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관 앞 /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꽂을 찍는다. //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 계란탕처럼 순한 / 봄날 이른 저녁이다." 이문재 시인의 '봄날'이라는 시인데 봄날처럼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철가방 청년'이 자장면이나 짬뽕 등을 대학에 배달하고 돌아가면서 활짝 핀 목련꽃을 지나칠 수 없었는가 보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찍는다. 그중 몇 장을 누군가에게 전송했을 것이다. 이 시는 간결하지만 결코 간결하지 않다.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매체와 인터넷이라는 관계망을 통한 철가방 청년의 미적 열정이 발산하는 것도 중요한 감상 지점이 아닌가 한다. 청년은 자신이 더 이상 예술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라고 당당하게 선언이라도 하는 듯하다. 발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따르면 사진 예술은 영화와 함께 유일무이한 진본이라는 아우라를 붕
출범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계속 키우면 시장 혼란을 더 난해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재정비 문제와 임대차 3법 등을 둘러싼 예민한 이견들이 논란거리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지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려해 하루빨리 선명하게 방향을 잡아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인수위에서 내놓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약 계획대로 새 정부 임기 내에 질서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의 ‘임기 내’, ‘질서 있게’ 발언은 즉각적으로 시장에서 ‘속도 조절’ 의지로 읽혔다. 당장 1기 신도시에서 ‘새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재건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석열 당선인도 지난 2일 일산을 찾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할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종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적극 지원이 어우러져 푸틴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시아간 가치전쟁이자 경제전쟁으로 성격이 확산되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일치감치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는 편에 서고 있다. 유엔의 러시아군 철수 결의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불순한 의도에서 초래된 전쟁이라는 식으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이 국제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이용하여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전술핵무기 실전배치 의지를 보이면서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25 심야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는 물론 북한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적 언사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
춘추시대 진나라 중군위의 직에 있던 기해(祁奚)가 나이 70에 이르러 고령을 이유로 왕 도공(悼公)에게 사직을 청했어요. 기해를 붙잡을 수 없음을 안 왕은 적합한 후임자 천거를 부탁했대요. 그러자 기해는 놀랍게도, 원한 관계에 있는 해호(解狐)라는 인물을 추천했대요. 도공이 깜짝 놀라 “어찌 원수지간인 그를 추천하시오?”하고 묻자 기해는 “왕께서는 제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원수가 누구냐고 묻지 않으셨잖습니까?”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래요. 20대 대통령선거전 승자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꾸리고 운영하는 중이지요. 초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이 끝나고, 국회가 티격태격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걸 보니 정권 교체 시점이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별로 감동적인 인물을 발굴해내지 못하고도 꿋꿋한 모습인 윤 당선인의 이미지에 만만찮은 뚝심이 흘러넘치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극심한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군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4.9 대선 패배의 내상이 상당히 깊어 보여요. 특히나 0.73%라는 ‘박빙(薄氷)’의 격차가 현실 비수가 되어서 정부 여당의 폐부를 깊이 찔러버린 형국이에요. 패배를…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옆 좌석 안모 집사님이 내 손을 잡더니 말문을 연다. ‘오월은 참 좋습니다. 나뭇잎의 싱싱한 기운도 좋고 짙은 숲의 깊은 느낌- 모두 싱그럽고 시원스러운 빛입니다.’라고. 나는 엉뚱한 그러나 싫지 않은 답변의 인사말을 드렸다. ‘저는 계절의 5월보다 안 집사님의 아들 ’0록‘이의 봉사하는 모습이 더 든든하고 5월의 청년으로서 자랑스럽고 장래가 푸르러 보입니다.라고.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봄이다. 5월의 봄날에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노인들도 젊은 모습이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도 했다. 내 어머니 별명이 ‘앵두’이어서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필 마무리 부분에서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피천득 작가를 영원히 대신할 것이다 박완서 소설가는 《피천득 선생을 기리며》에서 ‘나는 박애보다 편애를 좋아하는데 아마 선생님도 그러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선생님 댁에
인생의 참된 목적은 무한한 생명을 이해하는 데 있다. 사람들에게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인생관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나를 둘러싼 일정한 조건 속에서 나의 삶은 결정된다. 이에 관해 나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을 넓혀가고 있다. 변화 속에 있는 나는 이 세상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에 대해 실증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스스로를 이성적인 존재로 의식할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다른 모든 존재의 삶과 마찬가지로 이성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성적인 삶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은 내 밖에 있는 존재자로부터 온다.” 전자는 지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인간과 세상의 모든 생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래서 그러한 세계관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생각이 끊임없이 난무하지만,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사고는 하나도 없다. 후자의 경우는 인간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일정한 이성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따라 자신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 3~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금리‧환율 3고(高) 속에 적자폭도 3월(1억1500만달러)보다 4월(26억6000만달러)에 더 확대됐다. 2021년 1월4일 108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엔 127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의 개인 GDP는 3만4994달러로 대만(3만6051달러)에 1000달러 이상 뒤진다. 2003년 이후 19년 만의 역전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한때 '늙어가는 호랑이'로 불리던 대만이다. 한국은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 성장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각각 3.1%, 3.4%, 6.3%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만이 이처럼 코로나팬데믹 등 세계경제의 악조건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인데는 TSMC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TSMC는 2019년 11월부터 주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기 시작해 최근 두 기업의 시총 차이가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1차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삼성
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 (생활)문화 특히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4자성어라고도 부르는 고사성어의 주요한 요람이다. 演義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나라의 나관중이 역사를 토대로 지었다.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최근 정치동네 말잔치에 나온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사례 중 하나다. 우선 말뜻부터 풀어보자. 三顧草廬의 顧는 ‘방문하다’의 뜻. 3은 하나 둘 다음, 셋 말고도 ‘많다’는 뜻이니 여러 번 찾아가 뭔가 청한 것이 ‘三顧’다. 草廬는 우리말로 초가집이다. ‘고대광실 기와집’과 대칭되는, 청렴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의 집이다. 보도를 토대로 상황을 그려보자. 유비 현덕이 아우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공명의 사립문 앞을 세 차례 찾아와 경세(經世)의 지혜를 청했다.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를 삼고초려 한 끝에 그가 수락했다.’고 했다. 장제원과 유비가 동급으로 비유의 대상일세. 인군(仁君) 즉 윤 당선자는 제쳐놓았군. 옛 소설 같으면 ‘역모(逆謀)의 싹’일세. 장제원의 현대판 와룡선생(공명)이 사는 ‘초가집’은 어떤 모습이지? 그의 ‘터전’ 김앤장과 수십억(훨씬 더 되는 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