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나들이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온 흔적을 차려 입고 있었다. 가을 산은 초록을 영영 잊으려는지 다투어 물들고 들길에서는 억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소리에 임원진의 목소리는 점점 묻힌다.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을 거르는 친구들을 위해 누군가가 준비한 떡과 음료수를 돌리고 몇 가지 주전부리가 올망졸망 담긴 비닐봉지가 하나씩 안겨졌다. 조금 더 가다 식당을 하는 친구가 어묵을 한 통이나 끓이고 여러 가지 반찬이 담긴 사각형 스텐 용기를 올리자 탄성이 쏟아진다. 신기하게도 먹는 동안에도 두런거리는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어렸을 적부터 똑똑하던 아이가 명문대를 나와 재벌 회사에 취업을 하더니 참하고 예쁜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말끝에 내 일처럼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안 볼 때 비쭉거리는 쪽도 있다. 남편이 퇴직을 해 삼식이가 되는 바람에 귀찮다고 속으로 투덜거렸더니 눈치 빠른 남편이 나서서 하기에 얼마나 가나 두고보자 하고 놓아 둔 것이 어찌나 살림 참견이 심한지 시어머니가 두 분이라는 푸념도 들린다. 친정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시고 애통한 나머지 오빠내외를 향한 서운함에 끝내 눈물을 글썽이는 친구도 있었
많은 화제를 뿌린 국제 스포츠행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장애, 비장애인의 아시아 스포츠인이 모여 치러진 대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어떠했을까? 개최국의 한 언론인으로서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언론은 공정했을까? 많은 국민들은 국익과 개최지 배려를 고려치 않은 언론보도에 수치심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언론들은 개회식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조롱을 쏟아냈다. 아시아 스포츠 축제가 한류스타들의 쇼로 전락했다고 비아냥 거렸다. 이러한 비판에 국내 언론들은 동조하며, 수치심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인천시와 AG조직위는 열악한 재정속에서도 대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국민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결국 대회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국민의 배려와 인천시민의 긍지가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를 잘 마무리했다.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광저우 AG에 비해 거의 10배나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치러졌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대회였지만 무난히 이뤄냈다. 하지만 과연 성공적인 대회였을까? 어느 대회나 퍼펙트란 있을 수 없다. 크고 작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실수가 여론몰이가 돼서는 안된다. 더욱이 주최국 입장에서는 말이다
음력의 한 달은 정확히 29.53일이다. 1년은 계산하면 354.37일로 양력보다 약 11일이 적다. 달의 움직임을 근거로 만들어서 그렇다. 3년마다 윤달을 넣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태양주기를 바탕으로 만든 율리우스력은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고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은 여기에 400년간 세 번의 윤년을 평년으로 한다. 그만큼 정확하다는 얘기다 24절기는 달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고대 중국 주나라 때 고안됐고 달력에 쓰인 것은 6세기 초 위나라 때부터라고 한다. 당시 통용되던 음력이 계절을 잘 반영하지 못하자 농사용 절기를 따로 만들었던 것이다. 24절기는 춘·하·추·동 계절별로 각각 6개의 절기로 이뤄진다. 명칭은 4계(입춘, 입하, 입추, 입동)와 더위(소서, 대서), 추위(소한, 대한), 비와 눈(우수, 곡우, 소설, 대설) 등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만큼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조금씩 다르다. 그중 열아홉 번째 절기가 바로 오늘(7일) 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 무렵이다. 겨울로 들어서는 날이라고 해서 예부터…
남북통일에 대비한 한반도의 SOC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가야한다. 정부와 경기도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여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통일에 대비한 경제활동의 기반을 조성해가는 일이 중요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로, 하천, 항만, 농업기반사업을 비롯해서 학교, 병원, 공원 같은 사회복지와 생활환경시설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재정난으로 지급하지 못했던 법정경비를 다행이 내년에 모두 해소해 가기로 했다. 북동부특화발전자금을 신설해 2018년까지 매년 500억원씩 총 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북부지역 도로분야에도 4년간 2천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이에 따른 예산확보와 철저한 사업추진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기도의 내년도 예산 규모는 총 17조8천여억원으로 금년도 본예산 15조9천906억원보다 11.4% 늘어났다. 도는 시·군 재정보전금 1천669억원을 비롯해 도교육청 지방교육세와 교육재정부담금 643억원,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상생 발전금 728억원을 반영했고, 올해 1회 추경 때 3천22억원, 2회 추경에 2천56억원을 확보했다. 내년도 본예산에 3천40억원을 추가로 반영해 법정경비를 모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몇 가지는 빈부·동서·노소 간의 갈등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앞장서 해결해주고 국민들의 상처를 쓰다듬어 위로해주면서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옳은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어른’의 부재(不在)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성철스님, 함석헌 선생 등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이 사회는 어른 없이 고만고만한 아이들만 남은 집안처럼 보인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 줄 어른이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들이 이 역할을 맡아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생존 전직 대통령 가운데 존경받는 어른은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각계 인물 가운데 한명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그래서 크다. 이 기대감을 정치권에서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여·야할 것 없이 ‘반기문 모시기’에 나서고 있으며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지난 10월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무려 39.7%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되는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월등히 앞선 지지율이다. 이러니 여야 할 것 없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일선 현장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사회복지사의 처우 및 인권과 관련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문의 핵심 내용은, 첫째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사회복지사의 권리 및 신분보장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법 개정과 함께 사회복지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의무 규정과 미이행시 준수율을 공고하여 이행을 독려한 것이며, 둘째는 광역자치단체장에게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복지사의 인권증진 및 처우개선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 권고는 사회복지사의 자질 중에서 전문성보다 봉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회복지사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의 인권도 담보될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사회복지사에게 봉사의 가치는 전문성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직으로서 사회복지사가 양질
무서리가 하얀 꽃을 피우고 아침저녁 으스스한 냉기가 스민다. 은행잎은 찬비를 맞아 우수수 떨어져 뜰 안을 노랗게 물들였다. 조금 도타워진 오후 볕을 맞으며 들길로 나섰다. 얼마 전 엔진소리가 요란하더니 들녘은 어느새 텅 비어 하얀 공룡 알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인기척에 놀라 튀어 오르던, 그 많던 벼메뚜기들은 어디로 떠나갔을까? 지난달 중순쯤 육중한 콤바인 한 대가 들에 나타났다. 며칠 동안 황금빛 벼들을 게걸스럽게 삼켜, 토해낸 알곡들을 큰 자루에 가득가득 채워 떠난 뒤, 논바닥에는 볏짚만 가지런히 깔려 있었다. 그 다음에는 수상한 트랙터가 들어와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논바닥에 깔린 짚을 걷어, 돌돌 말아 비닐로 칭칭 동여매어 가축의 겨울사료라는 거대한 공룡 알을 만들었다. 벼농사가 시작된 이래로 근래까지 보아왔던 가을걷이와 비교하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색(物色)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무논은 베어 깔고 건답은 벼 두드려’ 농가월령가에서 이르듯, 들판이 금빛으로 물들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하얗게 들로 나가 벼를 베고, 볏단을 줄가리 친다. 말린 벼는 탈곡기로 낟알을 털어내고 바람개비로 지푸라기 등을 제거한 뒤 알곡을 가마
십일월을 넘기며 어느새 거리가 온통 ‘붉디 붉은 와인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의 ‘11월’이라는 숫자를 눈 여겨 본다. ‘가을’로 향하는 인생사계에 묻어 나는 절절한 삶의 철학들을 ‘일상 속 스승’으로 만나본다. 에이 로스쿠케의 〈대왕생(大往生)〉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를 나무라지 마라. 지나온 길인 데... 노인을 비웃지 마라, 가야할 길인 데... 지나온 길, 가는 길, 둘이서 함께 하는 여행길, 지금 부터 가야하는 오늘의 길, 한번 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길 인 것을”. 그렇다. ‘지금’이란 현재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과거의 내가 모여, 지금 여기 오늘의 나를 이루 듯, 오늘의 나는 다시 내일의 나, 내일의 우리 사회, 내일의 다음 세상을 일구는 거름이 된다. 그래서인가. 우리 삶의 궤적들로 이루어진 ‘역사’라는 지나 온 길들의 ‘반추체’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최고의 스승인 성찰체’가 되고 있음
1783년 정조는 자휼전칙(字恤典則)이라는 구휼법(救恤法)을 선포했다. 흉년을 당해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걸식하거나 버림받아 굶주리는 사례가 많아지자 이들이 부모 및 친척 등 의지할 곳을 찾을 때까지 구호하고, 자녀나 심부름꾼이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수양(收養), 즉 남의 자식을 기르게 하기 위해 특별히 내린 법령이다. 특히 이 법은 국한문으로 인쇄, 한양을 을 비롯한 전국에 반포해 모든 백성들이 영구히 시행하도록 했다. 법에 구호대상자인 어린이 걸식자는 부모 및 친척, 또는 주인이 없어 의탁할 수 없는 4세부터 10세까지의 어린이로 규정했다. 특히 버려진 아이는 3세 이하의 유아로 못 박아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 또 걸식아이는 진휼청(賑恤廳)이라는 전문관청에서 구호해 옷을 주고 병을 고쳐주도록 했고 날마다 1인당 정해진 분량의 쌀·간장·미역을 지급하게 했다. 유기아는 유모를 정해 젖을 먹이고, 유모나 거두어 기른 사람에게도 정해진 분량의 쌀·간장·미역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들을 기르고자 원하는 자는 아무나 할 수 없고 진휼청의 입안(立案)을 받도록 했다. 지금의 입양제처럼 심사를 거치게 한 셈이다. 정조는 이러한 제도를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34세
지난 1일 여의도에 공무원과 퇴직공무원, 교원들과 가족 등 12만여명이 모여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성토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무원 당사자를 배제한 ‘밀실 개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아울러 앞으로 정권 반대 투쟁과 파업 등 강경 투쟁을 할 수도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들고 나온 후 연금학회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서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 손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상위직은 좀 더 깎고 하위직은 좀 덜 깎는 방안인 이른 바 ‘하후상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의 ‘하박상박’ 개편인데다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수준으로 하향평준화 되기 때문에 공직자들은 ‘공적연금 포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가져다 쓴 것이 재정 적자의 가장 큰 이유다. 공무원들은 책임을 슬그머니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국민들과 이간질시킨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어나는 연금 재정 적자를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