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론은 불가분이다. 정치인은 언론보도 한 줄에 웃고 운다.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 냈다. "얼마 전에는 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일한다는 가짜뉴스를 내보내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BTS까지 정쟁 도구로 끌어들였다"며 "선을 넘어도 한 참 넘었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가 언론인지 정파조직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며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언론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휴지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심각하게 되새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7월 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의 ‘백제 관련 발언 질문’에 답하면서 김 앵커를 향해 “중앙일보 기자가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못 알아들으세요?”라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중앙일보 편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고발사주’의혹과 관련해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을 구분했다.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자 “정치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소속 시설관리주무관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본보 5일자 1면) 유족들은 직원들의 지속된 따돌림과 상사의 방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인은 지난 2일 안성시의 한 폐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일 이곳으로 불러낸 센터장(과장)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왜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닌 폐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까. 게다가 안성경찰서 정보관은 왜 동행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센터장을 만난 그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을 못하고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직장 내 따돌림 문제로 상사인 센터장에게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으로 ‘4개월 지나도록 면담 한 번 안 한 과장님! 과장님이 저를 죽이는 겁니다’ 등 간절하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처럼 부하직원이 손을 내밀면서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왜 응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전시에서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는 지면이 아까워 생각하고 생각하다 삽입한다. 저녁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H 회사 대표 금천(錦川)과 한정식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무렵 나는 말문을 열었다. 이 고장 원로 언론인이 낸 산문집 『흔적』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의 글을 아래와 같이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의 서사이다. 저자로서 전 언론
부는 우리에게 결코 만족을 주지 않는다. 부가 늘어남에 따라 욕망도 커지기 때문에, 부가 크면 클수록 욕망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우리의 재물욕에 적당한 한계를 두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그 점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떤 사람의 절대적인 크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크기, 즉 그 사람의 욕망과 재산의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재산 그 자체는 분모가 없는 분자처럼 지극히 의미가 적은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한 적이 없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필요 없는 것은 없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런 반면 그 사람보다 백 곱절이나 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법이다. (쇼펜하우어) 좀 더 재산이 있었으면 하는 기분이 들 때는 즉시, 실은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고쳐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히텐베르크) 조금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다. (세네카) 욕구를 적게 가지고, 그 적은 욕구도 스스로 충족시키며, 모든 기회를 이용해 얻으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고자 하는…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를 끌어다 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는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공포물, 게임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소외된 자들의 서사, 화려한 무대장치, 컬러와 도형이 주는 상징 등 어느 것 하나를 뽑아 즐겨도 부족함이 없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조롭고,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훌룽한 예술 작품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가 아닐까? 어떤 사회적 요소가 깃들어 있기에 드라마에서 재구성을 했고, 이질적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차용된 놀이를 들여다보면 윤곽이 잡힌다. 놀이에서 지면 혹독한 결과가 따른다.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등의 경우 지는 쪽은 자신의 것을 빼앗겨 빈털터리가 된다. 오징어는 드라마에서 "육체적이며 폭력적"이라고 말했듯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죽는 건 예삿일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2-300여 년 전이었다. 민중(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민중의 지배, Democracy)가 18세기경에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부르주아 세력의 부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지배자라는 의식은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위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민주주의라는 오래전의 정치체제가 복권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왕정을 거부하면서 등장했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서 국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과 권력의 중심이 의회로 넘어갔으며,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비로소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었고, 미국은 1776년 독립혁명을 통해서 본격적인 민주주의의 정신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늘의 민주주의의 가치인 인간에의 존엄과 자유, 평등, 정의, 박애, 인권, 관용 그리고 인류애까지 모두 오랜 시간에…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는 등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불법 유통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씁쓸한 소식이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편법·불법을 동원해 공유되면서 중국인들은 공짜로 즐기고 있다는 뉴스다.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관이 모두 나서서 중국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오징어 게임’은 5일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822포인트를 기록하며 12일째 1위를 유지했다. 덴마크, 인도네시아 등 8개 국가를 제외한 75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기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오징어 게임’ 해
피시 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이텔과 천리안을 필두로 나우누리, 유니텔 같은 업체들이 가담하며 1세대 온라인 문화의 지평을 열었다. 고등학생의 때를 갓 벗어던지고, 서서히 대학이란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무렵, 내게 피시 통신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종 동호회부터 채팅방까지 매일 온라인에 접속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리고는 이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각 피시 통신 서비스 안에는 음악 관련 동호회들이 많이 있었다. 록, 재즈, 힙합,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사진 한 장을 공유하려면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와야 했을 정도로 극악의 통신 속도였지만, 신세계를 접하는 데 있어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에 늘 귀를 기울였고, 나 역시 정보를 공유하며 그 피드백을 즐겼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지금과는 달리, 각자의 보물을 조금씩 꺼내 놓으며 주목을 받는 재미 역시 한몫했다. 종종 오프라인 모임도 하게 됐는데, 헤비메탈 공연 감상회 같은 취지의 모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음악 감상하기 좋은 바를 빌려 서로 가져온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