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31일 ‘공정한 세상을 향한 정부의 결정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정부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개정령안은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할 때 관리사무소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올해부터 새로 아파트를 지을 때 경비원, 미화원 등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냉방설비의 배기장치(에어컨 실외기)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 공간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미화원 등 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주택건설기준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주택이 건설된 이후 입주자 대표 회의를 거쳐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는 2018년 경기도청사와 산하 공공기관의 경비원과 청소원 휴게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긴 데 이어, 2019년부터는 경기도시공사 시행 아파트에도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을 설치토록…
의정부시가 새해 벽두 ‘미군기지 조기 반환 촉구’라는 칼을 뽑았다. 새해 첫 업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시무식을 폐쇄된 미국기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 정문에서 열어 결기를 보였다. 올해 이 문제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안병용 시장과 시, 그리고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시무식은 짧게, 결의대회는 강하게 진행해 더욱 그렇다. 배경에는 지난해 말 미군기지 즉시 반환 대상에서 의정부시를 제외한 정부의 발표가 있다. 자칫 다른 지역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시장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의 수위는 높다. 요악하면 실망만 돌아왔다. 의정부 시민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깊은 서운함을 담고 있다. 약간의 배신감도 드러냈다. 안 시장의 성명서 내용을 직접 옮기면 이렇다. “국가안보라는 높은 가치에 종속돼 그동안 엄청난 희생을 강요받았고 미군들이 떠난 지금도 여전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력한 행동을 전개할 것이다”다. 정부의 발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희생에 따른 당연한 보상
어떤 정책이 장기간 시행되면 흐지부지해지거나 변질·왜곡되기도 하지만 절실한 것이면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된다. 1980년대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연수도 적절한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 연수는 1990년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연수에 단골 강좌가 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주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전문연수로 추진되었고 마침내 연차적으로 순번을 정해놓고 그 대상자를 차출했는데 연수 결과가 일일이 등재되어 모면할 방도도 드물었다. 연수 내용은 간단한 문서 작성을 통한 단축키의 기능 설명 등이 중심이었고 아직 컴퓨터가 전면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어서 해를 거듭할수록 답보적인 경향이었으므로 따분할 때가 많았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단축키의 기능들은 상대하기조차 싫어서 어떤 핑계를 대면 빠질 수 있을지 온갖 궁리를 다했다. 허구한 날 뭘 하겠다고 별 소용도 없는 타자 연습을 하고 F1, F2, F3…을 암기하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돌연 PC(personal computer)가 앞앞이 배당되었다. 한동안 책상 위에서 덩그러니 자리만 지켰지만 그것도 한 때여서 곧 너도나도 부팅을 시작했다. 주로 문서작성이긴 해도 재미…
경자년(庚子年) 흰쥐띠해가 밝았다. 땅의 기운을 담은 12지와는 달리 10간은 색상과 방위, 그리고 자연의 기운을 상징하는데 5가지의 색으로 나누어진다. 청색(갑·을), 적색(병·정), 황색(무·기), 백색(경·신), 흑색(임·계)로 구분되니 경자년(庚子年)은 백색의 쥐해가 된다. 한 해가 시작되면 각 직장마다 신년하례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 신년 하례식(新年賀禮式)은 새해를 맞이함을 서로 축하해 예를 차리는 의식이다. 직장을 다녀본 사람들은 으레 해마다 이 신년하례식을 통과의례처럼 치르게 된다. 오래하다 보니 무감각해져 이걸 왜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이색적으로 치러지는 이벤트가 겸해지기도 한다. 무술년(戊戌年)이던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모 정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는 ‘이색적으로 책과 함께하는 신년하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당 대표가 독서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직접 읽은 추천도서를 모아 복지단체 및 군부대에 기증한다고 밝히며 하례식을 치러 화재가 되기도 했다.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모 대학에서는 ‘福 나눔’ 이색행사를 했다. 아시아권 각 나라의 전통선물을 통해 새해 ‘복(福)’을 나
올해부터는 만 18세 청년들도 대통령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국회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3학년인 만 18세 학생도 투표권을 갖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만 21세였다. 그 후 1960년 만 20세, 2005년 만 19세로 낮아졌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 살을 내려 만 18세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18세 선거권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조는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18세부터는 성인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5개국이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국가였다. 나머지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는데 이번에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서는 만 18세에 혼인을 할 수 있다. 군대에 입대할 수 있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으며 공무원시험도 볼 수 있다. 18세부터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감상해도 된다. 음주와 흡
한 햇동안 조직의 방향은 장(長)의 새해 다짐에 고스란히 깃들어있다. 그 다짐이 담겨있는 것이 ‘신년사’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년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년 경기도가 헤쳐나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신년사에서 크게 다섯가지를 약속했다. ▲공정사회 완성 ▲평화시대 준비 ▲도민복지권 보장 ▲상생 경제 선순환구조 확립 ▲도민 생활환경 개혁 등이다. 지금처럼 잘 하리라 믿지만 무언가 아쉽다. 장애와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이 빠져서다. 백번 양보해 장애정책은 ‘도민복지권 보장에 녹아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뒷전이다.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말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이 분야에 배치된 인력들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듯 싶다. 물론 도지사와 그 측근들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 지사와 측근들에게 묻고 싶다.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논외(論外)로 취급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다. 문화와 예술을 변방으로 취급한다면…
언젠가부터 눈을 감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이 힘들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 그냥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눈꺼풀을 닫는 것 이상으로 눈을 감는 행위는 생각을 확장시킨다. 생각은 추억과 사람을 소환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눈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인관계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눈맞춤이다. 눈을 보면 상대의 기분이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눈은 눈물로서 또는 눈을 감음으로써 힘듦을 표현할 수 있다. 입은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눈맞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적인 단계로 사회심리학분야에서는 이 눈맞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되어왔다. 심리학자 메러비안은 소통을 위한 상호작용에는 말과 같은 언어적인 것과 손짓, 표정, 눈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것이 있는데 우리가 상호작용을 할 때 의외로 비언어적인 수단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일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도 함께 받아 조선은 문인의 나라였다. 따라서 무인의 졸기(卒記)가 ‘실록’에 실리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완의 경우는 달랐다. ‘실록’에 그의 졸기가 죽기 전에 올린 상소문과 함께 실려 있다. 그가 훈련대장을 거쳐 우의정까지 역임했기 때문이다. “삼가 살피건대, 이완은 쇠퇴한 세상에 불쑥 솟아오른 하나의 인재였다. 인조 때부터 군사를 잘 처리한다고 이름이 났었다. 효종 초기에 구인후를 대신해 훈련대장이 되었는데 사나운 병사들이 굴복하여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였다.” -우의정 이완 졸기 중에서 “이날 도성의 모든 백성들과 각 병영의 군교들이 모두 달려와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류혁연의 행장 중에서 경신환국(1680)으로 역모에 몰려 류혁연이 사약을 받았을 때의 모습이다. 류혁연은 10년 뒤 복권되어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이처럼 이완과 류혁연 모두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장수였다. 그렇다면 장수로서의 이완과 류혁연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실록’과 ‘승정원일기’를 살펴보면 두 사람 모두 병법에 해박하고 기사(騎射)를 비롯한 무예 실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완은 자신이 타는 말의 먹이를 손수 줄 정도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는 더욱 붉다. 경자년(庚子年) 첫 아침 해도 마찬 가지였다. 올해도 유난히 새롭고 반가웠다. 붉은 해를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소박하지만 소중한 소망을 빈다. 걱정과 근심을 떨쳐 보내고 새 다짐도 한다. 시인 박두진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고 노래했다. 새해를 맞는 우리의 설레는 마음을 어서 보듬으라고. 새해를 맞은 마음가짐은 다르다. 크고 작은 결심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그 결심은 시인 정채봉이 읊은 ‘첫마음’ 같아서 더욱 그렇다.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학교에 입학하여 새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 첫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기쁨으로 맞는다면/여행을 떠나는
옛날 어느 숲속에 돼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새끼돼지가 혼자 산책길에 나섰다. 눈앞에 샘터가 보였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라 샘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시간 가까운 숲속에서는 호랑이가 사슴 한 마리를 포식하고 있었다. 배부른 호랑이는 목이 말라 근처 샘터로 찾아갔다. 호랑이가 가까이 오자 물을 마시고 있던 새끼돼지는 공포에 얼어붙었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숨을 죽인 채 호랑이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다. 배부른 호랑이는 새끼돼지가 눈에 차지 않았다. 그냥 물을 마시고 샘터에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새끼돼지 눈에는 호랑이가 자신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저것 봐라, 호랑이도 별 것 아니구나. 새끼돼지는 용기백배하여 호랑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이 자식 나하고 한판 붙자.” 호랑이가 뒤돌아보니 새끼돼지가 겁도 없이 눈을 부라린 채 으르렁거리는 것이었다. 호랑이는 하도 우스워서 지나가는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래, 오늘은 배가 부르니까 내일 정오에 이곳으로 오너라 상대해 줄게.” 그리고 호랑이는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새끼돼지는 기고만장했다. 그길로 가족들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호랑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