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왜 이래요, 사장님! 아악! …사람 살려!”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가운을 막 교복으로 갈아입고 난 뒤였다. 탈의실로 쓰고 있는 주방 옆 작은 창고에서 나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황홀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무렵, 카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누군가 뛰어들어와 윤희에게 달려들었다. 굵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박천수. 작은 도시 동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서 가장 큰 건물인 이 그랜드 빌딩 건물주의 아들이자 윤희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2층 카페 아프리카의 대표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일이 있다면서 초저녁에 일찍 카페를 나갔었다. 문을 닫으려는 가게에 다시 들어서는 박천수를 보자 윤희는 ‘뭐 잊어버리고 간 것 있으세요, 사장님?’하고 물어보려고 입을 막 열려는 참이었는데, 다짜고짜 와락 끌어안고 홀 바닥에 구른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박 사장을 떠밀면서 윤희는 다시 한번 외쳤다. “사장님! 아니, 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대체 왜 이래요?” 그러자 박천수가 윤희의 교복 상의를 거칠게 벗겨 내렸다. 투두둑 하고 단추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박천수가 덜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윤희야, 제발 좀 가만히…
너 /이노나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나뭇가지가 휘청였다 햇살이 따라 흔들렸다 깃발은 위로 펄럭였다 구름이 빠르게 흩어졌다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았다 어렵게 태어난 꽃송이가 아뜩히 날리고 있었다 그 위로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꿈틀대는 숨을 보았다 바로, 여기 봄 깊은 뿌리로 돋는 네가 있었다 ■ 이노나 1969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대학교 사법학과·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문창과 졸업. ‘연인’에 시 부문 등단(2012), ‘K-스토리’ 소설 부문 등단(2017). 시집 ‘마법 가게’.
인류 문명사에 헤브라이즘의 영향이 심대하였기에 BC, AD로 역사적 시기 구분을 한다. 21세기 역사는 세계적 펜데믹으로 BC(비포 코로나)와 AC(애프터 코로나)로 나눠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와 함께 더 숙성되는 느낌이다. 소위 언택사회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향은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하였고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통하여 온라인 콘서트(방방콘)를 열었다. 전 세계에서 2백만명이 실시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온라인강의, 스트리밍을 통한 미디어소비가 확산되었다. 1990년대 빌게이츠는 “미래에도 금융은 필요하나 꼭 은행일 이유는 없다”라 하였다. 교육을 위해 꼭 학교에 가야하고, 소비를 위해 꼭 시장에 가야하고, 프로그램을 보기위해 방송사 채널을 틀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로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한 것은 미디어 산업이다. 넷플릭스는 2019년 12월 387만, 2020년 5월 637만의 이용자를 기록하였고 유료사용자는 328만 명으로 추정된다. 와이즈앱 조사에 의하면 올 4월 유료사용자의 카드 결제액이 439억 원으로 밝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국 대학생들이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생들은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 반환과 학습권 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대학은 재정난을 들어, 교육부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우리에게 불어 닥친 대학교육의 언컨택트(Uncontact: 비접촉) 시대는 집단생활을 하는 대학에 큰 변화와 부작용을 가져왔고, 코로나 이후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이 정착되어, 포스트코로나 학교문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 변화에 따라서 대학의 교육방법, 교육내용 등의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했으나, 그런 과감한 변화가 일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타의적으로, 강제적으로 대학의 교육 환경이 대면 교육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대학이 기업을 리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의 시대에 대학들은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향상하는
‘한탄강’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 경북 청송군, 2018년 4월 광주 무등산권이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경기·강원도에 걸쳐져 있는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이 인증 받음으로써 우리나라는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갖게 됐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은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과 고고학·문화·생태학·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을 지정한다. 세계지질공원은 세계(문화·자연)유산, 세계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 가운데 하나다. 현재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140여개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있다. 보호가 목적이긴 하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적 명소로 공인된 곳이기 때문에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탄강은 50만년의 세월이 빚은 지질자원의 보고(寶庫)로써 자연생태와 역사가 살아 숨 쉰다.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곡리 선사유적지부터 고구려 당포성, 평화전망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문화적 명소도 산재해 있다
폭등하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일로 정부 여당이 혼쭐이 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다주택 공직자들의 명단이 연일 까발려지는 등 줄 망신을 당하는 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분노한 민심을 대변하여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에 대한 바른 인식이 없이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일의 이율배반적 의식구조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 바로잡으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될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다주택을 소유하는 등 재산이 많으면 일단 청문위원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재산 목록이나 증식과정을 들여다보면 하자투성이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나라에서 법을 칼같이 잘 지키고,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 시중의 상식이다. ‘절세’니 ‘편법’이니 하는 온갖 교묘한 기술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구사된다. 재미있는 것은 청문회에 나온 후보의 재산이 너무 적은 경우다. 앞에서는 ‘청렴결백’하다고 칭찬을 하지만, 뒤로는 ‘무능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개인의 삶에서 저렇게 무능한데 무슨 나랏일을 제대로 할 것이냐는 비웃음도 함께 보태어진다. 그만큼 이 나라에는 ‘유능하면서도 깨끗한’ 인재가
삶과 마음이 떨릴 때는 여행의 진미를 찾는 길을 묻게 된다. 음풍농월로 바다와 산과 강을 유람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길 찾기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땅끝 해남을 다녔다. 지난해 11월 해남미남축제와 함께 군민선포식을 갖고, 서울청계광장에서 홍보전도 개최했다. 그간 관광투어와 해남이 갖는 특산물을 관광상품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뜻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한 순조로운 항해는 되지 못했지만 전남도 일원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해남방문의 해 마스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탐험하는 것, 꿈꾸는 것, 그리고 발견하는 것을 향해 인생의 돛을 올리게 하는 땅 끝의 서막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해남문화예술인들의 문화콘텐츠 협업기획도 고마운 일이지만 SBS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을 통해 해남만의 맛의 진미도 충분했고, 시티투어버스 편의제공으로 발길을 열어주었다. 땅끝은 한반도 최남단의 상징인 해발 156.2m의 사자봉 정상에 전망대와 한반도 기(氣)의 정점 탑과 모노레일을 건립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천혜의 바다의 풍경을 만나게 한다. 10분정도 더 걸으면 해양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고,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땅끝 조각공원에서 조각예술을
돈데 보이(Donde Voy). 요즘 뜬금없이 30년 전 드라마 삽입곡이었던 라틴 포크송을 한숨 섞어 흥얼거린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라고 번역되는데, 시간만 나면 배낭 매고 훌쩍 나라 안팎을 떠도는 게 유일한 호사였던 내게 코로나로 발 묶인 현실은 우울하다. 답답한 마음에 동네 서점 나들이가 잦아졌는데 그제 구석진 곳에서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탱고 입문서인데 저자가 20여년 전 방송 인터뷰 일로 만났던 시인이었다. 읽고 쓰고 음악 듣는 게 삶의 전부라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는 게 좋다던 그가 세상에! 탱고댄서로 변신해 있었다. 게다가 탱고학원을 운영하고 탱고영화까지 제작했다는데 한마디로 탱고전도사가 됐다는 얘기다. 시작은 ‘한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던 탱고가 불을 붙이면서’란다. 한 곡의 음악이 삶을 바꿔버린 것이다. 오래된 독서모임의 멤버였던 대학 무용과 H교수도 그랬다. 발레 동작이 몸에 배어 말도 동작도 우아, 반듯했던 H교수는 음악에 카스트라도 있는 듯 발레 배경음악인 서양 클래식을 최고라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해 세밑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택시 안에서 취중에 들은 플라멩코 한 곡에 꽂혀버렸다. 술기운 때문은 아닌 듯, 이후 플라멩코 연
음식은 담긴 그릇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작은 양의 스프를 큰 접시에 담아주는 양식의 멋스러움이 있다. 갈비탕은 냉면 그릇보다는 질그릇에 담아주면 먹음직스럽다. 냉면을 해장국 그릇에 담은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같은 밥이라도 안성유기에 담기면 고급스럽고 대중음식점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평범한 스테인레스 그릇속의 눌린 밥은 생동감도 없고 식고 굳어서 식감이 떨어진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같지 않아서 모든 분야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자는 모든 이들과 소통한다는 의미로 풀어 본다. 요즘시대에 군자를 풀어보면 언론인, 특히 기자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 사는 분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입장과 위치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언론이야말로 군자불기를 실천한다. 이처럼 언론인, 그중의 기자들은 사회적으로 소금,목탁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어렵기만 한 상대다. 정치 초년생들도 언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더불어 대기만성(大器晩成)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그릇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그릇을 오래 쓰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많다. 59세에 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