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에도 미인을 장미(薔薇)에 비유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나온다.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은 어느 여름날 밤 삼국사기의 저자 설총(薛聰)에게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설총은 옛날 얘기 하듯 말을 꺼냈다. 화왕(花王)인 목단(牡丹)이 아첨하는 미인 장미(薔薇)와 충간(忠諫)하기 위하여 베옷에 가죽띠를 두르고 찾아온 백두옹(白頭翁: 할미꽃) 중 누구를 택할까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백두옹이 화왕에게 간언(諫言)하였다는 내용이다. 백두옹은 간언에서 ‘두 명(장미와 할미꽃)이 왔는데, 어느 쪽을 취하고 어느 쪽을 버리시겠습니까?’라고 화왕에게 질문하자 화왕이 ‘장부(할미꽃)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어여쁜 여자(장미)는 얻기가 어려운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할까?’라고 대답했다는 게 얘기의 줄거리다. 물론 간신과 충신을 고르는 변별력을 빗댄 얘기지만 당시에도 장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나 보다. 장미는 전설도 많다. 그중 붉은 장미에 관한 것도 있다. 중동에선 연꽃을 꽃 중의 왕이라 불렀는데 이 연꽃이 밤에는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을 지키지 않자 꽃들이 알라신에게 호소하였다. 그러자 알라신은 꽃 중의 지배자로 흰
중국에서는 관광객을 ‘유객(遊客)’이라고 부른다. 중국말로는 요우커다.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들이 지난해 사상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 기관과 업계에서는 올해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여유법’이 시행되면서 단체 관광 특수가 사라지긴 했지만 그 빈자리는 가족 등 개별 여행자들이 채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간 여행사들이 진행하던 저가 단체관광이 감소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만큼 개별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중국 여행자들은 씀씀이가 무척 커서 각 여행사와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쇼핑관광이나 카지노관광, 의료관광 등 부가가치가 큰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손 큰 중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미국 LA 근교 샌개브리얼 지역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도 없고, 할리우드와 같은 잘 알려진 관광지도 없으며, 유명 레스토랑이나 명품 상가도 없지만, 호텔과 상점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새 학기가 2주일도 채 안 남았다. 그런데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학교는 경기도내에 29개 학교나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공사 중인 학교가 대부분이다. 유난히도 올 겨울이 추웠기에 외부 공사가 늦어진 이유도 있지만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 학교공사에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Build Transfer Lease)사업이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고질적 현상이다. 새 학기 개교와 더불어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준비 안 된 개교’다. 오산시 내삼미동에 신축 중인 세미초등학교도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오는 11월 개교여서 아직 시간은 있다지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이후 벽체에 구멍이 뚫리고, 철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한다. 감리단으로부터 보고받지 못 했다고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밝히고 있지만 그것은 직무태만과 다름 아니다. 감리단이 감리책임은 갖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물품을 검수하고 관리 감독하는 곳은 발주기관인 교육청이기 때문이다. 여기뿐 아니다. 도내 19곳의 개교 예정학교에 대해서도 경기도교육청은 점검단을 꾸려 개교에 차질이 없는지를 가려내고 또 공사를 독
최근 염수정 안드레아(71세)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또한 우리나라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보다 앞선 ‘순교 1세대 124위’에 대해서도 복자(福者)로 시복(諡福)되는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초기 기독교(Christianity·그리스도교)는 천주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선교사 등 종교적 사명에 불타는 사람들에 의해 신앙의 가르침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 기독교 역사에 있어 유일하게 자생적(自生的)으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1700년대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도입된 천주교가 신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1759~1791)은 모친상 때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아 참수 당했다. 백정 황일광도 당시 신분철폐에 앞장서다 순교했다. 조선시대 순교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정약종-정하상 부자. 정약종은 1801년 순교하기 전 천주교리를 쉽게 해설한 ‘주교요지’를 저술하고 최초의 평신도 단체 회장을 맡는 등 한국 천주교
管子(관자)는 하루의 계획은 새벽 寅시(3시에서 5시)에 세워야 하고(一日之計在於寅),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하고(一年之計在於春), 일생의 계획은 어릴 적에 세워야 한다(一生之計在於幼). 그리고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고(一年之計莫如樹穀),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十年之計莫如樹木), 백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百年之計莫如樹人).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얻는 것은 곡식이다(一樹一獲者穀也), 하나를 심어서 열 개를 얻는 것은 나무다(一樹十獲者木也), 하나를 심어서 백을 얻는 것은 사람이다(一樹百獲者人也)라고 했다. 또 이런 글도 있다.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반드시 후회하게 되고(少不勤學老後悔), 편안히 지낸다고 어려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安不思難敗後悔). 봄에 밭 갈고 씨 뿌려 가꾸지 않고서 어찌 가을이면 추수할 수가 있는가(春若不耕秋無所望).…
예비후보 등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약 개발하랴, 일정 챙기랴,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응하랴, SNS소통하랴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한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 후보의 넋두리가 요즘 출마예정자들의 바쁜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후보들에게 일당백으로 선거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기획력이 뛰어난 참모 영입은 발등에 떨어진 불. 벌써부터 특정 캠프에서 누구를 영입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특정캠프에 노골적으로 기웃거리는 일부 언론인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새삼 화두가 되고 있다. 현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특정후보의 캠프에 상주하다시피 하는가 하면 ‘ㅇㅇㅇ언론인은 ㅇㅇㅇ후보 라인’이라는 등 언론의 본령을 벗어난 일부 언론인들의 일탈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권력의 수호견, 망보기꾼이라는 우리 언론의 응원저널리즘이 선거판에서 도지고 있으니 낯부끄럽다는 비아냥이 절로 나온다. 누구나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따라 특정후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타 후보캠프와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층에 회자될 정도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아주 부적절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묵직한 돌멩이를 밀어놓으면, 2명이 따라가며 열심히 바닥에 빗자루질을 하고, 돌덩이를 놓은 한명은 소리 지르며 지휘하는 모습, 소치올림픽 중계가 한창인 요즘 시청률이 급부상하고 있는 ‘컬링(Curling)'이라는 종목의 경기 내용이다.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하기도한 이 경기는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 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됐다. 그리고 17~18세기를 거치면서 캐나다를 중심으로 겨울 스포츠로 발전했다. 지금도 캐나다에서는 아이스하키와 함께 국기(國技)로 통한다. 북중미와 유럽에서는 그 인기가 대단하다. 2009년 ‘강릉세계 컬링 여자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도 정작 국내 방송들은 녹화로 중계했으나 참가한 13개국 중 10개국이 자국의 전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였다. 동계올림픽에서는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제18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게임은 42.1m 떨어진 지름 4.3m의 동그라미 중앙에 무게 19.96㎏ 직경 29.91㎝의 맷돌처럼 생긴 돌멩이를 어느 팀이 잘 붙이느냐가 승부다. 브룸이라는 빗자루 모양의 솔로 얼음을 닦아내 돌멩이의 속
2009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전국적으로 지역경제가 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지자체들이 선택한 것은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었고 앞 다투어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국가 예산을 따내는 데 열을 올렸다. 관광 사업을 명목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고 신청사를 건립하는 데 수많은 돈을 쏟아 붓기도 하였다. 또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돈을 끌어오고 상당한 지자체 예산을 쏟아 부어 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했던 지자체들도 있었다. 그리고 몇몇 지자체는 국가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다보니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민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기도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나아질 거라 믿었던 경기는 호전될 줄 몰랐고 특히 서민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서 내수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장미 빛으로 예측했던 국민들의 수요는 사실 반의 반 아니 반의 반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 때문에 소수의 건설사들만 배를 불렸을 뿐 피 같은 주민들의 세금은 공중으로 사라졌고 지자체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특히 경전철, 다리, 도로 등의 민자 사업을 진행하며 장래의
오래달리기. 학창시절,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체력장 종목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체력장에는 오래달리기 말고도 여럿 있었다. 윗몸앞으로굽히기, 윗몸일으키기, 왕복달리기, 턱걸이, 멀리뛰기…. 이들 종목은 그런대로 합격 점수에 근접할 수 있었다. 단시간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100m도 버틸 만했다. 한데 유독 오래달리기는 나를 힘들게 한다. 정신력, 지구력, 인내력, 기초체력이 모두 부족한 탓이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체력장이 있는 날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뛴다. 매번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앞서 달리는 친구를 따라잡기는커녕 갈수록 뒤처져 꼴찌나 면하면 다행이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강조하던 시절, 내가 경험해 본 최장거리 달리기 이야기다. 꼭 10년 전 일이다. 잔설이 군데군데 얼어붙어 있고, 장갑을 낀 기억으로 보면 시기도 이맘때다. 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아니, 수원 경기대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광교산 버스회차장을 뛰어서 왕복하자는 친구의 꾐(?)에 빠져든 것이다. 자그마치 10km. 학창시절 내겐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던, 오래달리기보다 10배나 긴, 그래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 거리를 마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3년이나 된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성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 출범 초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지방의원 자질론이다. 왜 그럴까? 지방의원이 하는 일은 조례를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결정하며, 공무원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은 시민사회단체의 업무를 감시하는 게 주된 업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다. 지방의원 하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와 막가파식 언행, 외유성 해외연수 등이 연상된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지방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에 깊이 각인돼 있다.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 극단적인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여론에도 불구, 지방의원 정원 증원, 의원보좌관제 도입 등 국민들이 혀를 찰 소리들이 심심하면 터져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래봤자 근본적으로 달라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자당의 대통령 공약사항인 지방선거 무공천제 약속을 뒤집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난립한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