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1일 서울 변두리 여관방, 며칠 전 광주 도청 앞 시위로 검거대상 1호로 지목된 전남대 교수 몇 사람이 피신 중이었다. TV에는 ‘폭도들이 광주를 폭도에 장악했고 계엄군이 진압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뒤덮었다. 광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피비린내가 진동할 때, 뉴스를 보던 송기숙 선생이 벌떡 일어섰다. “갑시다. 광주사람들이 다 죽는다는데 우리만 여기서 이럴 수는 없소. 살아있더라도 평생 부끄러운 삶일 것이오. 차라리 가서 같이 싸우고 같이 죽읍시다. 내려갑시다.” 그 길로 3명의 전남대 교수는 전라선 막차를 타고 제 발로 사지로 들어갔다. 시민수습위를 조직하고 활동하다 계엄군에 체포되어 보안사의 모진 고문을 겪어야만 했다. ‘내란죄 중요임무종사’라는 죄명이었다. 소설 ‘녹두장군’의 작가 송기숙 선생이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의 녹두꽃이 떨어졌다. 78년 서슬퍼런 유신치하에서 국민교육헌장이 ‘유신독재의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정책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하고 구속되기도 했던 선생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두 세력에 모두 맞서며 고초를 겪었다. 선생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군사쿠데타 주동
- 포르노와 딥페이크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녀가 등장한 포르노 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온 지구에 공개되고 있었다. 2018년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대담에서 그녀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렇게 하소연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모든 나라에 가서 일일이 다 그 영상을 다 내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러다가는 누구라도 영상조작의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AI를 동원한 이른바 심층조작 테크놀로지 ‘딥 페이크(Deep Fake)’에 대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스칼렛 요한슨은 명백한 영상증거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가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는 오늘날 포르노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기술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영상뿐만이 아니다. 이방카 트럼프와 미셀 오바마가 함께 변태 성행위를 하는 걸 빌 클린턴이 보고 있는 영상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판국이다. 바로 이런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영상도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바 있다. 오바마의 영상이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영상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축제 끝난 이른 아침을 기억하는가. 광란의 밤이 훑고 간 취기 남은 몽롱한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이 갑자기 낯설다. 어깨 비듬을 털며 지하도로 내려가는 사람들, 상가 셔터를 올리고 째지게 하품하는 상인들, 도로를 메워가는 자동차들...... 꿈이었던가. 지난밤이 전생인 듯 하다. 그 생경한 아침의 감정을 말과 글로 풀면 반이나 전할까. 그럴 때 도와주는 음악이 있다. 영화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의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 인생에서 몇 번 안 될 그 생경한 순간의 감정을 넘치게 표현해준다. 영화 ‘흑인 오르페(감독 마르셀 까뮈)’는 1959년에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는 60년대 들어왔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영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겠지만) 80년대 청춘을 보낸 나는, 지난 영화는 볼 수가 없어 심야 라디오를 통해 영화도, 음악도 처음 알게 되었다. DJ가 영화 소개를 장황하게 했는데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의 비극에서 소재를 따왔으며 무대를 브라질로 옮겨 만들었다’ 정도만 기억난다. 음악이 나오자 공기가 달라졌다. 전주에 기타소리에 맞춰 여가수의 허밍이 나오는데 절로 눈이 감겼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옳지 못한 짓 하고 엉뚱한 수작으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속담이다. 매끈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 능숙한 말솜씨의 ‘AI윤석열’은 느닷없는 오리발처럼 낯설고 당혹스럽다. AI은 인공지능이다. 신기술 AI가 매만진 저 윤석열은 윤 후보가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젊은 비단주머니가 너무 나갔나, 저건 사기(詐欺)다. 날조(捏造)다. 신기술 따위 제목 이전에 상식으로 보라. 젊은 여자들을 암소로 ‘출연시킨’, 더러운 서울우유 광고처럼 국민 속이는 짓이다. 그 ‘암소여자 광고’처럼 사과하고 바로 거두어들이는 것이 어떤가. 바카야로(馬鹿野郎 마록야랑)는 ‘바보야’하는 일본의 욕이다. 원래는 중국산(産)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는 요즘 말로 가짜뉴스(fake news)로 풀 수 있다. 사슴을 가리켜(指) 말이라 한다(爲)는 뜻이다. 사전은 ‘사실이 아닌 것을 강압으로 사실로 인정하게 함’이라고 푼 다음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이라고 덧붙였다. 나쁜 짓일세. 진시황 죽은 후 권력을 좌지우지한 내시 조고(趙高)가, 계략을 써서 만든 어린 황제 호해(胡亥)와 신하들에게 사슴을 보이며 말이라 했다. “왜 저게 말이냐?”한 신
인간의 사명은 모든 사람에 대한 봉사이며, 특정한 사람을 위해 일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봉사여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애국심이 이웃에 대한 사랑에 방해가 되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애국심에 희생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처럼, 그리스도교 사회에서 애국심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희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인의 마지막 피난처는 애국심이다. 오늘날 애국심은 모든 사회악과 개인의 추행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조국의 행복이라는 이름 아래 그 조국을 존경할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모든 것을 거부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우리는 애국심이라는 이름 아래, 개개인을 타락시키고 국민 전체를 파렴치한 행위를 하도록 이끈다. (비처)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많은 악을 저지르고, 가족을 위해 더욱 많은 악을 저지르지만, 애국심을 위해서 가장 무서운 잔학행위, 이를테면 간첩행위, 민중에 대한 가렴주구, 비참하기 그지없는 살육의 전쟁을 저지르면서도, 그러한 잔학행위를 자랑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전 세계의 민족들이 서로 교류하고 있는 시대에, 단순히 자기 나라에 대한 편협한 사랑을 호소하며, 언제든지 다른 나라와 전쟁을
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개혁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여당과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놓고 크게 충돌한 후, 언론중재법과 방송법을 포함하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통합 논의하기 위해 국회 내에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는 언론특위 구성에 합의한 후 48일이 지난 11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이어 11월 25일에는 문화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불러 미디어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경청했다. 12월 2일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세미나를 열었고, 6일에는 가짜뉴스 규제와 국민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등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17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개정안 56건, 포털뉴스서비스의 공정성 확보 관련 신문법개정안 18건, 포털사이트나 SNS의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 48건이 각각 계류 중이다. 언론특위는 연말까지 이러한 법개정안을 통합 심
전쟁이 낳는 모든 나쁜 관념, 즉 국가간의 증오, 무공(武功)에 대한 동경, 승리 또는 복수에 대한 갈망 등은, 국민의 양심을 짓밟아 인간 상호의 선의를 ‘애국심’이라는 이름의 비열하고 무분별한 이기심으로 바꾸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허물어뜨리며, 단순히 남의 목을 베려고 하는 야만적인 욕망에서, 또는 남이 내 목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사람들은 지배계급의 발아래 스스로 몸을 던진다. 전쟁에 의해 부추겨진 나쁜 관념은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완전히 왜곡시켜, 교회 지도자들은 신의 이름으로 살인과 약탈을 위한 무기를 축복하고, 대지가 피투성이 시체로 뒤덮여 죄 없는 백성들의 가슴이 슬픔으로 가득 찰 때, 평화의 하느님을 향해 감사의 예물을 드리는 모순을 낳는다. (헨리 조지) 어린이들은 처음 만날 때, 기쁨에 찬 얼굴로 서로 웃으며 호의를 보인다. 대부분의 어른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일원이 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웃 민족을 증오하며, 그들에게 고통과 죽음을 안겨주려고 마음먹게 된다. 사람들 속에 이와 같은 증오심을 조장하여 그러한 잔학 행위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죄가 어찌 무겁지 않을 것인가! “분할하여 통치하라” 이 말속에 모든
월요일 아침 7시부터 8시. 출근 시간대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고 주목도도 높은 시간대다. 지난 3일(월), 이 시간대에 포털 ‘다음’의 뉴스 랭킹 1위는 중앙일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우호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이었다. 7시 전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일보의 생활밀착형 기획기사인 ‘“차 빼지도 넣지도 못하고…” 주차가 괴로운 한국인’을 2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로 그날 뉴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라져야 할 그릇된 관행,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제목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것처럼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이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TK지역에서의 30%에 근접하는 지지율 급등 데이터는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였다. 이 후보가 ‘존경하는 박근혜’ 발언을 한 날은 3일, 전주에서 청년들과 소맥회동 때였다. 시기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낚시성 제목이었다. 다음은 단장취의(斷章取義) 저널리즘 문제다. 전후 맥락이 무시돼 ‘이재명이 박근혜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처럼 독자들을 오인케 한다. 당시 영상을 확인하면, 이 행사에서 한 청
그녀의 아버지는 이 한 단어로 결코 그 고통을 담아낼 수 없겠지만 폭력적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린시절 가족에게 다양하게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방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무서워 떨고 있는 아이가 생생히 느껴졌다. 엄마와 삼남매 모두 그 폭력을 견디며 살아왔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어렸던 그 아이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것이 무서워 대문소리만 나도 벌벌 떨었다. 그렇게 지속된 긴장과 함께 어린시절부터 심한 아토피와 함께 몸이 약했다. 소화가 안되어 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를 가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대변이 막혀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 마주한 그녀는 잠을 잘 못자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시간 해결되지 않은 증상이 한보따리다.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몸이 약해 포기해야 했던 그녀는 그 과정속에 몸과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면서 관련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녀는 “이제 건강해지기만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지만 어린시절의 기억과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랜시간 과민해진 몸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만 인스턴트. 화학조미료가 든 것을 먹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극
Benefit Corporation! 최근 친구의 권유로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著)을 읽었다. 놀라웠다. 저자는 하버드와 코넬에서 15년 넘게 기업의 사회책임론을 가르치는 교수다. 푹 빠져 읽게 된 사연은 좀 거창하다. 인류사회를 종말론적 염세주의에 빠뜨리고 있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1:9의 불평등 세상, 신자유주의의 난폭함, 노예시대와 다름없는 저질 고용시장 등 시대적 난제들을 경영목표로 삼아 이를 해결하고 있는 특별한 그룹에 대한 연구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M IBM 삼성 등 전통적인 기업들은 물론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도 자본가들은 인색한 품삯으로 일을 시키고 그 과실을 독차지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소수 주주들을 巨富(거부)로 만들어주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다. 씨알들은 그 대가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대를 이어 남루와 궁상을 숙명으로 여기는 슬픈 족속이다. 드디어 대안이 출현했다. 비랩(B Lab)이다. 2006년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친구들 셋이 뭉쳐서 중환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세상을 구할 거대담론 끝에 비영리단체를 창립한 것이다. 2007년 비콥을 설립하여,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