순서와 관련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수련인의 근시안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으로 단순히 수련의 성과를 높이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을 다치게 하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어떤 무예든 간에 기본적으로 신체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유연성을 높이는 것부터 무예는 시작된다. 그 무예를 담는 그릇인 몸을 체계화시키는 것이 근본이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안에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전
최근 평택·당진·아산시가 평택항 신생매립지의 귀속 결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결정기관인 행정자치부가 이용자의 편의 등을 우선 고려해 평택시 손을 들어줬다. 이 결정에 대해 당진시는 강하게 반발하며 정치권과 한목소리로 잘못된 결정이라며 재심사를 통한 의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이하 중분위) 평택·당진항 신생매립지 귀속 결정을 놓고 평택시는 잃었던 옛 땅을 다시 찾아왔다는 안도와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당진시는 가지고 있던 내 땅을 평택시의 어이없는 주장에 중분위가 동조하면서 빼앗겼다는 주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옛’부터에서 시작한다. 특히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당진시의 합리성을 주장하며 신생매립지도 당연히 당진시 관할이라 정의한 이들이 중분위의 신생매립지에 대한 평택시로의 귀속 결정에 반발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 반발보다는 헌재 판결로 인한 불합리한 피해를 호소해 왔던 관할권 밖의 지역민들의 고통, 참고만 살아왔던 평택시민들의 고통을. 그동안 평택항 인근 주민들은 수십여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 안후이(安徽)성 난링(南陵)현에서 장(張)모씨가 새벽에 어머니를 보러 고향집을 가다가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치며 겪었던 사연. 장씨는 당시 길가에 한 노부인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차를 세우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어머니가 집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그는 사고현장으로 돌아가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쓰러진 이가 자신을 마중 나왔던 어머니인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으나 어머니는 곧 숨지고 말았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인 도덕성 상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비단 중국만이겠는가?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질제일주의는 인간의 관계성을 하나 둘씩 끊어내고 있다. 톱날 같고 칼날 같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주의. 어쩌면 지나친 간섭으로 말미암아 피로감을 느껴서인지 아예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 그만이다. 쓰러지면 그 사람 자신의 문제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 이런 무관심주의가 결국 인명 경시로 이어져 구조의 손길조차 내밀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안에 들어있는…
프로야구 막내구단 케이티 위즈가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티는 16일 현재 2승13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프로야구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케이티가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은 시즌 시작 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하지만 케이티의 초반 성적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 케이티는 지난 2013년 신생구단이던 NC 다이노스가 세운 신생팀 개막 최다연패 기록인 7연패 기록을 넘어 개막 후 11연패에 빠졌다가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2013년 한화 이글스가 세운 개막 최대 연패(13연패)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티는 지난 14일 홈 구장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2-18로 올 시즌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더구나 15일 열린 두산과 경기에는 김상현이 5타수 3안타 4타점, 2홈런으로 맹활약해 8회까지 6-4로 앞섰지만 불펜진이 무너지며 9회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 12회 6-7로 역전패, 또다시 연패에 빠지만 홈 6경기 중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사실 케이티가 시즌 초반 좋은 성적
‘산산이 부서진 언어영역이여/찾아도 답이 없는 수리영역이여/풀다가 내가 지칠 사탐과탐이여/시험지에 남아 있는 문제 하나는/끝끝내 마저 찍지 못하였구나….’ 수능을 앞두고 김소월의 ‘초혼’을 패러디한 수험생들의 시다. 이렇듯 패러디(parody)는 저명작가의 시구나 문체를 모방해 풍자적으로 꾸민 익살스러운 시문이다. 널리 알려진 작품의 문구를 변형 또는 과장시켜 특정 사물이나 사건을 꼬집고 비틀어봄으로써 사람들에게 즐거움 내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는 장치인 셈이다. 과거엔 문자를 이용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문자와 사진, 포스터, 동영상 등 각 이미지가 두루 쓰인다. 이런 것들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다. 패러디는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란 뜻의 그리스어 파로데이아에서 유래했다. 뜻도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폭로하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디는 하고 싶은 말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고 어딘가에 빗대어 함으로써 비판의 대상과 그것을 대하는 사람 누구나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또 제 아무리 비꼬았다 할지라도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야 하며 그것을 보고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사회 전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