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비린내 /문인수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테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는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문인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2015. 3. 누구에게나 죽음은 삶의 연속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죽은 이들을 닮았다고 시인은 짚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살아서 펄떡펄떡 온 몸으로 생을 뒤 흔드는 활어와 이미 죽었으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물고기들이 좌판에 누워있는 공간, 어류와 인류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어시장의 비린내가 코끝에 물큰 살아난다.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다고 살아내는 삶을 시인
이명박 정부가 시작부터 많은 국민들과 환경단체, 학계의 반대에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 안전성 문제, 녹조와 수질악화, 홍수감소 효과 미비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미 4대강 사업 이전부터 환경전문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다. 게다가 부실공사와 비리입찰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환경파괴 문제는 심각하다. 획일적 준설 등으로 생물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장기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목표는 가뭄해소, 홍수저감, 수질개선, 수생태계 복원이었지만 특히 생태계 측면에서 쓸모없는 사업이 된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전 구간의 생태계가 회복 불능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홍수 저감과 가뭄해소의 타당성도 의문이 든다. 현실이 이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공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10년 뒤에 평가할 일’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해 분노를 사고 있다. 사업이 완료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사업의 문제점이 발견돼 삼척동자도 4대강이 죽어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백
사랑과 신뢰를 구현해갈 때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 가족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정을 이뤄갈 때에 가능해진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구성원 간의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간의 폭력은 인륜과 도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가정폭력의 근절은 국내외가정을 막론하고 철저하게 근절되어야한다. 최근 들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외국인 가정의 가정폭력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여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일 시흥시 정왕동 자신의 원룸에서 중국인이 부인을 둔기로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후 토막낸 시신을 버린 사건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도경은 가정폭력 재발을 우려하여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외국인 가정에 대한 관리기준을 만들어 도내 41개 경찰서에 지침을 전달했다. 외국인 가정의 경우 단 1차례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로 출동이 있었더라도 B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해간다. B등급으로 분류된 가정에 대해서는 2개월마다 1차례 방문하거나 또는 전화로 폭력사건이 재발했는지 6개월간 관찰한 뒤 문제가 없으면 등급을 해제한다. 그동안 외국인 가정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던 기존의 지침은 최근 1년간 가정폭력으로 2차례 이상 신고로 경찰의 출동이…
한국은행은 매년 4회 당해 연도 및 익년도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포함하는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정부는 물론 국내 주요경제기관들도 비슷한 경제전망 자료를 발표하고 있으며 IMF나 OECD 등 국제경제기구도 전 세계의 경제전망 자료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새로운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인 3.4%에서 3.1%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9%에서 0.9%로 낮추었다. 경제전망자료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운용은 물론 기업들의 매출 및 생산 계획 등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망치가 사후적으로는 오차가 커 전망기관마다 곤혹스러운 때가 많이 있다. 왜 이렇게 경제전망에 오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전망 작업은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이를 단순화하여 살펴보면 국내외 경제여건 점검 및 경기지표 분석→전망의 전제여건 추정→경제모형을 통한 전망치 도출→전망담당자의 직관과 경험을 통한 종합적인 판단 등의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망과정을 감안할 때 경제전망에 오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주로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서 찾아볼…
취급주의질그릇으로의 사람 /정재분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잠시 도망하라 책 속으로 잠입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영화를 내리 몇 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몸을 고달프게 하여 무모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바르게 대하라 생의 비의를 간파했다면 슬플 것이다 해결이 요원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넘어도 산, 여전히 한계는 있다 누구에게나 복병이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지병을 한둘은 짊어지고 있음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길이 보일 터,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하지 마라 그것은, 생명이 선택한 방법이니 - 2009년 시집〈그대를 듣는다〉 종려나무 첫아들이란 첫사랑이라 했던가, 아들에게 사랑을 몽땅 주었다, 어리석은 사랑 때문인지, 사춘기를 맞아 제멋대로 날뛰었다, 어쩔 줄 몰랐다. 순수한 사랑의 보답이 반항이라니, 하루하루 넘어도 산, 그릇이 깨질까봐 전전긍긍, 가슴을 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해야하는 숙명에 갇혔다. 기도를 했지만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폭풍 같은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우리가 함께 성장했다. 질그릇을 깨자 그 속에서 도자기가…
태아의 호흡기는 임신 1개월부터 발달하여 계속 가지를 쳐나가면서 임신 9개월 이후에는 거의 완전한 호흡기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출생 후 청소년기까지 폐는 계속 발달하여 기도의 길이와 내경이 늘어나고, 공기와 접촉하는 폐포의 수와 폐 모세혈관이 늘어나게 됩니다. 출생 시 약 5천만 개인 폐포는 성인이 되었을 때 약 3억 개가 됩니다. 따라서 계속 발달하는 소아 청소년 시기에 호흡기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는 왜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릴까요? 매일 새로운 환경에 접하고 아직 면역체계가 미숙하며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호흡기 구조 때문입니다. 호흡기 질환은 나이가 어릴수록 잘 낫지 않습니다. 구조적·기능적으로 ‘잘 낫지 않게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지가 좁고, 폐포 표면적이 작고, 기관지내 점액선이 많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하겠다는 인내심과 조급함을 달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항생제와 몇몇의 약을 제외하고는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도와주는 것이기에 가능하면 적은 약으로 꼭 필요한 것만 적절히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기침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치료하지 않아도 스스로 낫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2
봄은 4계절의 시작이고 희망, 새로움, 젊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4월도 마찬가지다. 무르익어가는 봄의 길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잔인한 달’을 떠올린다. 100여 년 전 시인 엘리어트가 ‘황무지’란 시에서 표현한 말이며 당시 황무지처럼 황폐화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적 공황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것일 뿐인데도 4월만 되면 현재의 시대상을 빗댄 명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를 비롯 매해 4월만 되면 잔인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사실, 엘리어트가 잔인한 4월을 표현했던 것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계절적인 의미를 넘어 1차 세계대전 후 황무지와 같이 삭막해진 서구인들의 정신상태를 상징했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고 도시가 파괴된 전쟁의 비참함 속에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무한한 이기심과 탐욕의 실상이 어떠한가를 간접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4월의 정국,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4월은 더욱 잔인했다. 나라를 침몰시킨 거나 다름없을 정도의 고통을 동반했다. 사회 구석구석엔 잔인함이 할퀴고 간 상처가 여기저기 속살
개인으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지인이 자신의 임대소득이 많다보니 세금이 많아져서 법인 전환이 어떨까하고 상담하여 왔다. 과세표준이 연 2억원이라면 법인은 10% 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개인사업으로 하는 경우 과세표준 1.5억원 초과되는 부분은 38%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지인의 사업규모상 법인으로 하는 것이 개인보다 부담세액이 적은 것으로 판단되어 법인전환을 권고하였다. 다만 대표자 입장에서는 급여에 따른 소득세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세금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개인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려면 법원에 법인설립등기를 하고, 사업용 자산을 개인 명의에서 법인 명의로 바꾸어야 한다. 명의변경 방법으로는 개인사업자가 사업용 고정자산을 법인에 현물출자하는 방법과 사업 양도·양수 방법이 있다. 현물출자는 개인사업자가 부동산, 채권, 유가증권 등을 법인에 출자하는 것을 말하고, 사업 양도·양수는 법인에게 개인회사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명의의 부동산을 법인으로 전환할 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조세특레제한법상의 일정요건을 충족한다면 양도소득세는 이월과세 제도가 있어
최근 정치권에서는 복지증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는 정부재정부족의 이유로 복지관련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거나 수정하곤 했다.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압박은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게 되었고,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회복지시설운영이나 사회복지사들을 비롯한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적절한 예산 지원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고통의 도미노현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최근 여당 내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며 복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이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이는 곧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사회로 고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부 지도층은 이점을 희석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저급한 상태에서 약간씩이나마 늘어난다는 의미일 뿐, 획기적인 개선이 없이는 우리의 저 복지 수준은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요즘 세상이 온통, 성완종리스트로 떠들썩하다. 거명된 정치권 인사들은 연일 사실무근임을 외치며 좌불안석이다. 청와대는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고 검찰도 칼을 빼들었다. 정국이 마치 태풍전야 같다. 이를 보며 다음과 같은 고사(古事)가 절로 생각난다. 중국 양(梁)나라 때 문선(文選)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실린 고악부편(古樂府篇)엔 군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몸가짐을 말한 군자행(君子行)이란 노래가 있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즉, ‘군자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지혜가 있어야 하며, 혐의를 받을 일이나 그런 곳에는 처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아야 하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은 안 하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그렇게 처신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한번 받은 의심을 해명하려면 죽기보다 힘들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열녀전(烈女傳)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에 주파호(周破胡)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