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 정치권은 분주하다. 지난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동남권 신공항 조기건설’을 중심화두로 내세웠다. 새 정부 구성을 앞둔 상황에서는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입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신공항 관련 용역 조기발주, 해수부 입지 절충안 제시 등으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해양경제특별구역’을 부산으로 가져갈 법안을 만들어야겠다고 한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미래과학창조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배치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산지역에서 반발했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 가장 큰 항만도시가 부산이란 것을 모르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나 항만도시가 부산밖에 없는 게 아니란 것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최근 서용교(부산 남을·환경노동위·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해양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해양경제특구법)’의 국회 처리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해당지역의 언론에서 부산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일꾼으로 소개된다. 든든한 지역선배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물론 지역정치권이 힘을 실어
오랜 역사를 통해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이들이 권문세도를 누려오면서 절개와 지조를 지킨 이들이 있으나 반대로 변절하거나 후대에 부끄러운 일면을 남겨놓은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여러 외침으로 軍亂(군란)과 政變(정변)들이 있을 때 나라를 지켜야할 교목세신들이 썩은 고기 냄새에 개미떼 달라붙듯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날뛰는 일들은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다. 아주 가까웠던 일제강점기에서만 보아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정조대왕의 시에 喬木白江宅 文衡家宰孫 出爲關西伯 休忘二字言(교목백강댁 문형가재손 출위관서백 휴망이자언)가 있다. ‘교목세신 백강의 집이 대제학 이조판서의 손자로다. 평안도 관찰사 되어 나가니 두 글자의 말을 잊지 말게나’ 하였다. 교목세신에게 내린 흔치 않은 임금의 시다. 정조는 李徽之(이휘지)란 신하에게 이 시를 내렸는데 向陽之地 向陽花木(향양지지 향양화목)으로 가장 신임이 두터웠다. 그것은 여러 대를 거쳐 중요한 벼슬을 지내면서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 집안이었다. 시 내용 가운데 두 글자란 정조가 가장 사랑한 백성들의 평안이었으니 우리에겐 이러한 임금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근당 梁澤東(한국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양평 정배분교의 본교 재승격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초등학교가 학생수 급감으로 본교에서 분교로 축소됐다가 폐교의 길을 걸었다. 도시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농어촌인 경우 그 현상은 더욱 심하다. 읍·면 단위로 내려갈수록 통·폐합 대상 학교도 많아진다. 학생들이 떠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당연히 마을 자체는 급속히 활력을 잃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정배분교의 본교 재승격은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여 의미가 남다르다. 이 학교는 1948년 개교했지만 매년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수가 25명 이하로까지 줄어 1996년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가 됐다. 이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탈출할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00년 초반, 서종면에 둥지를 튼 예술인들과 학부모, 지역주민, 교사들이 힘을 합치면서부터였다. ‘학교를 지키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은 20명 남짓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회와 장터를 열고, 블로그를 만들어 정배분교의 존재 이유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동시에 기존의 초등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진행하면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
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화자원과 자연자원을 활용해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점점 각박해져 가는 지역공동체를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권장할만한 사업이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려면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설립한 마을기업은 현재 전국적으로 1천24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작년에 6천53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4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대기업의 매출과 비교하면 얼마 안 되는 금액일 수도 있지만 마을 이웃사촌들과 함께 정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효과는 크다. 마을기업에서는 그야말로 나쁜 짓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주민 스스로 문화행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며 솜씨 좋은 주민을 중심으로 지역 특산품이나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여행, 육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할 수 있다. 벽화마을로 널리 알려진 경남 통영시 ‘동피랑’ 80가구 주민들은 마을기업 생활협동조합 ‘동피랑 사람들’을 만들었다. 이 마을기업은 전국 관광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중국산 관광상품이 아니라 오직 동
한국경제는 그 동안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며 열심히 따라가는 fast follower 전략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first mover가 되어야만 선진국 경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어갈 미래 동력을 찾기 위해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했다. 이 같은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R&D 투자가 중요하다. 대기업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R&D 투자를 이어가지만, 중소기업은 계속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기술개발 여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창조적인 R&D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정부의 R&D 지원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가뭄의 단비와 같이 새로운 제품개발에 마중물이 되어 중소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신규 고용창출과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기청에서는 중소기업의 R&D…
장자는 ‘무릇 고니 같은 백조는 매일 목욕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다’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말로 江山易改 本性難移(강산이개 본성난이)라 하여 ‘강산은 변해도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음’을 비유하고 있다. 고전에 鴻鵠之志(홍곡지지)란 말이 있다. 원대한 포부나 뜻을 말하는데 鴻은 기러기, 鵠은 고니로 모두가 큰 새로 鴻儒(큰 선비), 鴻博(학식이 매우 넓고 많음)을 가리키고 鵠은 목이 길고 유난히 희므로 鵠望(고니처럼 긴 목으로 바라봄), 鵠髮(백발)로 쓰이고 있다. 고대부터 고니는 학과 더불어 신비롭고 상서로운 새로 여겼고, 하늘을 나는 새라하여 天鵝(천아)라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날지 않고 연못에 산다하여 池鵝(지아)라고 부르고 있다. 書聖(서성) 王羲之(왕희지)는 거위를 가장 좋아했다. 山陰(산음) 땅 어느 도사가 거위를 키우고 있었는데 찾아가 ‘어떻게 하면 거위를 줄 수가 있느냐’고 물으니 천하에 유명한 왕희지를 알아본 도사는 ‘荒庭經(황정경)이라는 글을 써주면 주겠다’ 하니 그 자리에서 단숨에 글을 써주고 거위를 갖고 돌아온 故事(고사)가 너무나도 유명하다. 사람의 마음이나 본성이 검은 것은 아니나…
2008년에 개봉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96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황야의 무법자’(원제: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영화다.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에서도 미국의 서부영화처럼 광대한 스케일의 총잡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연기력과 예기치 못한 반전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규제에도 ‘좋은 규제,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가 있다. 여기서 규제란 정부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흔히 규제라고 하면 없애야 할 것,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보는 편견이 있지만, 규제 중에는 좋은 규제도 많다.…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200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건 원하는 곳이면 컴퓨터를 통해 마우스 하나로 상세히 검색할 수 있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위성 영상지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60cm, 30cm, 15cm의 해상도 사진을 제공해 마치 높은 곳에서 코앞의 지상을 내려다본 것처럼 지형 및 건물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구글을 부동의 검색엔진 1위에 올려놓았다. 구글은 더 좋은 영상지도 제작을 위해 2008년 9월 5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지구해상도 41cm급의 ‘지오아이(GeoEye)’라는 위성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영상지도 콘텐츠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국내 포털업체인 다음과 네이버 등도 영상지도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08년 1월 위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어 다음이 2009년 1월 항공사진 지도 ‘스카이뷰’와 국내 최초로 실제 거리 전경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촬영한 ‘로드뷰’ 서비스 등 다양한 교통 및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엊그제 국토부가 2011년 5월 개발에 착수한 한국
명함의 사전적 의미는 성명, 주소, 직업, 신분 따위를 적은 네모난 종이쪽. 흔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신상을 알리기 위해 건네준다고 되어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길을 가면서 모임장소에서, 아니면 여행지에서 낯설거나 낯익은 사람을 만난다.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서 민망하기도 하고, 상대방은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는데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친구를 멋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린 적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뜻밖의 사람이 나의 이름을 기억해 줄 때 서먹했던 관계가 사라지고 왠지 모를 신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문학 모임에 갔다. 몇 번 만났던 사람도 있었고 만난 적은 없지만 글로 익숙해져 초면이지만 구면인 듯 편안한 사람도 있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명함을 건넸다. 따로 본인 소개를 하지 않아도 명함을 통해서 그 사람의 직업과 직위 등 프로필을 대략을 알 수 있었고 주로 글로만 만나던 사람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 또한 컸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묻고 문학에 대한 대화가 쉼 없이 이어졌다. 명
우연히 EBS <지식채널-e>에서 ‘소시오패스’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접했다.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인구의 4%가량이 소시오패스라고 주장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무섭다. 사이코패스는 뇌 구조가 잘못돼 타인에게 공감할 능력이 전혀 없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도 알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도 있다. 눈물도 웃음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당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언제나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는다. 소시오패스는 대체로 두뇌가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머리는 좋고 양심엔 털이 났으니 상류층 인사나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수월하다. 더구나 그들 보기에 거추장스러운 ‘양심’을 가진 보통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출세와 성공은 더욱 수월하다. 소시오패스는 항상 자신의 욕망과 야심을 실현할 ‘지배게임’에 몰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가 바로 소시오패스다. 문제는 이렇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