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동차의 마그네슘(100%), 2차 전지의 망간(99%), 반도체의 산화텅스텐(94.7%) 등 대중의존도가 80% 이상인 주요 품목이 185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 2년전 일본의 불화소수로 홍역을 치렀다. 앞으로 제2의 불화소수, 요소수 파동이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올라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국도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3.5%로 역대 최고치다. 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에 3%대(3.2%)로 10여 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주 휘발유 주간 평균값은 7년 만에 1800원대로 올라섰고 정부는 유류세를 낮췄다. 코로나19에 맞서 양적완화 정책을 펴온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가고 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도 물가상승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요소수 파장부터…
꽃 속이 따뜻하다. 너무 아프면 세상이 다 꽃으로 보여 천지간 온통 꽃 아닌 것 없으니 /이승희, 푸른 연꽃 인적 드문 사막에 숙소를 잡고 매일 느린 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면 브라만 사원이 나왔다. 거기서부터 작은 사원과 신전, 상점이 즐비한 바자르가 이어졌다. 사원 주변에는 걸인들이 우글거렸다.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독요법인 ‘판차카르마(Panchakarma)’에 참여하고 있던 때였다. 내가 머물던 푸쉬카르는 “푸른 연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었다. 생명의 여신 사비트리와 지혜의 여신 가야트리가 지키는 사막의 성지라고 한다. 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무기력과 우울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몸과 영혼이 길거리 걸인들처럼 누더기였다. 어느 날 기도를 드리고 나오다 한 사람에게 돈을 주니 그걸 본 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자기한테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심지어 "쟤는 주면서 나는 왜 안주냐? 공평하지 않다"며 따지는 걸인도 있었다. 그들은 ‘나는 너에게 선(善)을 쌓을 기회를 주는 거야’라는 듯 당당했다. 구걸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최소한의 돈을 준다. 그런 적선 행위를 비판
문재인 대통령의 ‘개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언급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를 다시 한번 들췄다. 이에 따라 이런 논란의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찬반 양측의 논란’ 식의 보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표현이 등장한다. 관련 부처 역시 굳이 임기 말 대통령 언급에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고,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남북평화 문제나 한반도 종전선언, 내지 검찰개혁 사안마저 여당과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 호응이 없어 흐지부지 되는 상황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식용에 대한 대통령 언급이 있다 보니 여야 대선후보들의 입장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개고기 금지를 분명히 하면서 육견협회 등 찬성 측과의 대타협을 통해 개식용 종식을 정리할 것을 공언하였고, 야당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반려견과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후자의 발언은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이 종종 취하는 논리로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서 K-Pop과 오징어게임 등 국제사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왜곡된 견해다. 이미
삶은 꿈이고, 죽음은 깨어남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태어나기 전에 죽었고, 죽을 때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 한번 죽었다가 다시 숨결이 돌아와,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을 가사(假死)라고 하는데, 죽었다가 새로운 육체의 기관들을 가지고 다시 깨어나는 것이 태어나는 것이다. (리히텐베르크) 사라지는 생명과 그 뒤에 나타나는 다른 생명은, 단순히 약간의 변용을 통해 존재양식을 바꿨을 뿐 결국 동일한 존재이며, 따라서 개체 자신에게는 잠인 것이 그 개체가 속한 종에 있어서는 죽음이 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설사 영혼은 불멸이라고 믿는 내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역시 나는 행복하고 내가 틀린 것에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나에게 이토록 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과, 이토록 충실한 만족감을 주는 그 신념을 나한테서 빼앗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키케로) 죽은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물음은 물음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죽음 뒤의 세계를 얘기하는 것은 시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죽음과 함께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 초월을 하게 하는 것은…
처음으로 6학년 담임을 하고 놀란 점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사실이었다. 첫 미술 수업 때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에게 이미 선생님이 그림을 얼마나 못 그리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약간의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대다수가 잘 그린다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리는 방법과 순서를 정확히 알려준다면 아이들이 찰떡처럼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내가 가진 주지 교과 관련 지식이나 체육, 음악의 실기 기능은 교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임용고시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장한다. 다만 미술 실기만큼은 도무지 자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초, 중, 고, 대학 내내 미술 실기에서 낙제점을 겨우 면한 상태로 졸업했다. 사실 낙제인 적도 있었을 거다. 초등학교 때는 찰흙으로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제출했는데 찰흙에 장난을 쳤다고 선생님이 혼내셨다. 중학교 때는 미술 선생님이 내 수묵화를 친히 찢어버리시고는 본인이 직접 그려서 하사하셨다. 고등학교 때는 미술이 선택과목이라 빼버렸고, 대학에서는 몇 시간 내내 그린 풍경화를 보고 교수님께서 “나무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말
수원시가 11월 한 달간 ‘SNS 동물등록 인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등록률을 높여 반려동물의 유실·유기를 막기 위해서다. 반려견·반려묘 몸 안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을 한 수원시민이 대상이다. 내장형은 목걸이로 된 외장형 칩보다 훼손·분실 위험이 적고, 반려견 유실·유기 예방효과도 높다. 수원시 공식 블로그 등에 올라온 ‘2021년 수원시 SNS 동물등록 캠페인’ 게시물을 선택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한 시민 중 추첨을 통해 강아지 또는 고양이 간식,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 수원시의 이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돼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돌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시는 캠페인과 함께 ‘동물등록제 비용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동물등록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진료·상담비(1만 원 이내)만 부담하면 내장형 방식으로 동물을 등록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도 지난 제355차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동물보호 조례 개정안’을 의결, 이달 2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동물학대 방지와 유기동물 보호 등 동물보호·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동물복지계획 수립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유실·유기동
-<펜타곤 페이퍼>, 그 기만과 공화국의 위기 “거짓, 기만, 정보의 의도적 왜곡과 조작, 그리고 아예 대놓고 하는 거짓말이 정치적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합법적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이제 진실은 정치적 덕목이 더는 아니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한나 아렌트가 쓴 <공화국의 위기(Crises of the Republic)>의 한 대목이다. 이렇게 거짓말 정치가 팽배하는 것은 현실정치에서는 거짓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짓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보다 더 설득력있게 들리고 이성에 대한 호소력이 강력하다. 거짓말을 하는 쪽은 그걸 듣고 있는 이들이 무엇을 듣기 원하는지를 이미 잘 알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을 듣는 쪽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말을 듣기 때문에 기획된 거짓을 신뢰할 만하다고 믿어버리고 만다.” 한나 아렌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1971년 미국의 월남전 비밀공작을 밝힌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가 폭로되면서 미국 정치의 기만이 확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
첫눈이 내렸다. 감정은 나이 들지 않는다고 하던가. 첫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사람 되도록 걸었던 스무 살로 돌아간다. 첫눈 오면 내 어린 시절부터 청춘시절까지, 라디오와 거리의 음반가게에서 종일 틀어대던 노래, 프랑스 샹송 가수 아다모(Salva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가 환청처럼 들린다. 고등학교 불어 시간에 처음 들었던 샹송도 아다모의 그 노래였다. 팝송보다 샹송에 더 빠졌던 그때, 에펠탑 아래에 샹송을 들으며 앉아있는 꿈을 꾸곤 했다. 코르시카를 듣지 않았다면 지금도 프랑스 노래는 샹송으로만 알았을 것이다. 노래가 넘쳐나는 세상, 대개의 노래는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 뜨는 새처럼 귓가를 맴돌다 멀어진다. 그런데 심장으로 직진하는 노래가 있다. 페트루 구엘푸치(Petru Guelfucci)의 코르시카(Corsica)가 그랬다. 지중해에 떠있는 프랑스령 섬, 코르시카. 나폴레옹과 콜럼버스가 태어난 곳이며 스페인 카탈루냐처럼 분리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지엽적인 곳의 지엽적인 역사로 알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스럽고 웅장하면서도 비애 서린 페트루 구엘푸치의 목소리를 듣고서 노래 제목이면서…
우리가 도덕적 완성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인생의 법칙이다. 아예 실천이 불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도덕률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원래 이기주의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색하고 음탕한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마음속 깊이 느끼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줄 것이다. (솔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네가 지금 그대로의 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대답하리라. 너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가능한 한 자타의 이기심과 무관심의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를 그만두고 비록 위대하지는 않지만 청정한 영혼의 소유자가 되는 일이다. 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영혼의 흔적이나마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 형제들이여!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내면에 영혼과 양심을 눈뜨게 하고, 우리의 게으름을 성실로, 생명 없는 돌 같은 심장을 살아 있는 그것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무한한 선의 계열을 조금이나마 확실한 일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