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조병돈 이천시장과 시민의 대화가 열린 이천시 설성면주민자치학습센터. 2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찬 가운데 5척 단구의 조 시장이 시민들과 마주 앉았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딱딱하던 기존 시민과의 대화에서 탈피,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간단한 다과상이 차려진 테이블엔 빨간 장미꽃, 안개꽃이 담긴 꽃병 30여개가 놓여 있었다. 빨간 장미꽃 사이로 시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풀뿌리 수장, 그리고 이를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이천시민들. 시장은 그동안 시정감시와 견제역할, 그리고 국·도비를 따내는 데 일조한 시·도의원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고, 시민들은 지난 한해 동안 시 발전에 불철주야 애쓴 시장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규격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한 시민이 과속방지턱 설치 규정까지 제시하며 조목조목 지적하자, 조 시장은 “연구를 많이 하셨네요. 발언하신 분께서 건설과장을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조크를 던져 행사장은 이내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러면서 시민 입장에서 해당 부서장에게 요모조모 따
4년 전 경기도의원으로서 보건복지공보위원회로 상임위 배정받아 첫 업무보고를 받는 날 철거민촌에서 자살한 노인의 부패된 시신이 발견되어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수많은 복지 정책과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을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장애인이 화재로 질식사했다는 소식,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소식, 회사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노동자의 자살 소식 등등. 이런 보도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으켜 사회구조적 상황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과거 이래 소극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라는 새로운 복지개념의 도입으로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과거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노인기초연금 등 복지비용의 증가로 인한 재원 마련에 대한 입장 차이가 복지인프라를 구성하는 데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는 경제규모가 세계 14위로 평가되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천 달러를 상회할 정
생계형 범죄와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이 높다. 특히 성범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2009년 1만215건이던 강간과 강제추행은 2013년 2만2천342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물론 피해여성들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접수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실제 성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력상 한계가 있는 경찰이 선택한 해결책은 바로 CCTV 설치 확대이다. 실제로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각 지자체와 경찰은 CCTV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크게 늘어난 CCTV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앞 다퉈 CCTV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CCTV 통합관제센터는 설치는 물론 운영 인력과 시설 관리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역 치안 상황과 지자체의 예산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안전행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79개 통합관제센터가 관리하는 CCTV는 총 5만6천여대이지만 인력은 1천700여명에 불과해 2교대 시 1명이 60대가 넘는 CCTV를 관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음력 섣달 하순으로 접어드는 요즘, 추위가 기승이다. 대한(大寒)을 갓 지낸 계절 탓도 있지만 겨울의 정점을 과시하는 동장군의 심술이기도 하다. 해서 온도계는 지레 겁을 먹고 좀처럼 붉은 눈금을 올리지 못한다. 설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설레는 날. 그래서 ‘설날’이라 부른다는 명절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이맘때쯤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듯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마음은 어느덧 살 냄새, 물 냄새 뜨뜻하게 뒤섞이던 시절의 읍내 목욕탕으로 들어선다. 설을 앞둔 목욕탕은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꼭 한번은 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60~70년대 그 시절 집에 온수가 나오지 않고 목욕탕이 없는 탓도 있었지만 깨끗한 몸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조상을 모셔야 한다는 아버지의 지론이 삼형제와 함께 네 부자(父子)의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하곤 했다. 집이 읍내와 떨어져 있었던 관계로 목욕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서둘렀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 목욕탕에 가야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며 발길을 재촉하시는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막내에게 어머니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으셨다. &l
눈이 오셨다. 내리는 눈을 보고 기뻐하면 청춘이요, 걱정하면 노년이라 했다. 어느 쪽인가, 스스로 되묻는다. 눈을 보면 생각나는 두 가지. 그 첫 번째는 이 시(詩)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 걸어갈 때/어지러이 밟지 마라/오늘 내가 걸었던 길을/반드시 뒷사람이 따를지니.’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다는 서산대사의 가르침이다. 해마다 1월이면 살아온 발자국을 뒤돌아본다. 앞길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김없이 어지럽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은 늘 정수리를 친다. 모골(毛骨)이 송연하다. 이래서야 후배들이 따라오는 것은 고사하고 제 고깃덩어리 하나 제대로 끌고가지 못할 형상이다. 영혼의 결이 빛나기는커녕, 주름마다 때뭉치다. 하지만 신발끈을 다시 묶는다. 비록 ‘눈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은’ 맹인부부가수처럼 지난 생(生)은 어지러웠으나 남은 삶은 길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반성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품목이므로. 또 하나는 시실리아 출신의 샹송가수 아다모(Adamo)의 ‘눈이…
요즘 복합단지가 대세다. 복합단지는 주거·기반·교육·유통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개발하는 집단 구역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수산물복합단지, 상업업무복합단지, 첨단복합단지, 엔지니어링복합단지, 첨단문화복합단지, 주거복합단지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고양시에 자동차 테마파크와 튜닝 전문화 단지, 특성화 대학, 박물관 등의 시설들이 집합된 자동차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오는 2017년까지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638번지 일원 40만㎡에 조성되는 고양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 사업이 그것이다. 경기도와 고양시, 고양도시관리공사, 인선이엔티㈜, 산업은행, 동부증권이 참여한 사업협약 및 양해각서 체결식이 20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자동차 클러스터 사업의 총 사업비는 2천957억원으로 자동차를 한 곳에서 살펴보고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자동차 전시장, 자동차 정비·교육·R&D·튜닝 전문 단지, 테마파크,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센터, 호텔 등 자동차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인천경
일자리 잡기에 고통을 겪고 있는 1천만 실업자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효율적인 고용복지 정보 제공 서비스가 절실하다. 능력은 있으나 정보와 기회 부족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취업기회 확충은 기업유치를 위한 행정지원과 경영주와 고용자의 협력체계 확립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될 때에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미취업자는 물론 저임금과 임시직이란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고용·복지 원스톱 서비스는 희망을 주는 기능을 수행해가기에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각각 운영하고 있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고용과 복지기관의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사업기획 단계에서 예산과 인력조정 및 기능 중복으로 인한 기관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을 감내하였다.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설치한 남양주센터는 한국고용복지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및 지원과 노사정 정책교육 등은 물론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를 비롯한 기존의 기관들 사례를 고려하여 만전을 다해서 운영하여야 한다. 도민들에게 일자리 정보와 맞춤형고용복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고용기회의 외면과 복
마음 스산한 날은 옥상에 올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지붕을 본다. 밟으면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을 비닐이며 천막으로 깁고 폐타이어 또는 벽돌로 눌러놓았다. 연통을 빠져나온 연기가 기차의 먼 기적 받아먹고 흩어지는 역 근처의 여인숙 골목이다. 이곳은 난방을 연탄으로 주로 한다. 가장 저렴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연탄이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붙은 지붕 위 굴뚝으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연기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혼자 웃음을 짓는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가스며 등유 등으로 난방을 하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연탄을 많이 사용했다. 큰 아이 다섯 살 무렵이다. 새 운동화를 처음 빨아서 연탄아궁이 옆에 말리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벌겋게 불이 붙은 연탄 위에 운동화를 올려놔서 운동화가 바짝 오그라들면서 불이 붙고 있었다. 얼른 운동화를 끄집어내고 왜 그랬느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운동화를 신고 싶어서 빨리 말리려고 불 위에 얹어 놓았다고 했다. 벼르고 별러서 산 캐릭터 운동화였다, 사오자마자 신고 놀다가 논에 얼음이 깨지면서 젖어 빨아 널었는데 하루도 못 신고 이 모양이 되었으니 나도 화가 났지만 아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운동화
요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규 일자리 증가를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상에 비해 29세 이하의 청년층 일자리가 가장 증가폭이 작다.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이고 괜찮은 대기업·공무원 일자리 등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임시직이나 일용직처럼 불안한 일자리만 많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괜찮은 직원이 부족하다고 불평이지만, 대졸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여전한 것이다. 청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벤처기업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전하다 실패하면 소위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본인과 친인척들 역시 연대보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그러니, 그렇게 부담과 위험이 큰 창업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처럼 실패가 자산으로 인식되고, 한번 실패했으니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고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나? 미국의 래리 킹은 1957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시작해 53년…
20년 전 1월22일, 국회와 한신대에서는 각기 다른 삶을 산 두 명의 중학교 동창생 영결식이 있었다. 한 사람은 사회장으로, 또 한 사람은 겨레장으로. 그리고 국립묘지와 마석 모란공원에 각각 안장됐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정일권 전 국회의장과 문익환 목사다. 사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양지와 음지를 대변한다고도 한다. 또 각자가 활동했던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커 두 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인물들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은 간도 용정의 광명중학교 동창생이다. 하지만 졸업 후 그들의 인생 여정은 매우 달랐다. 정 전 의장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우리 국군의 창군을 주도했다. 이후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군복을 벗은 후에도 외무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호사가들은 “대통령만 빼고는 모든 자리를 거쳤다”며 그를 관운이 좋은 양지 속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반면 문 목사는 졸업 후 평양고보와 광명고보를 거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학도병 징집에 반발해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목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