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 5월 그믐에 정조는 교시를 발표했다. 오회연교(五晦筵敎)였다. 앞으로 본격적인 개혁정치를 하겠다는 정조의 야심에 찬 선언이었다. 재위 26년 만의 결단이었다. 즉위 초 조정은 결코 그에게 호락치 않았다. 권력을 장악한 노론세력은 아버지의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정조에 우호적인 남인과 소론은 미약했었다. 그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 정조는 스스로 부하를 만들어 써야 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초계문신(抄啟文臣)이었다. 과거 급제한 자들 중 당파색이 옅은 젊은 인재를 선발해 규장각에서 3년 동안 특별교육을 시킨 후 관직에 나가게 한 것이다. 그들과 함께 정조는 조선 후기의 찬란한 진경문화시대를 열었다. 중국 일색의 문화를 조선중심으로 바꾸었으며 실생활에 적합한 실용적인 정책들을 개발해 위민정치를 실시하였다. 사병화되고 있던 오군영을 대신한 장용영이라는 조선 최강의 군대를 육성해 자주국방의 초석을 놓았으며, 신해통공을 반포하여 누구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수원 화성을 건립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득권 세력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수도 한양을 천도할 구상까지 했었다. 심지어 그는 즉위하자마자 노비추세관을 폐쇄하는 등 장차 노비해방까지도 구상했었다.
영국의 런던에서 열린 G7 주요7개국 외에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초청으로 외교장관회의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하며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의 중국의 진출을 비판하고, 규범에 근거한 질서를 훼손할 수도 있는 일방적인 행동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리고 홍콩정세, 신장위구르자치구 및 티베트에서의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에 대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도록 촉구했다. 또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명기하고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 했으며, 타이완이 WHO 세계보건기구 연차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또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이 있다며, 국제적으로 경제적 역할에 걸 맞는 의무와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의 지배 등에 입각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남아국가연합과 협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금년의 외교장관회의에서는 각국의 외교장관이 중국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지적함에 따라, 공동성명도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는 내용이다. 또한…
토고(Togo)는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곳 역시 기본소득이 싹트고 있다. 토고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고자 연대보편소득(revenu universel de solidarité)을 긴급히 내 놓았다. 이는 기본소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8-5-5. 이 숫자들은 토고의 수도 로메(Lomé) 거리의 판매상들, 재봉사들, 요리사들이 코로나 정국에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직업을 잃은 여인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이 세 숫자를 누르면 연대보편소득을 받게 된다. 노비씨(Novissi).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노비씨는 Togocom(T-Money)과 Atlantique Télécom (Flooz)을 이용한 전면 디지털 장치다. 지난해 도시가 봉쇄된 4월 8일에서 6월 6일까지 로메와 차우조(Tchaoudjo)에서는 57만 명이 노비씨에 접속했다. 이런 규모는 아프리카 사상 처음이다. 로메에서 시작된 노비씨는 코로나의 악화로 활동을 제약받던 시기, 농촌지방 수두(Soudou)까지 확대됐다. 신청대상은 18세 이상 토고인. 단, 성인임을 전자카드로 증명하고 직업과 거주지를 밝혀야 한다. 경제통신장관 로송(Cina Lawson)은…
지난 2월 경기도는 공공기관 3차 이전을 결정했다. 중첩 규제로 인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낙후된 경기 북·동부 지역에 공공기관을 이전시켜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하고 있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이러한 정책적 배려에 포천시민들은 환영했다. 경기도의 공정 원칙에 부합하고 균형발전 취지에 맞는 최적지가 바로 포천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민들은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해 군사 안보, 수자원 관리 등 각종 규제로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왔다. 그동안 늘 소외되었던 포천에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우리 시는 70여 년간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포천시 면적의 29%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미군 최대 훈련장인 로드리게스 사격장, 동양 최대규모의 승진훈련장 등이 있다. 9개소 사격장과 훈련장의 전체 면적을 더하면 50.54㎢로 부천시 면적과 비슷하다. 지역 주민들의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포천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규제 피해가 가장 심한 1등급 지역이다. 앞서 말한 군사 규제 외에도 성장관리권역이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12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매립지 연장 뜻을 시사했다. 이에 최근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서울시장에게 공개 서한문을 보냈다. 이 청장은 언제까지 이 좁은 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대형 매립장에만 의존해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느냐고 물은 뒤 “하루빨리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기 위한’ 협의가 아닌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쓰레기 선진화를 위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서울을 글로벌화 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되려면 쓰레기 선진화가 반드시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청장은 30년 넘게 환경 분야에서 종사한 환경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서한문을 통해 오시장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 서울 내 쓰레기는 자치구별로 각자 처리 ▲감량과 재활용에 최우선한 쓰레기 정책 실행 ▲재활용 산업 파격 지원 ▲최첨단 쓰레기 소각 및 소규모 매립장 해결 등이다. 그런데 이 제안은 서울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서울이 전국에서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지만 경기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 역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 청장의 제안이…
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나는 자주 주검을 마주한다. 요즘 나의 직업은 장의사다. 영구차에서 내리는 유족들을 내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그들은 모두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온다. 삼일간의 장례와 마지막 화장터에서의 이별이 유족들을 탈진하게 만들었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슬퍼할 기력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영정사진과 위폐와 유골함이 앞장서고 유족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늘어져서 뒤를 따른다. 나는 영정사진 속 고인을 가름한다. 수목장에서 내가 파는 땅은 지름 30센티, 깊이 50센티 정도이다. 먼저 삽으로 뗏장을 둥그렇게 떼어낸다. 뾰족한 모종삽으로 황토 사이에 끼어있는 돌을 골라낸다. 무덤은 좁고 깊다. 반듯하다. 무덤에 한지를 깔고 고운 모래를 부어 주검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화장터에서 나온 골분은 따뜻하다. 영정사진 속 고인만큼 골분의 무게는 다르다. 어떤 주검은 반근 정도의 무게도 안 되게 가볍고 양이 적다. 그러나 어떤 주검은 뼛가루로 남았지만 무겁다. 대체로 한지에 싼 골분을 부을 때 유족들이 오열한다. 그러나 그 곡성은 길게 가지 않는다. 가끔 남편을 보낸 아내가 울고, 가끔 엄마를 보낸 딸이 구슬피 울 뿐이다. 울 힘도 없는 듯하다. 나는 골분을 고운 모래와 잘 섞는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피천득은 쓰고 있다. 연한 살결에 비취가락지를 하고 기다리는 신부와 같은 오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다. 자식과 부모와 스승이 모두 있는 사람에게 오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을 준비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고르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쪽에서의 오월은 분주하다. 고향 이북에는 피천득의 오월에 대한 아름다운 수필도 이벤트도 없다. 그러나 오월에 만들어 먹는 평안도 나박김치가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남쪽보다는 훨씬 겨울이 긴 탓에 함경도 지역은 오월이면 마지막 겨울 김치를 먹고 있을 때 서해안에 위치한 평안도는 조금 따듯하니 새싹이 돋아나는 무를 움에서 꺼내 나박김치를 담근다. 물맛이 좋아 물김치를 많이 담그는가보다. 나박김치는 늘 해먹던 음식이라고 평안도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말한다. 봄에 담그는 나박김치는 생기를 얻고자 싹이 돋아난 것으로 골라서 담근다. 바로 먹어야 하기에 얄팍하게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서 고춧가루를 비벼 색깔을 낸다. 주변의 밭이랑에서 봄기운에 자라는 달래를 한 옹큼 캐서 넣고 미나리도 넣고 마늘과 생강을 넣고 소금물을 슴슴히 가득
지난 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를 읽고 필자는 놀랐다. 포털을 통해 접했다.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에 대한 나의 평가가 주관적이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댓글을 확인했다. 45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기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독자는 1만3000회를 넘겼다. 댓글은 ‘진짜 기사를 읽었다’는 찬사가 주조였다. 독자들의 반응을 한 번 더 검증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다시 봤다. 기사가 끝나고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기'에는 37만5000원이 후원됐다. 이 언론사 다른 기자에게 확인 했더니 이 금액은 최고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기사는 ‘어둡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희망을 담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 수치(팩트)들은 한눈에 봐도 공이 많이 들어가보였다. 기사는 백신효과를 비롯해 착시효과들을 조목조목 점검해 나갔다. ‘백신접종률’과 ‘2021년 경제전망치’를 들어 두 부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보도들을 반박했다. 백신접종률은 코로나19 방역 성적순은 아니라고 논증한다. 인구 100만 명당 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축하를 받게 된다. 필자는 어린이가 아닌데도 아직까지도 어린이날에는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모두가 설레는 이달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학대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접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아동학대의 정확한 의미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동학대는 가정뿐만 아니라 아동이 속해 있는 학교나 기타 모든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의 아동학대는 사실 우리에게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유형을 통해 어떠한 유형의 행위가 학대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아동학대 행동유형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무심코 ‘이 정도 쯤은 자식이니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만한 행위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아이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자 ‘시설 등에 버리겠다’ 는 등 폭언을 한다든지, 짐을 싸서 집 밖으로 쫓아낸다든지, 또는 훈육을 이유로 높은 교구장 위에 앉혀 놓는 등 수 없이 다양한 행동들이 있다. 대개 이러한 행동들은 부모라면 한 번쯤 할 수도 있지만 아동학대 중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