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보수혁신 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 안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른 바 ‘퇴짜’를 맞았다. 이들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2015년 국회의원 세비 동결, 불체포 특권 개선(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및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72시간 후 자연 가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출석률에 따른 세비 조정), 독립적인 세비조정위원회 설치 추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제외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이전 등이다. 이런 제안들은 다 맞는 말일 뿐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측면에서 보더라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이런 제안들이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No”였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들고 나온 명분은 선거구 획정이나 세비 문제 같은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혁신위에서 제안할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출판기념회 금지 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반대 명분 없이 그냥 반대만 하고 있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옷과 관(冠)을 반드시 갖추어 입던 예의민족이었다. 그 중에서도 관은 특히 남다르게 취급했다.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은 신분에 따라 다르고 그 종류만도 예복용과 일상용,의식용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았다. 조선시대 임금만 하더라도 면류관(冕旒冠), 원유관(遠遊冠), 익선관(翼善冠) 등 의식용과 집무용, 일상용으로 쓰던 관모의 이름이 각각 달랐다. 그런가하면 선비들은 잠 잘때만 빼고 사모(紗帽) 갓(笠) 유건(儒巾) 평량자(平凉子) 전립(氈笠)등 가지가지의 관을 섰다. 평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립 마미립 부죽립 죽직립 등 여러 가지 관을 이용했고 제사 때와 상중일 때는 굴건과 상립을 썼다. 사대부들은 집안에 있을 때에도 머리에 관을 썼다. 그리고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그중 자주 이용한 것이 말총으로 산(山)자 형태로 엮어 만든 정자관이다. 1·2단 혹은 3단으로된 이 관은 상위계층의 권위를 나타내는 대표적 관모다. 남자들뿐만이 아니다. 비록 모자 형태였지만 여자들도 족두리 아얌 너울 입모 등 경우와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르게 착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근대 우리나라를 찾은 서양 사람들은 조선을 관(冠) 즉 ‘모
변별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 ‘물수능’이라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수능오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신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해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교육당국이 공식 인정하고 피해 학생들을 전원 구제하기로 한 게 엊그제다. 법원 소송으로까지 번졌던 이 문제는 출제 오류가 있다고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함으로써 피해 학생들의 추가 합격 등 구제 가능 여부를 가리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과학탐구와 영어 문제에 정답 오류 시비가 일고 있다. 쉬운 수능에 변별력조차 잃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더니 정답 시비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는 정확한 답을 밝히겠다고는 하지만 한 두 문제로 당락이 엇갈리게 된 상황에서 물수능, 정답 시비 등으로 대학입시 현장이 또다시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이래저래 20년간 지속돼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심판대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출제위원인 대학교수와 검토위원인 고교 교사들조차 이제 수능 출제위원 차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문제가 되고
주민등록법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상시로 명확히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그 지역 주민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며 주민등록법은 행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30일 이상 거주 목적으로 관할 구역에 거주지를 가진 주민은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신고의무자인 세대주나 기숙사 또는 숙소의 관리자, 거주민 등은 새 거주지 전입일부터 14일 이내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본보의 집중 취재에 의하면 도내 대학과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대기업들까지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본보 17일자 1·3면). 본보 취재 결과 한 대학생은 수원 소재 대학의 기숙사에 4년째 살고 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있으며, 모 대기업의 용인 기숙사에 생활하는 한 회사원도 여전히 자신의 고향에 자동차세를 내는가 하면 현재 살고 있는 지역 대표를 뽑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도 생활지역의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들은 수원시민이나 용인시민이 아니라 ‘유령인’인 셈이다. 전입신고는 명확
지난 11월4일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내년도 도 예산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큰 논란이 일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11월6일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재원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며 동조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복지재원의 부담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벼랑 끝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급기야 11일에는 경남도의 18개 시군이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의 중단이라는 파국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방은 중앙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노인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그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맡겨 가뜩이나 옹색한 지방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당연히 떠맡아야 할 책임을 중앙정부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복지재원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갈등은 빠르게 여야 정치권으로 옮겨 붙어 증세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여권이 지금껏 고수해 온 &ls
미국의 가족학자 ‘스테파니 쿤츠’는 그의 저서 ‘진화하는 결혼’에서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18세기 유럽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이같은 말에 비추어 볼 때 그 이전에는 사랑이 결혼의 결과이지 이유로 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쿤츠는 18세기 이전의 결혼은 성생활과 자녀 양육, 노동력 분담,재산 축적을 위한 거래이자 비즈니스였다는 고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이 어릴 때 부모들끼리 짝을 맺어주는 조혼 풍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의 조건이야 어떻든 일단 하고 나면 거의 모든 부부가 번민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발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난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결혼 전엔 공작, 결혼하면 당나귀’ ‘전쟁터에 나갈 땐 한 번, 바다에 갈 땐 두 번, 결혼할 땐 세 번 기도하라’ 등등 결혼에 관한 명(?) 문구들을 나열할 필요도 없다. 남남이 만나서 사는게 결혼인 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사소한 말다툼이 쌓이면서 애정도 자주 식는다. 덩달아 부부간의 의무, 가족에 대한 책임도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깨버리기 일쑤다. 물론 슬기롭게 극복하는 부부들이 더 많다.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규제 개혁이나 완화문제를 논할 때 영국의 사례가 거론된다. 마가렛 대처는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기업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이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지고 해외 직접투자 유입액이 많아졌다. 가히 ‘규제백화점’이라고 할 만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온갖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1주년 때 ‘경제침체를 회복하는 길은 규제완화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아예 ‘규제는 죄악’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사실 심한 규제들이 있었다. 지난 2004년 1월 당시 고건 총리가 정부중앙청사에서 경제계 인사 및 민간전문가, 관계공무원 등 10명을 초청, 기업들이 현장에서 절감하는 애로사항을 청취한 자리에서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이 “골프장 하나 만드는 데 도장이 780개나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꼬집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쓸데없이 과도한 인허가 절차는 완화돼야 한다. 경기도와 안전행정부가 경기지역 기업들의 규제애로를 해소하고자 지난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실시한 ‘경기지역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남경필 경기
수능의 난이도가 예상대로 변별력을 잃어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실시하는 입시설명회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시행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모의평가(이하 모평)의 채점 결과, 일부 교과 영역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에서도 역시 ‘물수능’ 논란이 이어졌는데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 입시전문가나 수험생들의 실망하는 표정이 열력하다. 국어는 예상보다 너무 어려워 만점이 응시자 전체의 0.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와 수학B는 너무 쉬워서 단지 1개만 틀려도 2등급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수도 실력의 일부라고 하지만 실수 하나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무분별한 어학연수를 방지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영어를 쉽게 낸다는 게 출제기조다. 그렇다고 해서 시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변별력을 잃는다면 그건 시험이 아니다. 그래서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혼
전통시대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칼이었다. 조선후기의 경우는 칼집에 고리를 만들어 허리에 매는 칼인 환도(環刀)를 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긴 창을 사용하던 장창수나 화포를 다루던 포수들도 모두 허리에는 환도를 하나씩 패용해서 혹시 모를 근접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사람의 키가 다르고 뽑아낼 힘이 다르기에 저마다 환도의 크기를 조절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장기에 따라 칼의 규격을 일정정도 조절해서 전투에 가장 효과적인 움직임을 얻으려 했다. 심지어 병서를 보면 각각의 군사들의 신체조건에 따라 주특기에 활용하는 무기를 구분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키가 작은 사람들은 방패를 집중적으로 수련하게 하여 만약 자리 앉으면 상대가 공격할 틈이 전혀 없도록 하였으며, 키가 큰 사람들은 장창을 잡게 하여 조금이라도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가장 용감하고 뛰어난 사람은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군사들의 전술행동에 직결되는 징이나 북과 같은 신호용 악기를 훈련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장기를 적극적으로 살려 무예를 익히거나 군사훈련을 해야만 최고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남이 사용하는
가을도 이제 막바지로 들어섰다. 단풍으로 울긋불긋 하던 산들은 어느새 갈색으로 변하고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만 꿋꿋이 변치 않는 그 모습 그대로 산을 지킨다. 물론 남부 지방은 이제 단풍이 한창이라고도 하지만 중부산간 지방은 벌써 첫눈이 내렸고 고인 물은 얼고 밖에 세워 놓은 차는 하얗게 성에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운다. 한 때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나 들풀처럼 마른 이파리 하나 지니지 못해 유난히 추워 보인다. 가을날에는 멀리서 보아도 금방 눈에 띄던 금빛 잎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가장 초라한 몰골로 서 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질서에서 비켜갈 수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영화는 이렇게 짧게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제는 짧았던 영화보다는 가을의 상징으로 여기던 은행나무가 가로수에서 퇴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야를 가리고 은행잎의 특성상 미끄러운 성질 때문에 길에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렇고 차도에 쌓이면 미끄러워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후 은행나무는 윗부분이 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