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바라본 들녘이 옷을 갈아입느라 왁자하다. 겨우내 나이테를 키우던 나무에 물이 오르고 벌써 꽃을 피워낸 버들가지엔 참새가 봄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멀리 보이는 배나무는 나무마다 퇴비 두 포대를 기대놓은 것으로 보아 농경이 시작되었음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시내 외곽에 있어 풍광이 좋다. 아파트 주변의 과수원이며 이런저런 수목들도 많고 저수지가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집안에서도 볼 수 있다. 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며 울타리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 그리고 향기 그윽한 아카시아 등 내 정서와 맞는 곳이어서 이십년을 넘게 살고 있다. 무엇보다 화단에 목련이 장관이었다. 달빛 은근한 밤, 갓 시집온 새색시같이 단정하고 우아한 자태로 꽃을 터트리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한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리문 안을 기웃대던 목련이 보이지 않는다. 목련이 CCTV를 가린다고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전봇대처럼 몸통만 세워놓은 것이다. 이십여년을 함께했던 목련 옆에 카메라를 세움으로써 시야가 가려진다고 곧 꽃이 필 목련을 싹둑 잘라냈다. 속도 상하고 울화도 치밀었지만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 어쩔 수가 없어 카메라만 노려보다 돌아섰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카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에 메달 4개를 선사한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8년 전 토리노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금메달 3개를 선사했던 그의 러시아 귀화는 이번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귀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안현수는 “파벌 싸움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론은 대한빙상연맹의 파벌 싸움 때문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파벌주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같은 사회적 조건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류의식을 가지고 집단 외부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활동을 하는 행동양식이다. 우리 사회의 파벌주의는 정치계와 경제계, 교육계에도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사회악’이기도 하다. 국민의 성품은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환경을 반영한다. 나는 <한국형 12성품교육론>을 쓰면서 한국인의 성품이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국 문화와 그에 따른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을 분석했다. 첫째, 한국인의 성품은 동양의 관계주의 문화권에 영향을 받아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
‘마을변호사제도’라는 것이 있다.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대한변호사협회가 개업 변호사가 없는 읍·면·동 법률 사각지대에 변호사를 배정해 법률 자문과 상담을 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4월 도입을 발표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마을변호사가 마을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주민들은 전화·인터넷·우편 등을 통해 1차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법률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의 지원 하에 직접 소송 진행을 하거나 법률구조공단에 사건을 위임하게 된다. 각 읍·면·동사무소에 비치된 마을 변호사 상담카드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마을변호사 제도’는 전국 250개 읍면동, 415명의 변호사로 시작됐는데 지난해 말 현재 466개 마을, 733명으로 확대됐다. 법무부는 앞으로 마을 변호사 수를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0개월이 됐지만 경기도내 상당수 지역 주민들은 법률 상담 혜택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필요하다. 본보(4일자 1면)에 따르면 도내 마을변호사가 지정된 지역은 용인 양지면, 광주 도척면 등 19곳(71명)으로 도내 545개 읍·면·동의 3.5%에 불과하단다. 이른바 수도권임에도 법률 소외지역이 많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의 생산기업만이 성장해 갈 수 있다.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수출시장을 과감하게 개척해야 한다. 상품의 질과 가격경쟁력에 의해서 수출시장의 개척은 가능해진다. 천연적인 원자재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술에 의한 신상품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으로, 제품의 질이나 가격에서 경쟁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부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한몫하고 있다. 전자제품, 스마트폰 분야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수출물량이 늘어났다. 물론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지만 중소기업체에서 하청으로 부분적인 양질의 부품을 생산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규모에 한계가 있어 특성화된 양질의 고가상품 생산에 눈을 돌려야한다. 가능성 있는 분야의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 보호를 강화하고 과감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종합적인 지원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내 수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올해 200여 기업에 300억원의 무역기금을 지원하는 현실이 한심하다. 문제는 수출경쟁이 있는 중소기
최초로 회원들의 직선제에 의해 선출되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 제19대 회장 선거가 2월25일 끝났다. 지금까지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에서 사회복지사가 직접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진 선거였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특히 열악하고 부당한 환경에서도 지역사회의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회복지사들이 한사협에 바라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희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실천현장 사회복지사들의 기대와 달리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았다. 특히,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라는 투표방식에 대한 혼란이 가증되었으며, 유권자에 대한 정보가 통제되어 후보자에 대해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였다. 또한 선거권에 대한 참여기회의 제한으로 일부의 사회복지사들만 선거에 참여하여 다수의 사회복지사들이 단합하는 화합의 축제가 되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또한 선거 결과를 보면 학연·지연 선거에 가까웠으며, 지역별로 분석해 보면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졌다. 물론 모두 다 정책선거를 안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가치와 철학보다는 학연, 지연 등의 영향으
옛글에는 ‘사람들의 세 치 혓바닥 위에(人爲膚寸舌) 온갖 고량진미만을 좇아다니는데(百味窮鮮?) 목구멍 속으로 잠깐 넘기고 나면(不知?過咽) 똥 덩어리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네(便與糞穢俱). 기막힌 눈요기 감만 찾아다니면서(目欲極艶色) 치장한 미녀만 보면 사족을 못 쓰니(花顔丹白粧) 생각하건대 도대체 이 물건이 무엇인가(尋思此何物). 가죽덩어리에 담긴 냄새난 이 살덩이(臭血盛革囊) 음식이든 여색이든 욕정은 마찬가지다(味色是同欲). 결국은 이 모두가 커다란 미혹인데(究竟皆大惑). 이 화두를 깨부수기만 한다면(勘破此公案) 멀리 벗어나 집착 없게 되리라(超然無所着)’ 하였다. 결국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의보감에서도 몸이 상하는 원인을 食傷(식상)이라 하였다. 오래 사는 학과 거북은 뱃속을 70%만 채운다. 최소한 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시는 것(先飢而食 先渴而飮)만으로도 건강은 유지시킬 수 있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마무리 공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아이랑 장애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모시고 어떻게 살아요.” 4일 오전 여주시청 시장실. 여주 오드카운티 입주예정자 대표협의회 주민 3명이 김춘석 시장과 마주 앉았다. 시어머니가 화재로 한쪽 손목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밝힌 주부 김모(33·오학동)씨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입주예정일인 지난달 28일 이사를 계획했던 김씨는 이사를 포기하고 이삿짐보관회사에 이삿짐을 맡기며 보관비용까지 물어가며 현재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아파트 안에서 포클레인이 왔다 갔다 하고 이런 환경에서….” 이날 주민대표단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하루 전인 3일 이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연이어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한 주민은 “아파트 마감공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임시사용승인 내줬죠, 소방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소방필증도 나갔죠, 엘리베이터 사고까지… 저희는 누구를 믿으란 말입니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춘석 시장은 “앞으로 여러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인 기형도(奇亨度)의 시 <질투는 나의 힘> 중 일부다. 29살에 요절해서인지 유독 그에게 ‘청년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영원한 청년시인’, ‘신화가 된 청년시인’ 등등. 그리고 작품 속에 나타나는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감수성으로 인해 25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다. 시의 문외한들조차 그의 시 한 구절 정도는 어디선가 들어본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다. 특히 갑작스럽게 숨진 비극적 죽음과 그를 둘러싼 온갖 추측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독자들에게 흡인력을 발휘해 오고 있다. 그가 남긴 단 한권의 시집, 처녀시집이자 유작시집이 된 <입 속의 검은 잎>은 1989년 5월 출간 이래 지금까지 27만여부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으며, 지금도 일주일에 50∼60부 정도 나간다. 시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록적인 수치다. 연평도가 고향인 시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족동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는다. 본능이다.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세끼 밥을 챙겨 먹는다. 부모가 되면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궂은 일, 힘든 일도 마다 않고 해낸다. 모성과 부성은 위대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부모들이 자식과 동반자살 했다는 끔찍한 뉴스가 연이어 들려온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얼마나 살기가 막막했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지난달 26일 생활고를 비관,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란 메모를 남긴 채 방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구의 세 모녀. 정작 죄송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동반 자살을 해야 할 만큼 힘든 세월을 눈치 채지 못했거나 알고 있어도 무심했던 우리들이다. 물론 국가와 지자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은 몸이 아픈 상태로 수입이 끊겼지만, 국가나 자치단체, 이웃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사회안전망의 외곽,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또 있다. 경
성장기의 청소년 건강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건강관리를 위한 규칙적인 1일3식의 생활을 정착시켜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예산을 학교에 지원하는 일은 당연하다. 질 좋은 식재료 확보와 영양가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무상급식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줄 때에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등교하는 경향이 높은 현실을 직시할 때에 점심 무료급식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은 빵이나 과자 등으로 허기를 때우고 저녁은 폭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장과 건강관리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급식비를 책정하여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인천시만이 유일하게 중학생에게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인천시는 15만명의 초등학생에게 289억원을 투입하여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나 중학생에게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시행을 외면하고 있다. 청소년 중기에 있는 중학생들의 건강관리와 올바른 식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점심의 무상제공은 실시가 마땅하다. 중학생의 효과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무상급식의 중요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