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평생 친구이며, 사회에 나가면 그렇게 진솔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고. 훈화는 늘 친구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로 끝났다.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흐르고 보니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동창들과 연락하고 지내지만 학교 다닐 때만큼 가깝게 지내지는 않는다. 사는 곳과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내가 절친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스무 살이 넘어 만났다. 대학 동기들과 동아리 후배들. 학교 발령 동기인 친구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서 가까이 사는 몇 명과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난다. 지금껏 서로 다투거나 마음 상한 적이 없기에 시간이 지나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의 존재가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어른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크다. 6학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친구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인정받기보다 또래 집단이 추켜세워 주는 걸 원한다. 반 친구들의 이목을 끌고 싶은 마음에 돌발 행동을 하거나, 이성 친구를 의식하며 신경을 쏟는다. 성격이 조용한 아이들도 자신이 무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무
2021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 4000억 원에 이르며, 정부와 민간을 합쳐 예산 규모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국내외 핵심경쟁력은 R&D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산업이 발전해 왔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 842개의 공공기관의 ‘19년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규모는 전체 공공기관 구매액의 2.5%인 1조 2천 829억 원에 달하며 6년 연속 증가세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소비를 실천하겠다는 공공기관의 의지가 확산되고, 사회적기업(취약계층 고용비율이 30% 이상인 경우)이 공공기관과 5천만 원까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구매실적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구매품목별로 보면, 물품은 8,240억 원(전년 대비 2,114억 증가), 용역은 4,589억 원(전년 대비 113억 증가)을 구매했으며, 물품에서는 산업용품을 1181억 원(30.6%), 용역에서는 청소·방역, 재활용 등 환경서비스를 1001억 원(33.0%)으로 가장 많이 구매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다. 봄철은 3월에서 5월 사이를 말하는데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실효습도가 떨어지는 일수가 많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조그마한 불씨라도 삽시간에 큰 불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연소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화재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화재가 발생하는 데는 기상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은 필수적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화재피해 저감 사례 기사도 자주 볼 수 있다. 2021년 3월 상도동 소재의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거주자가 가스레인지 위에 음식물을 조리하던 중 잠시 외출한 사이 조리기구가 과열되면서 발생했다. 옆집 거주자는 음식물이 탄화하면서 발생한 연기로 화재경보기의 경보음을 듣고 화재 사실을 인지해 초기 진화했다. 다른 사례는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음식물 조리 중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음식물과 냄비에 착화·발화해 발생했다. 옆집 거주자는 취침 중 화재경보기 경보음을 듣고 일어나 옆 세대에서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으며 즉시 119에 신고하
최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근철 대표의원이 “기본주택으로 부동산 투기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수석대표단, 대변인단은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기본주택 홍보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도의 기본주택 정책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본보 29일자 3면) 박 대표의원은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까지 떨어트리고 있는 LH 사건이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도 했다. 박 대표의원은 사업부지의 대다수를 경기도가 차지하고 있는 3기 신도시의 경우 LH가 아닌 GH와 해당 지역의 도시공사나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무주택 주민들을 위한 택지개발이 돼야 한다는 그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성)도 얼마 전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의원의 ‘공공주택’안은 기존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다르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소득·자산·나이를 따지지 않고 무주택자라면 3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형 기본주택을 국가나
우리는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비로소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 나의 힘을 타인의 힘과 견주어보며 나의 이익을 양보하도록 노력하라. 자신을 늘 부족한 존재로 생각하고 타인의 존엄성 앞에 머리를 숙여라. (존 러스킨)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신중하라. 말은 적게 하라. 묻는 사람이 없거든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 그러나 질문을 받거든 짧게 대답하고 모를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른다고 하여라;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지 말라. 과장하지 말라. 높은 자리를 찾지 말고 그런 자리를 권하거든 받아들이지 말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즉 자신의 의무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면 네가 같이 살고 있는 이웃의 습관과 희망에 따르도록 하라. 네 의무도 아니며 이웃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 일에는 구태여 나설 필요가 없다. 그러한 습관은 우상이 되기 쉽다. 우리는 모두 자신 속의 우상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피) 우리는 모두 타인 속에 자기의 죄악과 단점과 여러 가지 나쁜 습관을 똑똑히 비추는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개라고 생각하고 거울을 향해 짖어대고 있다. (쇼펜하우어) 만일 세 사람이 모인다
구글 등 글로벌 미디어제국의 ‘갑질’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7월 이후 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구글 등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특정 결제수단 강제(인앱결제)를 막기 위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이 법안은 국회 과방위 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물타기 전략과 야당(국민의힘)의 갈지자 행보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구글은 2021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게임뿐만 아니라 음원, 동영상 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그 수수료도 30%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령 어떤 대형백화점이 자신의 매장에서 구매하는 모든 물건은 자사의 카드로 결제해야 하고, 결제수수료를 30%(통상 2-3%)로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불매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 백화점은 순식간에 망해버릴 것이다. 구글이 그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은, 대체재가 없는 압도적인 글로벌 독점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2020년 기준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2.5%를 차지하고 있다.(네이버 0.07%) 자회사 유튜브의 경우 매일 전세계에서 14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동영상OTT시장의 6
미얀마 참상 소식 하나가 종일 뒷덜미를 잡는다.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도중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죽여도 좋다는 군부의 지령을 받은 경찰의 총탄이 계속 쏟아진다. 돌연 물러나는 시위대 속에서 한 여성이 뛰어나와 남성의 몸을 감싼다. 이십 대 청춘이었다. 양곤 의대 1학년이라는 남성도, 생면부지 남성을 위해 총탄을 뚫고 몸을 던진 여성도. 남성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여성은 경찰에게 두들겨 맞으며 끌려가 소식이 없다. 어리고 여린 그들을 총탄 세례 앞에 서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질문에서 답을 얻는다. 어리고 여린 것이 힘이었을 것이다. 혁명가하면 만인을 이끄는 카리스마, 불굴의 정신 같은 것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세상에 이름 얻은 혁명가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게 다는 아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 ,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젊은 날 괴로워하는 이야기가 많다. 시인의 마음과 닮았다. 실상 시인들 가운데 혁명전선에 섰던 이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시인으로는 김남주, 박노해, 김지하가 떠오르고 나라 밖으로는 혁명대열에 동참하다 정치적 망명까지 해야 했던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스무 살 전후 시인을 꿈꿔 시인
K선배가 손을 잡아끌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한국은행 사이 로터리였다. S대 시위대가 남산 쪽에서 밀고 내려왔다. 그러나 나는 순간 겁에 질려있었다. 이미 정보가 샌 듯 로터리에는 백골단과 전경이 쫙 깔려있었다. “광주학살! 진상규명!” “독재타도! 민주쟁취!” 로터리까지 시위대는 밀려왔고 우리는 대오로 들어갔다. ‘펑 펑’ 최루탄이 터졌고 청 커버를 입은 백골단이 달려왔다. 대오는 금방 깨졌다. 그때 K선배와 잡은 손을 놓쳤다. 한국은행 쪽 골목으로 도망쳤다. 숨이 막혀 컥컥거리고 있는데 백골단이 다가와 곤봉으로 등짝을 때렸다. “아니에요. 나는 대학생 아니에요. 재수생이에요.” 나는 변명했고 다행히 백골단은 나를 보내주었다. 그때 10여 미터 앞에서 질질 끌려가는 K선배가 보였다. 곤봉에 머리를 맞았는지 머리에 피가 흥건했다. 상의가 거의 벗겨져서 앙상한 갈비뼈가 속옷 사이로 보였다. 안경은 벗겨졌고 기절한 상태였다. 나는 도망갔다. 유다가 예수를 부정한 것처럼. 명동거리를 멍한 상태로 휘적휘적 걷다가 다시 한국은행 앞으로 가 보았다. 상황은 정리되었다. 드문드문 전경이 서 있었다. K선배가 잡혔던 자리에 가보았다. K선배의 검정색 뿔테안경이 다리가 부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