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막힌 일이 터졌다.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구금당했으며 일주일 후에야 풀려나 한국에 귀국할 수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지 2주도 안 지났는데, 미 이민 당국이 한국 공장을 급습하였고, 이를 큰 성과로 홍보하였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우리 정부가 한미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시에도 우리 기업이 추가로 15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으며, 관세 협상을 빌미로 미국에 투자를 요구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불편 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이는 미국 국민에 혜택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범법자로 취급한 미 정부의 행동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연간 불법체류자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가을이 오면 시장에는 알알이 영근 포도가 넘쳐난다. 오늘날에는 캠벨얼리, 샤인머스캣 같은 품종이 흔하지만, 과거의 포도는 귀한 과일이었다.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약재로 쓰였으며, 쌀과 함께 빚은 ‘포도주’는 더욱 특별한 술이었다. 우리나라 포도주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540년 김유의 '수운잡방'에는 두 가지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하나는 멥쌀로 죽을 쑤어 밑술을 빚고 덧술할 때 포도가루를 넣는 방식, 또 하나는 포도즙과 찹쌀 죽, 누룩을 함께 발효하는 방식이다. 당시 사용된 포도는 산머루로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했지만, 쌀로 부족한 당을 보완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농정회요' 등에도 다양한 주방문이 전하며, '동의보감'에는 “산포도로도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학 속에서도 포도주는 등장한다. 고려 말 문인 이색은 '목은집'에서 포도주가 화려한 잔치 자리에 오르는 장면을 노래했고, 안축은 '근재집'에서 시골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풍경을 읊었다. 비록 제조법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없지만, 이러한 문학적 단편들은 포도주가 고려 후기 사회에서 이미 귀한 술로 여겨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도서관 참고정간 실에서 책을 읽다 문 닫는 시간에 쫓겨 나왔다. 도서관 옆의 산길을 걷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이르렀다. 그때다. 내 앞을 턱 가로막고 있는 화물차를 만난 것은. 처음 보는 트럭이었다. 차 뒤에는 적재량이 8900kg 이라고 적혀 있는데 화물차의 길이는 보통 차와는 다른 특장차(特長車) 같았다. 차는 화물을 싣는 공간이 매우 길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몇 십 미터가 되는 소나무는 뿌리를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맨 채 운전수 좌석 위 지붕에 묶여 있었다. 반대 방향의 적재함으로는 긴 소나무가 실려 있었다. 소나무는 몇 백 년을 살아내고서, 지금은 뿌리는 북쪽을 향해 매어 있고 온몸과 함께 머리끝 우듬지는 나무 가지들과 같이 남쪽 적재함 밖으로 넘쳐나 묶여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그 순간에도 푸르고 싱싱하게 제 모습을 지켜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지 사이로 ‘까치둥지’가 매달려 있다, 아! ‘까치둥지’가 있는 나무를? 마음속으로는 ‘벌 받겠구나’ 싶었다. 까치집이 있는 소나무 가지 앞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이 나무의 까치들은 어디에서 밤을 새워야 할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서서 걸으며 자연 훼손이 별것인가 이런 것이 자연의 재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은 ‘고등학생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사회진출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372억원을 투입, 도내 고교 3학년 학생들의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교육활동과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1인당 1개 자격에 한해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한다. 대상자는 도내 12만 4000여명의 고교 3학년 재학생들로 운전면허, 어학,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비를 지원한다. 기존엔 실업계고 재학생을 대상으로만 시행하던 사업을 올해부터 일반고, 자율고, 특성화고 등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도 교육청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실효성을 높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운전학원연합회 등 비영리 단체와의 업무협약(MOU)을 맺어 학생이 보다 쉽게 운전면허와 같은 실질적 기능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임태희 도교육감의 말처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사회 기초역량을 갖추고 자신감 있게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은 맞다. 따라서 역량 강화 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수사·기속권 독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청이 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최대 관심은 검찰청 폐지였고, 예상대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명칭을 바꿔 기소권만 행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검찰청은 폐지된다. 1948년 검찰 조직이 만들어진지 78년 만에 문을 닫게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조정, 즉 검찰개혁 논의는 수십년 간 이어져 왔다. 그 때마다 검찰 내부의 반발과 국회로 스며든 정치검찰 출신 정치인들의 집요한 반대로 좌절됐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공론화에 나선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첫 번째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는 검찰권한의 분산을 위해 공수처 설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하나회 등 다른 개혁과제에 밀리고 검찰 내부의 반발로 결국 포기했다. 김대중 정부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개혁하기 위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노무
가평군은 올여름 큰 수재를 입었다. 7월19일~20일 쏟아진 극한 폭우에, 이곳저곳에서 산사태가 났고, 계곡과 하천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었다. 한 생존 주민은 그 날밤 ‘물이 서서 가는 것을 봤다’며 공포의 순간을 전해주기도 했다. 다행히 나의 집과 마을은 무사했지만, 수재 지역의 복구를 돕기 위해 현장에 가서 수재의 참상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종은 도대체 얼마나 더 참화를 겪어야 정신을 차릴까 하는 암담한 질문을 계속 되뇌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재앙은 아직 내게 닥치지 않았을 뿐이지 국경을 불문하고, 산간과 도시를 불문하고 연례행사처럼 닥치는 재앙이다. 그 재앙의 강도는 세지고, 빈도는 잦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도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고, 그나마 믿었던 EU도 지난 7월 초 당초 계획보다 사실상 완화된 기후 목표를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모습들은 인류가 함께 죽을 수는 있어도 지는 것은 못 참는 죽음의 문명 속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죽음의 문명 속에서 K-Initiative를 주창하는 우리나라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때마침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최근 들어 국제정세의 변화를 실감하는 일들이 잦다. 지난 3일 베이징 천안문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30여 개 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망루 중앙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사열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냉전 당시의 북·중·러 동맹을 연상하게 했다. 4일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수사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하여 우리 국민 3백여 명 등 475명의 노동자를 체포했다. 합법 비자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쇠사슬을 채우는 등 비인도적 연행 장면이 공개되고 자국의 필요에 따른 공장 건설임에도 전문 인력에 대한 적법한 입국비자 발급이 극히 어려웠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대내외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모두가 알듯, 외면적 정세 변화는 내면의 큰 변화를 대변한다. 전승절 행사는 그 직전인 8월 31일~9월 1일에 중국 텐진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의 결과와 함께 보아야 한다. 2001년 중·러와 중앙아시아 4개국 간 대화체로 출범한 이 기구는 이제 인도·이란 등 10개 회원국,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