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평 선 이 승 구 지워질 듯 말 듯 희미한 선 하나 아득한 저곳이 바다끝인가 가까이 다가 갈수록 저만치 또 멀어져 가네 가도 가도 지워지지 않는 꿈처럼 끝이 없네 이승구 1954년 부산 영도출생, 공군사관학교와 서울대 건축과를 나와, 연세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대학원 안보정책과정을 수료하였고, 대령으로 전역했다. 보국훈장을 수상했으며, 대우건설 상임 고문과 행림건축 전무를 거쳐, 극동크리트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홍시 詩作문학회’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가만히 실눈을 뜨고 보았다. 이른 새벽, 그 녀석이 얼핏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녀석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다 나오는 것 같았다. 주방에 들러 물을 먹는가 싶더니 설거지 해 둔 빈 그릇 하나하나 냄새를 맡아 보는가 하더니 화장실에 들러 앙증맞은 자세로 소변을 보았다. 곧이어 안방 침대로 올라 배를 뒤집고 한참을 뒹굴 거리다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이제는 공을 물고 소파 계단으로 올라가서는 굴리고 물어오고 굴리고 물어오는 행위를 연거푸 해댔다. 무엇이 그렇게 신이 났는지 중간 중간 기합을 넣기도 하며 엉덩이를 쳐든 그 자세를 보다말고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우리 집 강아지는 그렇게 혼자놀이를 이미 신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나는 도무지 혼자놀이에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그저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힐 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통만 터질 뿐이다. 연이어 쏘아대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순번이 찍힌 안전 안내 문자가 마치 총알처럼 쩌릿쩌릿 와 박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돌입으로 출근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닐까도 싶
요사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8월 18일부터 20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8%나 수직상승했고, 여당 지지율도 지난주 보다 6% 상승했다. 지난 2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 24~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를 보더라도, 지지율 면에서 더불어민주당(41.3%)이 미래통합당(30.3%)을 앞섰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통합당을 떠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까? 필자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국기결집 효과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오른다고 볼 수 있다. 국기결집 효과란, 국가가 위기에 처할 경우, 국민들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또 국민 개개인이 불안감을 느껴, 힘 있는 존재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지기 때문에 여권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위기
이변은 없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김종민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노웅래 의원, 신동근 의원, 양향자 의원 등 5명의 최고위원도 정해졌다. 국가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 갈등과 반목투성이 정치 난맥상,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경제불황 등 헤쳐갈 난제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건강한 민심을 정직하게 받아들여 당면한 ‘국민 화합’과 ‘여야 협치’의 기적을 일궈내길 기대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결과 이낙연 의원은 무려 60.77%라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무총리로서 안정적인 행정관리 능력을 보여준 이 의원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굳건한 당심(黨心)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대선일정을 감안하면 대략 7개월 정도 대표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그는 바야흐로 인생 일대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된 셈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한 수락 연설을 통해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수호, 코로나 이후의 미래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 5가지의 약속을 밝혔다. 전대미문의 난국에 빠진 이 나라에 하나 같이 절실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왜곡되고 비틀어진 정치부터 바로잡
피 서 김 규 성 딸아이가 기르는 고양이하고 논다 고양이는 사냥감을 쫓고 나는 또 그것을 감추는 놀이인데 장난감은 마냥 쫓기면서도 숨은 척 하며 고양이의 눈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어느새 함께 논다 방안은 온통 놀이터고 벽시계 초침 소리도 고수가 되어 함께 어울려 논다 지구를 고양이 눈에 싣고 별세계로 휴가를 온 것일까 새로 산 티비는 저만큼 떨어져 혼자 떠들고 있다 1950년 전남 영광출생, 2020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와 산문집 ‘산들내 민들레’, ‘뫔’ 등이 있다.
사진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본인의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하다고 도와달라는 것이다. 작업 끝나거든 소주나 한잔 사라하고, 나는 그 친구의 작업실로 갔다. 설명을 들어보니 입관체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이 작업의 참가자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카메라가 여러 대 설치된 방 안의 관으로 들어가,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체험하게 되었다. 앞서 들어갔던 여자는 울면서 뛰쳐나왔을 정도로, 그 현장의 분위기는 꽤 무겁고 진지했다. 나는 수의로 갈아입고, 흰 종이와 펜이 놓인 작은 나무 탁자에 앉았다. 입관에 앞서 유서를 쓰라 한다. 언질이 없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법했지만, 그 친구는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틀어주겠다고 했다. 방 한구석 스피커에서는 정체 모를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음악을 들으면서 유서를 써 내려갈 자신이 없었던 나는, 최후의 순간에 들을 노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음악에 까다롭게 굴기 싫었지만, 내 마지막 순간에 적절한 음악을 찾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을 생각하려니, 선곡은 더욱 힘들어졌다. 여태껏 들어왔던 수많은 국내외 음악가들 음악이 머리를 스쳐 갔으나, 고민 끝에 나
“세월아 비켜라~~내 나이가 어때서~~” 경로 잔치나 노인복지관 행사 등에 가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랫말이다. 식생활 개선과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난주까지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공식 확정했다. 공화당 트럼프(1946년생), 민주당 바이든(1942년생) 두 후보 모두 70대로 바이든은 77세나 된다.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5년 재임기간 중 80대의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도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모범생처럼 실천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위원장은 얼마전 광주 5ㆍ18묘역을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릎사죄’한 것을 비롯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방문, 당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전 국민에게 조건없이 일정 소득 보장) 채택 등 연일 정치권의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1940년생으로 그가 올해 80세라고 하면 좀 놀라는 국민들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미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첫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최고위원이 탄생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주인공이다. 8명의 후보들이 5자리를 놓고 겨룬 최고위원 선거에서 염시장은 선거 과정 내내 지역과 풀뿌리 정치의 힘,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우리 정치문화를 바꾸자고 호소했으며, 우리 정치가 ‘지역’과 ‘현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풀뿌리 정치에서 성장한 인재가 주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그들이 전국 정치에 도전하고 경쟁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정당민주주의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탁상에서 현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고위원 출마자들 가운데 염시장처럼 지방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수원시장에 내리 세 번째 당선된 데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고위원이 되면서 앞으로 지방분권 정책이 더욱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염시장 이전에도 지방정부 수장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한 바 있다. 2016년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 2018년 황명선 논산시장이 출마했지만 여의도정치의
무릎과 허리가 만성적으로 아픈 60대 환자분이 1달만에 내원하셨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한달에 한번 오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홍삼과 홍합추출물을 꾸준히 먹고 있다고 한다. 그것들을 먹어서 좋아질 무릎과 허리면 한의원에 오시지도 않았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홍삼을 먹고 나서 부터인가 이상하게 눈이 침침하다고 한다. 혹시 관련이 있는지 나에게 묻는다. 한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수없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기미(氣味)를 가진다. 인삼을 찌고 말린 홍삼도 그렇다. 인삼은 대표적인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로 미온(微溫, 약간 따뜻한 성질)하다. 홍삼도 기본성질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80세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80세의 연세가 무색하게 똑부러지는 말과 행동을 하셨는데 홍삼을 매달 구입해 먹고 있다고 했다. 체질진단을 해보니 소양체질이다. 그래서 소량을 잠깐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말씀드리며 홍삼만을 장기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당분간은 기혈을 보하는 보약이 필요하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서기전 28년에 임나가 있었다는 ‘일본서기’ 남한 강단사학자들은 “가야와 임나는 동일국”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물론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처음 만든 논리다. 그런데 ‘임나=가야설’은 민간인 식민사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본 참모본부(參謀本部)가 조직적으로 퍼뜨린 논리이기도 하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조선을 강제 개항시킨 6년 후인 1882년에 육군참모본부는 ‘임나고고(任那稿考)’ 및 ‘임나명고(任那名考)’라는 임나 관련 저서를 간행했다. 가야가 임나이자 야마토왜의 식민지라고 주장하는 책들이다. 임나(任那)는 일본어로 미마나(みまな)라고 한다. 미마나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반 노부토모(伴信友:1773~1846) 등의 일본 극우파 학자들은 미마나가 ‘일본서기’상의 10대 임금인 숭신(崇神:재위 서기전 97~서기전 30)의 이름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반 노부토모는 일본을 대황국(大皇國), 즉 ‘위대한 천황의 나라’라고 주장했던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 일본 국학자다. 일제가 스스로를 황국(皇國), 자국 군대를 황군(皇軍)이라고 부르는 논리를 제공한 인물이다. ‘일본서기’나 ‘고사기’, ‘상륙국풍토기(常陸國風土記)’ 등에는 숭신의 이름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