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버스 정류장에 다섯 살쯤 된 어린이가 두 손 포개 기도하고 있었다. 어린이는 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외출 중이었다. 어머니는 두 아들과 한여름 도로 위를 방황하고 있었는데, 어린 둘째는 더위와 피로에 지쳤는지 유아차에서 노곤히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택시를 잡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택시는 흔드는 손에 멀찍이서 다가오다 이내 가속 페달을 밟아 신속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어머니는 유아차가 있으면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아스팔트 도로가 지글지글 끓었다. 그렇게 택시를 몇 대 보냈다. 정말이지 지독한 여름이었다. 한탄을 외면할 수 없었던 큰아들은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럼, 버스 타고 가자 엄마.” 어머니는 유아차가 있으면 버스 기사분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는 수 없이 집까지 걸어가 볼까 하며 발걸음을 떼보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섯 살 어린이의 기도는 이때 시작되었다. “우리 버스 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어머니는 그 모습이 귀여워 미풍이라도 분 듯 웃으며 힘을 내어 집으로 걸어가자 하였다. 어린이의 기도를 들었을 신은 (그가 누구이든) 분명 인간 세상을 가엾게 여겼을 것이다. 우습게도 나
경기신문은 24일자 인천판 1면 ‘헛바퀴만 도는 소각장 확충 사업’ 기사를 통해 인천의 자원순환센터(소각장) 확충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천시는 오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10개 군·구와 협의회를 통해 소각장 확충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송도소각장이 있는 남부권(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을 제외, 북부권(서구·강화), 서부권(중구·동구·옹진군), 동부권(부평구·계양구) 등에 소각장을 확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로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는 소각장 확충사업을 군·구 주도로 전환한 이후 협의회를 구성해 소각장 확충 논의를 해오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시와 군·구 간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을 떠안은 10개 군·구가 최근 민간소각장 활용이나 생활폐기물 감량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시는 여전히 기존 원칙하에 협의를 우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대안 가운데 하나는 민간소각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인천에는 서구·남동구·중구에 민간소각장 6곳이 있다. 이들을 활용하면 하루 1500톤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부지선정문제로 골치를 썩을 필요도 없다. 그런
찾아낸 약(藥)은 생각이다. 오랜 실패 끝에 터득한 처방이다. 생각으로 생각을 덮고, 생각으로 생각을 지운다. 덮고 지우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들린다는 생각마저 사라지게 된다. 아니 망각하고 만다. 들리는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 도망쳐서, 들림에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것.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내게는 그것이 기쁨이다. 들리지 않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선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기쁨도 따라서 멈추고 만다. 기쁨이 멈춘 자리에 남는 건 소리다. 풀벌레 울음 같은 그 소리. “찌르르르.” 헤아려 보니 벌써 이년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귀울림(耳鳴)에 시달리고 있는 게. 귀를 막으면 도리어 또렷해진다. 없는 소리를 있는 것처럼 지어내서 들려주는 녀석의 정체는 뇌(腦)다. 왜 그러는지 첨단 의료 장비도 알지 못한다. 없는 소리 때문에 하루가 기울어설까. 언제부턴가 어지럼증까지 도졌다. 귀울림과 어지럼증이 합세하는 날이면 하루가 지옥 같다. 간신히 살아낸다는 표현이 적확하리라. 간신히 길을 걷고, 간신히 글을 썼다. 이러다 영영 뛰지 못하는 건 아닌가.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운동장을
‘벼룩이 간을 내어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푼돈을 뜯어 먹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골라 등쳐먹고 사는 독버섯 같은 부류를 빗댈 때 사용한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벼룩의 자기 제한을 검증한 이색적인 실험이 있다. 벼룩이 몇 마리를 빈 어항에 넣는다. 어항의 높이는 벼룩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정도다. 그다음에는 어항의 출구를 막기 위해서 유리판을 올려놓는다. 벼룩들은 톡톡 튀어 올라 유리판에 부딪힌다. 그러다가 자꾸 부딪쳐서 고통을 느껴 유리판에 닿지 않을 만큼만 튀어 올라가도록 스스로 도약을 조절한다. 한 시간쯤 지나면 단 한 마리의 벼룩도 유리판에 부딪히지 않는다.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까지만 튀어 오른다. 그러고 나서 유리판을 치워도 벼룩들은 마치 어항이 여전히 막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제한된 높이로 튀어 오른다. 대상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유형의 또 다른 실험이 있다. 그것은 사나운 이빨을 가진 파라냐(piranha)에 관한 실험이다. 남아메리카 등지의 강에서 서식하는 피라냐를 큰 수족관에 넣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피라냐에게 먹이를 준 후, 한쪽에 몰리면 수족관의 가운데를 유리판으로 막는다.
과거-현재-미래를 이르는 다른 이름인 어제-오늘-내일 중 하필 내일만 한자로 된 말이어서 늘 얘깃거리가 된다. 그 來日은 ‘온다’는 뜻의 한자 래(來)와 해(태양)를 이르기도 하는 말인 ‘날’ 일(日)의 합체다. ‘내일’을 대신할 ‘하제’란 말이 최근 젊은이들의 생활언어로 펴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순수한 우리 토박이말을 찾아 복원하는 일은 의미 있다. 이 말은 고려 때 중국 사람이 쓴 고려 말(언어) 교본(계림유사)에 명일왈할재(明日曰轄載)라는 대목을 주목하여 우리 언어학이 찾아낸 것이다. 고려시대 당시 내일(의 발음)이 ‘하제’였다는 것이 문자학자 故 진태하 교수의 연구결과다. 저 대목은 ‘고려 사람들이 명일(明日 내일)을 ’할재‘라고 하더라(曰 왈)’는 중국 사람의 기록이다. ‘할재’의 당시 중국말 발음이 ‘하제’였다는 것이 진 교수 연구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고려 때 사람들은 내일은 하제라고 했다, 즉 당시 내일 뜻의 우리말(발음)은 하제였다는 것. 소리를 표시하고자 활용한 말이니 ‘할재’의 의미를 따지는 건 의미 없겠다. 비슷한 말이 또 있다. ‘하제’와 발음이 비슷한 ‘아제’가 ‘내일’의 원래 우리말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교육부의 강도 높은 ‘종합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학교폭력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더욱이 ‘킥보드 셔틀’은 물론, ‘카카오톡 빼앗기’, ‘딥페이크’ 등 신종 학폭이 급증하면서 학교 사회에 번지는 폭력 문화는 점점 더 지능화, 고도화하고 있어서 한걱정이다. 이쯤 되면 처벌만을 강화하는 채찍 요법만으로는 학폭 근절은 요원한 헛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 사회의 헝클어진 데카당(퇴폐·타락) 문화를 척결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이들의 비뚤어진 가치관부터 바로잡을 특단의 대책이 갈급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 1400여 건으로 전년 대비 약 3500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1만 6155건으로 학생 수가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학생 또는 학부모가 학교에 신고한 건수만 집계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학교폭력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7월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 개정을 통해 강도 높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학교폭력 가해·피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아테네 출신의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크레타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당시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다이달로스를 환대했고,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생활 중 노예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게 된다. 이후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간음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식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달로스가 파시피에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미궁을 만들게 시켰다.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라는 이름의 미궁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둔다. 하지만 미궁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미궁 속에 가둬놓고 해마다 아테네의 소년과 소녀 각 7명씩을 미궁에 던져줘야 했다. 죄 없이 죽어가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제물의 틈에 끼어들어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였다. 이때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진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빠져나오는 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했고, 다이달로스는…
병원에 들러 해열제와 기침약을 받아 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추석 연휴 동안 낮에는 괜찮다가 아침과 저녁이면 열이 오르고 기침하는 아이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집에 두었던 이 약 저 약을 꺼내 보이며 아이에게 먹이자 강권했다. 아직은 병원에서 받은 약이 있으니까 집에 돌아가면 병원에 가보겠다고 둘러댔다. 괜찮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이번 감기는 폐렴으로 갈 수 있으니 병원을 다시 오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있었기에 속으로 걱정을 했다. 연휴 마지막 날 동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이 이름은 대기 번호 80번에 떴다. 오전 진료만 하니까 더는 접수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지 않냐는 숨죽인 소리가 접수대에서 들렸다. 대기 번호가 100까지 늘고 있었다. 복도까지 대기 환자가 서성였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묻는 건 소용없게 느껴졌다. 문 연 다른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인근 병원 세 곳을 들렸고, 다른 동네까지 가서야 30분 대기하면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병원이 있어 다녀왔다. 정부는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9월 25일까지 2주간 운영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응급의료 체계 유지에 소홀함
2024년 여름은 무더위로 지루한 긴 여름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다. 지친 몸을 보충하기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보양식을 많이 생각한다. 복날에 먹는 ‘삼계탕’이 대표적일 것 같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몸이 기억하는 습관일까? 많은 사람들이 복날에 유명한 삼계탕집에서 긴 줄서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의 술에도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 술빚기가 가능할까의 호기심에 우연히 여러책에 등장하는 술을 보게 되었다. ‘동의보감’ ‘임원경제지’‘김두종본양생서(金斗鍾本養生書)’등에 기록되어 있는 술 중 ‘녹두주(鹿頭酒)’가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을 부쳐먹는 녹두가 들어간 술인가 생각했었는데 만드는 법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술을 빚을 때 쌀, 누룩, 물이 들어가는데 물 대신 사슴의 머리를 푹 끓인 물이 들어간다. 어떻게 이런 재료로 술을 빚을 수 있을까? 특히, 술에 파나 전초를 넣어 함께 빚으면 허하고 소갈(당뇨병)이 있고 밤에 귀신 같은 것이 헛보이는 데 약효가 있고, 정기(精氣)를 돋운다는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다른 기록에 호골주(虎骨酒)는 호랑이의 앞 정강이뼈를 구워 빻아서 누룩, 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 따른 대책이 시급하다. 조발성 치매(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 환자 증가에 따른 치매 정기적성검사 개선 또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시행하고 있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정도의 대책을 넘어 더 강력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다. 조발성 치매의 경우도 발병정보가 즉각 반영될 수 있는 면허관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9년 14.5%였던 비율이 2023년에는 20%로 급증했다. 그러나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 비율은 저조하다. 2021년 2.1%에서 2022년 2.6%, 2023년 2.4%로 높지 않다. 경기도의 경우도 지난해 자진 면허 반납 비율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는 시력 저하와 반응속도 둔화 등 노화로 인해 긴급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여의치 않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자진 면허 반납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리얼미터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