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는 인간이 공수래공수거임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신던 낡은 구두에 철제 십자가,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장식이 없는 관에 누워 계셨다. 가슴이 찡한 이 영적 지도자의 장례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정치적 암투가 또 벌어졌다. 한덕수와 김문수 단일화 방식을 놓고 국힘의 한 의원이 새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를 거론했다. 이에 한 정치 평론가는 콘클라베가 무엇인줄 아느냐? ‘걸어 잠그다’라는 뜻이라며 말미를 흐렸다. 이 불편한 장면들을 목격한 필자는 콘클라베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클라베는 어원적으로 라틴어 ‘cum clave’에서 유래한 ‘밀폐된 방’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투표 기간 격리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추기경들은 투표 과정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이러한 고립은 교황청회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통해 교황청회의 신성하고 심의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추기경 회의로 정의된다. 이는 고립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영적, 의례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자녀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기념과 축하의 의미로 손목시계를 선물해주었다. 시계는 시간을 본다는 본질적인 의미 외에도 사회적 레벨을 암시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그것은 현재에도 그런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은 시계의 본질적인 용도는 거의 폐기된 것 같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는 시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조정하는 역할까지도 한다. 디지털 시계는 현재라는 한 점을 정확하게 표시해주고 숫자를 그냥 읽으면 되기 때문에 시계 읽는 법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시계는 60초가 1분, 60분이 1시간, 12시간이 반나절, 시침의 두 바퀴가 하루라는 복잡한 진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시계 읽기를 배울 때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3개의 바늘을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계 속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유기적인 관계가 잘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먼저 시계의 3가지 바늘 중에서 가장 쉬임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것은 바로 초침이다. 그들은 한시도 쉴 수가 없다. 비록 연약하지만 초침의 부지런한 족적들이 모여서 분침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몇 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
호숫가 정자에 앉아 있는데 호수를 건너온 아침햇살이 다가와 나를 꼭 껴안는다. ‘이게 자연의 품이겠지! 아니 생전의 어머니 품인가, 떠나간 아내의 체온인가?’ 5월의 아침햇살과 오후의 햇볕의 질감을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연의 품에서 아침햇살의 부드러운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정자에서 일어나 걸었다. 호수를 뒤로 하고 한동안 걸으면 복숭아 과수원으로 이름난 ‘대지’ 마을이다. 그곳 풋마늘의 생명력에도 눈 주고, 마을회관 옆집 꽃밭에서 꽃들에게 눈을 주고 있었다. 그때 꽃집에서 나온 아주머니는 떡국이 든 큼직한 통을 들고 가더니 골목 입구 첫 집 낮은 담의 창문을 밀치고 할머니에게 음식 통을 건네고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 간다. 그래 저 모습이야! 사람 사는 맛이란 담장 위로 음식을 주고받는 정으로 소중한 이웃이 되고 고을 인심이 넉넉해지는 것이지- 생각은 고향에서 살던 우리 집과 이웃 사람들의 얼굴과 인정으로 가슴이 훈훈해졌다.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생각이었다. ‘인생은 부싯돌의 불빛처럼 짧다.’고 했다. 그렇듯 짧은 인생이 왜인지 지루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오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외로움과 다르고 쓸쓸함과도 다
지난해 일본에서 ‘홀로 집에서 사망한 사람’은 무려 7만 602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후 8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일본에서는 ‘고립사’로 표기)의 경우는 무려 2만 1856명이나 됐다고 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일본보다 훨씬 적다고는 하나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4월 1일부터 고독사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총 3378명이었다.(전체 사망자의 1.06%) 2022년엔 3559명, 2023년엔 3661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고독사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2023년 3661명의 고독사 사망자 중 수도권이 1689명(경기도 922명, 서울시 559명, 인천시 208명)이나 됐다. 경기도의 경우 고독사 사망자는 전년에 비해 23%나 급증한 것이었다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우리의 일상 속에는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챙겨야 할 크고 작은 날들이 많다. 특히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이어 성년의날까지 많은 기념일이 있다. 그렇다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기념하는 날도 있지 않을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기념하는 날, 5월 10일은 이를 기념하는 ‘유권자의날’이다. 유권자의날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투표 참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난 201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 최초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원칙 하에 민주적인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기에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한편, 주권자로서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유권자의날을 제정하였고, 올해로 열네 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의날의 주인공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바로 유권자다. 유권자에게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선거가 국가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그 의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후보자는 법을 준수하며 정책 중심의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유권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난 4월 2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의 ‘무임승차설’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개입설까지 논란을 넘어 수습불가의 혼란에 빠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을 위해 여러 단계의 후보 압축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11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서류 심사-1차 컷오프-2차 경선-최종 3차 결선’을 통해 김문수 후보가 확정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치밀해 보였던 경선흥행 카드는 특정인을 위한 ‘쑈’에 불과했다는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경선주자들부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4강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윤석열이 나라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강에 든 후보들은 경선비용으로 최소한 2억씩 냈다”며 “변상한 뒤 후보를 교체하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경선 4강에 들었던 나경원 의원도 “우리가 뽑은 대선후보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축출하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당다운 모습이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나 의원은 발언 도중 눈물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의원은 “차라리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우리 당 후보
일상생활에서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관한 의견을 소통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의 모습이 됐다. 이러한 소통의 수단을 통해서 일상의 유용한 정보부터 같은 아파트나 마을 나아가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허위의 사실의 표명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나 이웃 간에 명예훼손으로 서로 고소하는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사소한 다툼의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역시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표현의 내용이 객관적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중도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도층뿐만 아니라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일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결과(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설문에서 ‘의견 유보’ 응답은 18%였다. 직전 조사(23%)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통계적 오차 범위 내 변화에 불과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응답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견 유보층은 10%에 머물렀다. 정치권은, 현재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후보 선택을 망설이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약속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표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보층과 중도층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이른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