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에서 ‘티부의 가설(Tiebout hypothesis, 1956)’이라는 게 있다. 일명 ‘발에 의한 투표(voting with the feet)’로 설명되는 이 가설은, 주민들이 각각의 선호에 따라 지역 간에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스스로 지방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들이 내는 세금과 그들이 제공받는 공공서비스의 비교 평가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지방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적정규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티부의 가설이 외부효과를 배제하고 주민들의 완전한 정보소유와 완전한 이동성 등의 전제조건들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지방자치시대에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봄직하다. 앞으로 지방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주당 지도부에서 지방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하여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였다. 그 동안 많은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의 하나로 여야 유력 대선후보가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사항이기도 하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당원의 67
그 옛날 조용필이 간절하게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를 불렀을 때, 그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열광했다. 처음으로 교복 입은 소녀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촛불은 그러니까 안타까운 사랑의 기원이었다. 지금 다시 촛불이 화제다. 지금 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일까? 촛불이 무엇이기에 보수세력들은 민주당이 ‘촛불 세력’과 손잡으면 국민의 지지를 잃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것일까? 마치 민주당을 위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민주당이 지금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생각한다. 민주당의 문제는 촛불 세력과 손잡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촛불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촛불은 기원이며 성찰이다. 루브르박물관에 가면 그 촛불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이 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등불 아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다. 내가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보다도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 그림은 막달라 마리아가 왼손을 턱에 괸 채 작은 촛불을 응시하는 그림이다. 그 그림의 매력은 마리아의 오른손에 있다. 오른손으로 그녀는 해골을 만지고 있는데, 그녀의 태도에서는 한 치
<설국열차>는 꽤 실망스러웠다. 현란한 홍보에 기대치가 한껏 부풀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차라리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고 알고 갔으면 실망이 덜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열차 판 아니냐고 두덜거릴 일도 없었을 것이고, 속이 빤한 알레고리에 헛웃음을 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장쾌하게 설원을 달리는 기차 안팎의 액션과 스펙터클을 126분 동안 별 생각 없이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 그만이었을 텐데. 시작은 그럴 듯했다.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찾아온 새로운 빙하기, 윌포드 열차 한 대만큼만 살아남은 인류, 새로운 봉기를 획책하는 ‘꼬리칸’의 역동적인 풍경 등등. 딱 거기까지였다. 열차 안 감옥에서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광호)를 구해내는 장면, ‘일등칸’ 유치원 아이들이 윌포드를 찬양하는 유머러스한 신, 커티스가 털어놓는 ‘꼬리칸’의 비밀 정도를 빼면 별로 건질 게 없다. ‘닫힌 생태계’ 운운은 너무 식상해서 감동도 재미도 별로다. 봉준호 감독 작품 맞아? 마지막 장면에서 남궁민수의 딸(고아성)
자폐증은 정신병이 아니다. 선천적 장애다. 자폐증 환자에게서 오히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 감동적이다. 왜일까?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볼 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분명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성격은 참으로 올곧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 사람으로 기준을 삼고 보면 그의 생각과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결코 비정상적이지 않다. 정신적 연령이 유아적 상태에서 멈춘 것 같은데, 그를 비장애인처럼 생각해서 비교하고 꾸짖고 비난하면 졸장부란 소리를 듣기 딱 좋다. 자폐증 환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반면에 편견에 사로잡힌 증세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편견적이다. 자기 자신이 판단의 기준이요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의 소유자라고 하겠다. 현상을 해석할 때 ‘아전인수’ 격으로 한다. 잘도 끌어댄다. 자기합리화를 잘 한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과연 참일까? 요즘 시대를 보면 대인들은 다 어디가고 졸장부들만 잘난 세상인가 보다. 감동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마저
대통령시계는 청와대의 오랜 선물 품목이다. 그리고 매우 인기가 높다. 대통령 휘장인 봉황문양이 그려지고 친필로 쓴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찰 경우 일반인들은 대통령과 함께 했었다는 증표로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시계가 권력에 어느 정도 가까운가를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시계가 과시용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청와대사칭 사기사건의 단골소품으로 자주 등장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엔 청와대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손목시계를 대통령 선물이라고 건네며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 5억원 넘게 사기를 친 일당이 붙잡힌 사례도 있다. 대통령시계의 이런 특별함으로 인해 웃돈이 얹혀 거래되거나 가짜 대통령 시계가 유통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2009년엔 이명박 대통령 서명이 적힌 손목시계 1천300여 개를 만들어 서울 청계천 노점 일대에서 개당 1만5천∼2만원에 팔던 상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대통령시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모두가 만들어 청와대를 방문하는 국민에게 기념품으로 주거나 표창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인 1970년대
지난 7월11일부터 7일간 시청 27개 부서와 하남시도시개발공사, 하남문화재단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마친 결과, 효과적인 시정운영을 위해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선으로 3년여간의 의정활동 중 매년 1회 실시하는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장을 2번 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위원회 간사로서 감사활동을 내실있게 추진했다. 하남시의 지역현안 2부지 사업, 감일~초이간 도로개설 공사를 비롯해 시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나 감사결과 지적사항도 적지 않았다. 하남시 관내 4개 보금자리 지구 추진과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유관기관과 최근 1년여에 걸쳐 도로·교통·건축 분야 등에 대한 50여개의 협의내용 중 반영된 건이 8건에 불과했다. 특히 광역교통개선대책(안)에 미사지구 입주로 교통정체가 분석된 황산교차로 및 초이동 교차로 입체화와 지하차도 계획 등 수 많은 협의사항이 반영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권한있는 책임자가 강력히 대응해 나설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지역현안1부지 사업추진을 위해 도시개발공사가 48% 출자하여 ㈜하남마블링시티(AMC)를 2011년 8월 설립한 이후, 사업 진척이 부진하여 자본 잠식…
지난달 24일 인천광역시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시장이 주재하는 ‘2013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행정지원 종합평가보고회’를 열었다. 이 대회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리허설 무대였기에 시와 조직위의 모든 관련부서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편 8일간의 대회기간 내내 흥행실패를 우려했던 언론과 시민단체들도 참석해 이들의 종합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조직위는 인천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자화자찬만을 늘어놓았다. 시는 조직위와의 협조체계 구축문제를 성토했지만 끌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간 시민사회가 걱정했던 조직위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조직운영문제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인천시와 조직위가 대회종합평가 이후 지역시민사회로부터 제안되는 특단의 대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선 인천시와 조직위 간 소통부재라는 구조적 결함을 해결해야 한다. 조직위가 자체역량만으로 모든 대회준비를 하겠다고 고집했다가 자원봉사, 입장권판매, 관중동원 등 사방에서 한계에 봉착하자 뒤늦게 시의 협조를 구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조직위의 인사 및 의사결정구조에서 예견됐다.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인사
지금 세상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은 물론 공직세계에서도 해외연수는 필요하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글로벌 행정, 선진 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백번의 교육보다 단 한번의 외국 선진지 견학이 훨씬 효과가 높을 수 있다. 선진국의 일류행정과 기반시설 등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한 공직자들의 행정 마인드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해외 연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과 함께 지방자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수도 같은 선상에서 동의한다. 실제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경기남부지역 시의회 의장들의 이른바 ‘해외연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일까? 경기남부권의장협의회장인 하만용 화성시의회 의장을 비롯,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이우현 용인시의회 의장, 이희태 평택시의회 의장, 이동재 안성시의회 의장과 각 시의회 소속 공무원 등 모두 15명은 지난달 29일 4박5일 일정으로 몽골 연수에 나섰다. 연수 여행 취지도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견학을 통해 현재 화성시가 유치하려는 자연사 박물관 계획에 참고
광교신도시 초등학교 증설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향후 2부제수업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학생 유입이 급증하여 일시적으로 2부제수업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하지만 21세기에 그것도 첨단 신도시에서 구시대 유물인 2부제수업이 부활된다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지난 1월 국가권익위원회 중재로 증설에 합의했던 경기도시공사, 수원시는 물론이고 증설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경기도, 수원시교육청, 입주민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먼저 수원시교육청은 도와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청사 이전 부지 일부를 활용한 ‘이의8초교’ 신설안을 교육부에 투융자심사를 요청한 잘못을 저질렀다. 2015학년도 개교를 위해 한 해 한 차례인 심사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수원시교육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종 권한을 가진 땅 주인의 승낙도 없이 건축허가부터 신청한 격이다. 중간에 협의 과정이 있었고, 결론만 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도 수원시교육청의 책임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경기도의 애매한 행보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도는 수원시교육청이 5개의 후보지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특히 그 가운데 1
숫자 8은 중국어로 ‘빠(pa)’라고 발음한다. 발(發)의 화(fa)와 발음이 비슷하다. 발은 부자가 된다, 혹은 돈을 벌다의 ‘파차이(發財)’를 뜻한다. 때문에 중국인은 숫자 8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8에 대한 사랑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차량번호뿐 아니라 전화번호도 모두 8자로 된 번호라면 부르는 게 값이다. 중국인들은 개업 기념일이나 결혼식 등 중요한 날을 택일할 때도 8자가 들어간 날을 선호한다. 음식값부터 물건값과 호텔 숙박비까지 88위안, 888위안, 1888위안처럼 8자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8월 8일 오후 8시8분에 시작한 것도 같은 의미다. 물건도 8자만 새겨져 있으면 무조건 산다. 스위스 시계업체가 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해 총 35종의 올림픽 기념 시계를 선보였다. 그중 고유번호가 8번, 88번, 188번 등 8이 들어가는 시계 35개를 모아 8층탑 모양으로 제작한 박스에 담았다. 이 시계 시리즈는 올림픽이 끝난 후 홍콩 소더비경매장에서 14억원에 낙찰됐을 정도다. 인천 용유·무의도에 추진하던 ‘에잇시티(8City)’라는 개발사업 이름도 이 같은 중국인들을 겨냥해 붙여진 것이다. 약 317조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