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 주변과 길 건너편까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서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라 갸우뚱하다가 곧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의 도입부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공기질 악화로 거리를 다닐 때 방독면이나 마스크가 필수 아이템이었다. 감독은 아바타 속 시대 배경을 2154년으로 설정하여 손자의 손자 세대의 망가진 지구 풍경을 묘사했다. 영화를 볼 땐 내가 죽고 사라진 150년쯤 뒤에나 방독면과 마스크가 일상이 될 거라 상상했지, 고작 10년 뒤 바이러스 탓에 아바타의 거리 풍경이 현실에서 재현될 줄 몰랐다. 코로나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거시경제 구조까지 바꾸는 중이다. 학교도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홀짝 등교, 비말이 튈 수 있는 교육 활동 금지, 친구와 신체 접촉 금지, 급식 시간 대화 금지처럼 이전에 없던 모습이 일상이 되어간다. 코로나 시대의 교실은 어떤 모습인지 하루를 들여다보자. 아침시간, 개학하자마자 이별하는 아이들. “여러분 우리 어쩌면 올해 안에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친구들과 미리 인사해 둡시
나의 시작 /박병두 나의 무덤엔 새벽마다 안개가 덮이곤 하였다 뒤늦게 선택한 무덤 한두 개쯤은 별을 갖고도 싶었지만 무덤을 비추던 내가 별이라고 여겼던 것들은 금세 스러져 버리곤 했다 햇빛이 안개를 말릴 때까지 나는 곧잘 안개 속에 서 있곤 하였다 무덤 밖 어둠을 둥둥 떠 다니던 불빛이 신문배달원의 오토바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가슴엔 무엇이 떠 다니는지 주목했지만 그것들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어 이내 속살을 숨기곤 했다 안개에 숨어 슬그머니 지나가버린 계절들과 미성숙 몇 개를 여기에 내려놓고 나는 이제, 무덤을 열고 출발하려 한다 무덤 밖은 더욱 뿌연 안개로 덮인 더 큰 무덤일 뿐이라고 던져진 조간에는 씌어 있지만 내 속에 무엇이 떠 다니는지 내내 알아내기 어렵겠지만 잘 있거라 내려놓은 것들이여 어느 길에서 해후하게 되더라도 악수하지 않을 예정이니 묵묵히 지나가주기 바란다. ■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해 1985년 ‘T.V문학관’ 대본을 쓰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월간문학』, 『수필문학』, 『현대시학』, 『열린시학』을 통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해남 가는 길』 외 3권, 수필집 『흔들려도, 당신은 꽃』 외 3권
무역이란 국가 간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팔며, 교환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수출품으로는 반도체, 컴퓨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있다. 반면에 에너지, 식량, 원재료, 기계의 핵심 부품 등을 주로 수입한다. 보호무역은 국가 권력과 간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나라와 무역하는 자유무역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국가마다 국민의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서, 또는 국가 안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하는 산업이 있다. 누구나 위험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듯이, 국제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가 간 거래를 하면서 불리한 점이 생기면 자기 나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많은 국민이 종사하고 있는 핵심 산업의 경우, 해당 산업이 해외 기업으로 인해 붕괴가 된다면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몇 가지 보호무역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보호무역 제도로 자기 나라의 상품과 경쟁하는 수입품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겨 가격을 비싸게 만드는 ‘보호 관세’가 있다. 또 정부가 미리 수입량을 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
지난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대남공세의 포문을 연 이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은 또다시 ‘멘탈 게임’을 시작했다.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지 5일 만에 판문점 직통전화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한데 이어 노동신문 및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선전매체를 총동원하여 우리 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서」에서 규정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살포’, ‘적대행위 금지’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비난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판 기싸움이자, 정신력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북한의 계산된 공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분출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까지 지낸 모 인사가 “우리 측의 잘못 때문”이라는 굴종적인 해석에서부터 ‘남한 압박을 통한 대외관계 돌파구 마련’, ‘경제난 속의 체제결속용’, ‘김여정의 역동적 이미지 구축의 일환’이라는 해석 등이 난무하고 있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단체 관계자 2명을 남북교류협력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나, 동 단체 허가 취소 검토 발표는 멘탈 초장부터 문 정부가 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형님과 같은 포용적 자세를 견지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
숲속 통나무의자에 앉았다. 편백나무 사이로 비껴드는 아침햇살이 금빛 비단 폭 같다. 날마다 보아도 늘 신비롭다. 숲속 아침 시간은 고요히 맑게 밝아온다. 내 문학의 뿌리 의식일까. 고인이 된 박완서 선생의 「트럭 아저씨」라는 수필이 떠오른다. 거기에 작가에 대한 답이 있어서일 것이다. 박완서 선생이 서울을 떠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때의 일이다. 매일 두 번씩 트럭에 채소를 싣고 오는 채소 장수 아저씨가 있었다. 멀리서 그 아저씨가 트럭에 싣고 오는 온갖 채소 이름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선생은 뭐라도 좀 팔아줘야 할 것 같아 마음보다 먼저 엉덩이가 들썩였다고 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채소 장수 아저씨는 손이 컸다. 그 때문에 선생은 “이렇게 싸요?” 하면, 물건을 사면서 싸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 웃는다고 했다. 그렇게 정이 든 아저씨는 평일에는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트럭 아저씨는 박완서 선생을 할머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나서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란다. 순박한 감정에 곧이곧대로 나타낸 존경과 애정을 거부할 수 없어 선생께서는 “내 책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으니, 책을
필자의 고향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창건된 고찰(古刹)로 국내 최대사찰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가 소재한 경남 양산군 하북면과 인접해 있는데, 고등학교까지 부친이 방기리에서 배 과수원을 경영하셨고, 필자는 가까운 양산 하북국민학교를 다녔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부모님 손을 잡고 통도사에 연등을 달던 일, 배꽃이 필 때면 하얀 배꽃과 달빛, 은하수가 어우러져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庚)인제….” 라는 고려시대 이조년의 고시조(古詩調)가 절로 읊조려지는 풍경 속에 살았다. 어느 집이든 우물을 파면 1급수 맑은 물이 샘솟았다. 영남알프스 1천100미터 높이의 영축산과 신불산을 병풍처럼 가져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은 인근 언양 우시장에서 거래됐는데, 지금도 언양불고기는 수원소갈비처럼 명품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높은 산 밑에 살다보니, 해가 신불산 쪽으로 질 때 노란 빛깔을 띄었다. 미술시간에 풍경화를 그릴 때면 해는 늘 노란색으로 색칠했다. 수도권에 산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붉은 노을을 보면 낯설다, 이달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사
용인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원내대변인)이 최근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학대치사 범죄의 기본 형량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이고, 아동학대중상해죄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중상해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가중처벌’로 바꿔 신고의무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저항할 힘이 없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학대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충남 천안시에서 학대당하던 9살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가로 44㎝·세로 60㎝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이나 갇혀 있다가 생을 마감했다. 또 경남 창녕군에선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가 친모와 의붓아버지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하다가 간신히 탈출해 구출된 일도 있었다. 이 아이는 경찰에서 부모가 플라스틱을 녹여 물체를 접착할 때 사용하는 공구인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 프라이팬 등을 이용해 몸 일부를 지졌다고 말했다. 또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거듭된 비방전을 펼친 끝에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저들이 끝내 남북 합의 파기 수순에 돌입하는 사태를 보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 외계인과의 타협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핵폐기’를 목표로 북한의 억지를 참아가며 평화전략을 구사해온 문재인 정권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 남북이 열광하며 맞았던 ‘평화의 봄’이 결국 무참히 사라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난 15일 6·15선언 20주년 행사 영상 메시지를 두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혹평했다. 김여정은 성명에서 ‘구접스럽다’, ‘잘난 척’, ‘꼴불견’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총동원하는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비공개 특사파견 제안 사실을 폭로하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1945년에 우리민족은 해방을 맞았고 조선에 와있던 일본 병사와 가족들은 패망했지만 마지막 돌아가는 길에서도 일본 어머니, 누나들이 최후까지 남아서 가족의 귀향을 뒷바라지했다는 야사를 들은 바가 있다. 일본의 여성권익이 우리나라만 못하다는 일부 제한적인 자료에 근거한 주장도 공감을 하지만 최근의 언론 보도에서는 “인공호흡기를 양보하자”는 의사의 제안을 일본 노인들이 따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일본국민의 의식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장순호 전 교육장님의 조정팀 인솔 일본여행기가 비오는 날 실내 체육시간 2시간을 채웠다. 당시로서는 비행기를 타신 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외심이 들었고 그분의 말씀은 더더욱 신기했다. 선생님 말씀입니다. “우선 일본 사회는 양보하는 사람이 한가득하다. 버스안에서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았다.” 고등학생시절이니 45년전이다. 요즘 학생만큼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안을 평가하는 역량이 부족했을 것이기도 하겠지만 당시에는 일본사람들은 예의적이구나 생각했다. 2008년 일본교과서 왜곡으로 도의원님 독도 규탄대회를 수행하였다. 당시 여행사와 미스매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