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가 존경한 식민사학자들 쓰다 소키치는(津田左右吉:1873~1961)는 조선총독부의 이마니시 류(今西龍:1875~1932)와 함께 지금도 한국 역사학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 남한 강단사학계의 이른바 태두(?)라는 이병도의 회고를 통해서 이를 알 수 있다. 이병도는 1914년 보성전문학교 법률학과를 졸업한 후 와세다대학에 들어가 쓰다 소키치에게 배웠다. 이병도는 1982년 4월 『광장』지에서 와세다 시절 일본인 스승들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했다. “대학 3학년 때의 강사(그 후에는 교수)인 쓰다 죠오끼지(津田左右吉:쓰다 소키치) 씨와 또 그의 친구인 이께우찌 히로시(池內宏, 동경대 조선사교수:이케우치 히로시) 씨의 사랑을 받아 졸업 후에도 이 두 분이 자기들의 논문이나 저서들을 보내 주어 내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원래 남의 논문이나 저서를 많이 보아야 연구방법이나 학식의 향상을 보게 되는데 그 당시 일본학계의 최첨단을 걷는 이 분들의 논문이나 저서들을 통하여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인이지만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였고, 그 연구방법이 실증적이고 비판적인 만큼 날카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병도가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라고 흠모하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사람들은 각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추석은 단비 같은 연휴다. 하지만 이런 추석에는 어두운 면 역시 존재한다. 연휴에 발생하는 음주운전 발생 건수를 보면 우리 사회에 좋지 않은 문화가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음주운전 사고는 평균 259건 발생했고 사상자는 497명 나왔다고 한다. 추석에는 왜 음주 운전이 증가할까. 전통행사인 차례를 지내고 차례가 끝나면 음복주를 마시기 때문이다.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복주를 한 잔씩 마시고 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잔, 두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안일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어릴 때 아버지가 음복주를 한 잔 드시고 운전을 하던 것을 본 아이들은 이제는 어른이 되어 자신도 자연스럽게 음복주를 마신 뒤 운전을 한다. 운전해야 한다며 음복을 거절해도 돌아오는 것은 "한 잔 정도는 괜찮다"라는 어르신들의 강권뿐이다. 이렇게 음복주를 마신 뒤 운전을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제2 윤창호 법'
며칠 전 여행중에 데크에서 넘어진 여행객을 119구급대원이 응급조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얼핏 보기에 무릎에 찰과상으로 피가 흐르고 오른손은 골절인듯 부목을 대는 응급조치를 받았다. 강 건너편에 119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다시 차로 갈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분의 사고상황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자갈길과 데크로 구성된 평지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발끝이 자갈에 미끄러졌거나 데크에 등산화가 걸려 넘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안전사고는 순간에 발생하지만 그 결과는 골절부상과 찰과상을 입게 되고 이후 2~3주간의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물론 직장에도 휴가를 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만을 강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듯 여겨진다. 어려서 시골아이들은 나무를 깎고 풀을 베고 화롯불에 밥을 볶아 먹었다. 초등생끼리 숯불에 계란을 삶아먹고 소죽을 끓였다. 닭과 오리를 잡아 삶아먹은 초등 5~6학년생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연필을 깍는것조차 기계에 의존한다. 초등생이 칼을 쓰는 작업은 안전을 이유로 금지사항이다. 연필을 깎는 작업은 손의 미세한 움직임과 위험한 칼날을
조선시대 평민이 양반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과거 급제뿐이었다. 서원이 등장하기 전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서울 중앙에 있었던 성균관과 지방에 있었던 향교였다. 당시 과거 급제를 위해 유생들이 주로 찾았던 교육기관은 향교였으며, 향교는 공자를 모시고 제향과 교육을 담당하던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당시 향교는 오직 과거급제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고, 시대적으로 향교를 대신해 성리학 본연의 학문을 가르칠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이다. 주세붕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서원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조선의 관리가 되어 백성과 임금을 위해 일해 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서원 유생 선발부터 서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의 초점이 모두 조선의 관리가 되기 위한 내용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하여 백운동 서원은 실제로 ‘과학’ 명소로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유생들의 공부 방법 중 하나인 ‘거접’이 대유행을 하고 있을 때, 퇴계 이황은 풍기군수로 부임해 왔다. 퇴계는 이 거접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유학에서 말하는 공부는 ‘도(道)’를 깨달아 실천하기 위한 ‘도학(道學)’ 탐구와 덕성 함양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의 보고서 하나로 촉발된 지역화폐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조세연이 과거 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지역 내 부가가치 증대 효과 등에 대해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피해, 소비자 후생손실, 관리비용 확대, 지역 내 인플레이션 등의 역효과를 지적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런데 지역화폐 효과와 관련한 논쟁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내 지역화폐 발행이 본격 시작됐던 2000년대 중반부터 지역화폐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9년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발행이 급격히 늘면서 막대한 세금 투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런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화폐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화폐는 일종의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통화다. 경제 불황 등으로 법정통화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초래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화폐의 핵심 기능이다. 지역화폐의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에 버금가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 지역화폐의 순기능을 가장 적극
이마니시 류의 ‘삼국사기’ 불신론 한국 강단사학자들이 아직도 존경해 마지않는 일본인 식민사학자가 이마니시 류(今西龍:1875~1932)다. 도쿄제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서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실무를 맡으면서 경성제국대 교수도 역임했다. 이마니시 류는 ‘삼국사기’는 가짜고 연대부터 맞지 않는 ‘일본서기’는 진짜라고 극력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신라사연구(1933)’에서 ‘삼국사기’ ‘신라본기’가 대부분 조작되었다면서 “신라 제1왕 박혁거세 즉위년은 후대의 왕위계승의 연대에서 계산하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모든 사료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박혁거세의 즉위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후대의 왕위계승의 연대에서 계산’하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그 후대의 왕이 누구이며, 어떻게 계산했더니 성립되지 않는지 논증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에게는 이런 것이 없다.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우기는 것뿐이다. 이마니시 류는 또한 “문헌이 없는 시대의 즉위연대가 이렇게 뚜렷할 수가 없다”면서 ‘삼국사기’ ‘신라본기’를 가짜로 몰았다. 문헌이 없는 시대라는 것도 이마니시의 억지에 불과하다. 김부식을 비롯한…
‘상온 노출’ 독감백신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는 정부 조달 독감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연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온 국민을 ‘맞아도 걱정’, ‘안 맞아도 걱정’의 사면초가로 몰아넣고도 정부 당국은 그저 접종자 숫자만 세고 앉아있는 꼴이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접종자는 최대 6개월까지 이상 반응을 추적·관리해야 한다는데,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 신고를 접수한 다음 “실제로 접종된 사례는 없다”고 발표했던 질병관리청은 27일 “상온 노출 백신 접종사례가 최소 407건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치는 변경될 수 있다”고도 밝혀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인정했다. 25일까지만 해도 224명이었던 접종자 수는 하루 만인 26일 324명으로 100명이 늘었고, 27일 다시 83명이 추가된 것이다. 질병청이 파악했다고 밝힌 신성약품을 통한 독감백신 물량은 578만 명분에 달한다.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차로 품질 검사를 의뢰한 백신 물량은 750도스(1도스=1회 접종분)이며, 현장조사를 통해 검사…
코로나19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멀리 있는 지대가 있다. 확진자와 그 주변인들에 대한 과도한 노출, 신상털기다. 이로 인해 2차, 3차 등 n차 피해를 입는다. 확진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 지인, 직장 동료, 접촉자, 확진자가 다녀간 곳까지 낱낱이 알려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한 모든 것을 들춰내려는 듯 하다. 확진자에 대한 험담으로도 이어진다. 온라인 카페와 카톡 단체방 등에서 삽시간에 퍼진다. 사생활이 탈탈 털리고 있다. 심리적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후유증이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가 완치되어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상태다.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다. 잊힐 권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정보공개는 확산 차단이 목적이다. 공개 범위와 내용은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따르고 있다. 군포시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민들은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되기를 원한다. 내 지역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할 것이다. 군포시에도 확진자 정보공개와 관련한 민원성 불만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본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의 지침 뿐만 아니라,…
경기도체육회가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은 지 9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치와 체육이 분리되면서 지난 1월 15일 선거를 통해 이원성 회장을 민선1기 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당선 및 선거 무효 소송을 거치는 등 혼란을 겪기도했지만 한달여 만에 법원에서 이원성 회장이 제기한 당선무효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으로 인준을 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도 8개월이 되가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는 민선1기 시대를 맞아 발전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당선 직후부터 도, 도의회와의 갈등설이 돌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민선1기 도체육회 임원 선임도 계속 미뤄지다 지난 7월에야 완료됐다. 그 사이 이재명 지사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했던 박상현 전 사무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체육회를 떠났고 이로인해 직원들간의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지난 8개월 동안 도체육회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도체육회가 진행하려고 했던 경기도체육대회와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등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거나
“얘들아~ 오지마라.”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가슴 저릿한 어르신들의 영상이 있다. 코로나 19로 고향 못 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자 의성군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찍은 ‘귀향 자재’ 동영상 편지였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이 각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도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영상이었다. 무료한 일과 속에서 명절만 기다리던 어르신들께는 보고 싶은 자식 안 보기로 한 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야 했던 수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땅한 조치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죄송하고 머쓱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려해도 불안하고 안 가려해도 죄스러운 2020년 현실 속 한가위가 어르신들께는 한없이 적막할 듯 보인다. 현실과 달리 홈쇼핑 화면 속 한가위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화려하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 하세요’ ‘못 가는 한가위 선물로 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글지글 구워대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