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30년 전, 대선을 앞둔 1992년 12월 11일 김기춘이 부산의 복어요리집인 초원복집에서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지역 주요 기관장 9명을 불러 놓고 성토한 일성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김영삼을 당선시키자”의 수식어구다. "부산, 경남, 경북까지만 요렇게만 딱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지역감정이 유치할진 몰라도 고향 발전엔 도움이 돼",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해" 당시 자리에서 오갔던 말이다. 지금까지도 대표적 정치공작으로 손꼽히는 초원복집 사건이다. 초원복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통일한국당 관계자의 폭로 덕분이었다. 도청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손님으로 위장해 입장한 후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후에 실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죄명은 주거침입죄였다. 반면 식당에 모여 정치공작을 논했던 이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주거침입은 죄명에서도 알 수 있듯 ‘침입’을 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하지만 통일한국당 관계자는 초원복집에 침입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정국이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전 정부와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국회에서 의원과 당직자, 보좌진 등이 총집결한 ‘민생 파탄·검찰 독재’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여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금으로 봐선 남은 정기국회가 식물국회로 치달으며 수사정국이 국정의 상당부분을 블랙홀처럼 앗아갈 것 같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우리의 경제안보 상황에 견줘 보통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에서는 부인했지만 새해 예산안이 연말까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준예산’ 집행이라는 비상 플랜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수사에 대통령실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으로 맞서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정치보복 문제 등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고 또 다른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 연루…
정신생활에 있어서의 일의 중요성은 그 물질적 의미나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의해 판단되어서는 안 되며, 그 선의에 의한 노력의 정도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자 할 때, 지극히 평범한 의무를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는 대신, 뭔가 매우 어렵고 놀라운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 (페늘롱) 자신이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일을 사소한 일이라 하며 하지 않는 사람은 실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알고 보면 그것이 그에게 너무 작은 일이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큰일이기 때문이다. (표치) 너는 일을 완성시킬 의무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너에게 일을 맡긴 신은 너의 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 자신은 하늘이 맡긴 일을, 즉 하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미개하고 야만적인 사람이다. (중국 지혜) 사람은 사색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천에 의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노력 속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괴테) 자신의 ‘자아’를 육체적인 영역에서 정신적인 영역으로 옮긴다는 것은, 의식
“의리? (웃음) 그런데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장동 사기사건의 종범인 유동규 씨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쏟아낸 말을 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이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대장동 주범 의혹이 일고 있는 자들을 향해 자신과 연루된 범죄 내용을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실명을 거론해 그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그의 말에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자신을 손절한,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원한이 깊이 배어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자기성찰도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반전을 보여준다. 이 반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 구조의 중요 요소여서 유동규 씨가 오랜 동안 화제가 될 지도 모른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차용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대장동의 음습함을 거의 사실에 가깝게 그려 화제가 되었던 김성수 감독의 영화 '아수라'에는 없는 캐릭터이자 반전이어서 꽤 매력적일 것이다. 아무튼 반전은 유동규 씨의 과거와 현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그는 대장동 부동산 개발 사기사건의 행동대장 격으로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건 확실하니, 그저 윤 대통령이라 불렀고, 속으론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자라고만 여겼다. 이제 분명히 알겠다. 그는 무도불측한 자다.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무도불측하다는 엄연히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 막되기가 이를 데 없다는 의미. 허구한 날 마누라며 애들을 두들겨 패거나, 노름판에 주색잡기에 골몰하여 집안을 돌보지 않는 자가 있으면 그렇게 불렀다. 사람 같지 않은 놈. 무도불측한 자는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금수만도 못한 자를 지칭하는 단어다. 내가 어릴 적엔 이 말만큼 심한 욕이 없었다. 그는 금도를 모르는 자다. 금도는 襟度라 적고, 남을 포용하는 아량을 뜻한다. 금(襟)은 옷깃 금이다. 우리가 옷깃을 여민다고 할 때, 찬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기도 하고, 순국선열을 기리며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르게 하기도 한다. 금도란 옷깃을 여미는 마음을 가리킨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금도라 부르는 게 아니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하는 도리를 지칭한다. 특히 정치인으로 행세하는 자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 바로 금도다. 그가 무도불측하며
교사는 동네 연예인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학교 근방에서는 사생활이 없어서 나온 말이다. 주말에 학교 주변에서 지인과 밥을 먹거나 돌아다니면 꼭 다음 주에 아이들이 선생님과 같이 밥 먹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자택이 학교 근처였던 어떤 선생님은 집 밖 화단에서 “OOO 선생님~~”하고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지만, 끝끝내 창밖으로 내다보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 가자 아이들이 “선생님 저희가 부르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선생님 집 근처에서 부르면 나오실 줄 알고 열심히 불렀어요.”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이만하면 동네 연예인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다. 앞선 경우 말고도 동네 연예인스럽다고 느낄 때는 ‘맘카페’라고 불리는 지역 커뮤니티에 학교 이름이 오르내릴 때 그렇고, 교원평가라고 불리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기간이 끝나서 결과를 확인할 때 유사 연예인이 된 기분을 느낀다. 기사 댓글을 보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댓글 쓴 사람의 얼굴을 모르는데 누군가는 나를 평가하는 기분은 겪어 본 사람만 안다. 교원평가는 1년에 한번 이루어진다. 학부모, 학생, 동료교사에게 평가 점수를 주고, 서술형으로 응답할 수도
경기도청 모든 부서와 경기도의회가 지난 6월 1일 광교 신청사로 이전했다. 경기도청은 55년 만에, 경기도의회는 30년 만에 팔달산 시대를 끝내고 수원 광교 신청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광교 신청사로 이전하기 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도는 광교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도청사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었지만 재정 상태 때문에 쉽지 않았다. 당시 김문수 전 지사는 이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광교 입주민들이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거세게 항의하자 7개월 만에 사업이 재개됐다. 그러나 다음해 또다시 재정난이 심화돼 다시 사업을 중단했다. 광교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은 물론이고 김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남경필 전 도지사가 취임한 후에도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광교 입주민들의 숙원대로 경기도청사는 광교신도시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말처럼 도청 이전 이후 한숨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옛 도청 주변 주민들, 특히 인근에서 음식점 등을 하는 상인들이다. 지금 도청 인근은 활기가 사라졌다. 공무원과 민원인들로 붐볐던 이뤘던 주변 식당에는 손님이 끊긴 지 오래됐다. 몇 달 사이에 유
자신의 사명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 자체를 통해 자신의 인간적인 가치도 인식한다. 그런데 자신의 사명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종교적인 사람들뿐이다. 황제가 성자에게 물었다. “너는 나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느냐?” 성자가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신을 잊고 있을 때.” 이웃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과 똑같이 느낄 때, 우리는 신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주세페 마치니) 정신지체자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아미엘) 어떤 사람을 악인이라거나 바보라거나 부정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번 경멸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타인에 대한 경멸의 감정에 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인간이여, 자신의 가치를 알라. 지금은 그럴 때이다. 우리는 전혀 잘못 태어난 존재가 아닌데, 달아나 겁을 먹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다. 의연하게 고개를 들어라. 나의 생명은 장식물이 아니면, 그것을 살리라고 주어진 것이다. 나는 어디서든 진실을, 완전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니라, 나의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에머슨) 개인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