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가 속한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해 애착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아울러 자신이 소속되거나 관련이 있는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느끼고 관심과 더불어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장려할만한 일이지 결코 비난 하거나 경계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자신의 출신 지역팀을 응원하는 운동 경기장의 관중이나 국제 경기에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단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 주기를 기원하며 밤새 TV 중계를 지켜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속 집단에 대한 사랑은 그 대상이 작게는 가족 단위에서 크게는 국가 또는 인류 집단에 이르기 까지 다양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랑은 그 대상에 따라 가족애, 애국심, 인류애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이중에 자신의 출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을 애향심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애향심을 갖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남을 미워하고 배타시 하며 나아가 공격적 마음을 갖는 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속 집단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높은 만큼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배타적 마음이 강하고 거부하다 보면 상호간의 소속집단
오래전 일이다. 1990년도 신춘문예 시조 당선하고도 한참 지난 후였다. 그때 심사를 故 박재삼 시인께서 해주셨기에 댁으로 한 번 찾아뵌 적이 있었다. 서울 묵동에 살고 계실 때였다, 선생님은 이제 갓 문단에 얼굴을 내민 햇병아리 시인을 만나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집 앞 큰길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시집을 여러 권 챙겨주시며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시인들이 시집을 보내주면 바로 엽서를 써요. 그래야 잊지를 않거든요. 긴말 안 쓰고 건필을 빈다, 그 정도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박재삼 시인은 시집을 받으면 꼭 엽서를 쓴다는 것이 문단에서도 소문이 나 있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전국에서 시인들의 시집을 받으면 문자 메시지나 전자우편으로 잘 받았다고 인사를 한다. 작년 10월 중순 경 나는 다섯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그동안 전국에서 시집을 받기만 했기에 나도 시집을 우편 발송했다. 지금까지 받았던 시집 빚을 갚기 위해서다. 많은 선후배 시인들이 글을 보내왔다. 그분들의 메시지나 편지들을 고마운 마음에 몇 편 옮겨본다. “선생님! 보내주신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잘 받아 읽었습니다. 상 하나 끌어안고 긴 밤 피 달이고도 열리지 않는 미답의 시가 어떤 것인지…
‘휘들옷’ 조금은 생소하지만, “휘몰아치는 들판에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옷”이란 뜻으로, 쿨비즈(CoolBiz) 패션에 상응하는 우리말 합성어다. 지식경제부가 개발한 하절기 에너지 절약형 패션의류이기도 하다. 담긴 의미도 있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어서다. 휘들옷은 시원한 소재로 제작돼 통풍성과 냉감성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휘들옷을 입으면 체감 온도를 평균 2~3℃ 낮춰 에너지 절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일반 기업에서도 휘들옷 착용을 생활화해 달라고 당부하는 캠패인성 옷이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면서 휘들옷을 포함한 쿨비즈, 쿨맵시룩이 각광을 받고 있다. 쿨비즈는 시원하다의 ‘Cool’과 사업·업무의 약어인 ‘Biz’를 합성한 단어로, 여름철 재킷과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옷차림을 가볍게 해 실내온도를 섭씨 28도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영국에서는 ‘쿨 워크(Cool Work)’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쿨맵시’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직사회에선 지난 2012년 서울시가 가
내가 사는 집에서 대문을 열고 나가면 골목길이 나온다.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 좌우에 승용차들이 빽빽하게 서 있다. 그런데 이 아스팔트 길 위로 비만 오고 나면 어디서 나오는지 지렁이가 기어 나온다. 가끔은 징그러운 모습에 질겁할 때도 있다. 아마 비 온 다음 날이면 지렁이들도 갑갑한 흙 속을 탈출해 밝은 지상으로 나들이를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렁이에겐 눈이 없다. 눈 없는 지렁이는 갈 바를 모른다. 그냥 앞만 보고 느리게 기어만 간다. 그러다가 개미나 곤충들의 공격을 받고 말라 죽는다. 그 위로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말라 죽은 지렁이의 흔적이 비 온 뒷면 흔하게 보인다. 나는 죽은 지렁이들이 의아하다. 왜 살던 곳에서 그냥저냥 살지 바깥세상으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저 지경이 될까? 하기야 흙 속에 묻혀 살자면 오죽 답답하랴. 답답하니까 환한 햇살이 비추는 땅 위로 기어 나왔겠지. 그러면서도 측은하다. 그러나 지렁이는 흙 속에 갇혀 살아야 한다. 그게 지렁이 세상이고 지렁이가 살아야 할 운명이다. 그걸 벗어나 별난 세상을 지향하다 보니 저 지경이 되는 것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지렁이가 흙 속에 갇혀 살듯이 사람은 일생을 시름 속에 갇혀 살고 있다…
지난 달 16일 U-20월드컵 결승전의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준우승은 아쉽지만, 세계 2등은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여자축구 월드컵 조별리그도 있었다. 우리는 3패로 탈락했고, 언론에 크게 나오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국가대표 경기였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국민 모두가 거둔 결과다. 선발과정에서는 소속도 다르고 경쟁상대지만 일단 국가대표가 되면 대한민국의 대표다. 물론 국가대표는 운동경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외국과 만날 때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대표다. 지난 달 28일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게 받은 홀대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가 받은 홀대다. 회의에 참가한 국가와 국제기관은 37곳으로 아베 총리는 각국 정상 15명을 포함해 19명과 정식 회담을 했다. 그 안에 문대통령은 없었고, ‘8초간의 악수’가 전부였다. 통상 이뤄지던 한미일 회담은 미국·인도·일본 회담이 대신했다. 물론 7월 21일의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징용재판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요청한 1965년 청구권 협정상의 중재위…
우리들의 천국 /박준 곁을 떠난 적이 있다 당신은 나와 헤어진 자리에서 곧 사라졌고 나는 너머를 생각했으므로 서로 다른 시간을 헤매고 낯익은 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 시간과 공간 사이,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잔상들을 웃자라게 했으므로 근처 어디쯤에는 그날 흘리고 온 다짐 같은 것도 있었다. - 박 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문학과 지성사 우리를 붙잡고 있는 “서로”는 늘 ‘여기’에 묶여있다. “곁”이면서 “다른 시간”을 헤매고, 헤매면서 “다시” “곁”이라 여기고 그 자리를 돌아본다. 그 “시간과 공간 사이”에는 내가 있으면서 없는 자리다. 과거에 단단하게 용접된 현재의 ‘여기’는 늘 과거라는 유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못되는 어딘가의 “너머”가 지속하는 곳을 “천국”이라고 불러본다. 언제나 동일한 현재이거나 언제나 동일한 과거라는 시간에게 ‘기억’이라는 이름을…
분단과 대치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정상이 30일 만났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다시 남한 영토로 넘어와서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시점과 장소, 형식 여러 면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고도 깊다. 한반도 분단과 냉전의 고통을 상징하는 판문점 남측 구역에서 정전협정 두 당사국이자 70년 적대국의 최고지도자가 만났고, 그 회동 장소를 분단의 당사국인 한국 최고지도자가 마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촉박하게 회동을 희망했지만 김 위원장이 호응하는 신뢰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아주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라는 문 대통령의 평가는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미 간의 비핵화 실무협상 본격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실무팀을 꾸려 북한과 협상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가 지속되던 남북 관계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간 회동으로 진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지속적인 남북 교류를 통한 최종적 평화통일을 갈망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미 많은 진전을 이뤘고, 북미협상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곧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금방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교착상태로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일이다.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맺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즉 마지막 남은 냉전을 해체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지금까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북 간에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가 인도네시아 국가체육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다. ‘한-아세안 수교 30주년’ 및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22일부터 25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한국과 북한을 비롯,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수원시청팀(여자), 화성시청팀(남자)이 참가했고, 북측은 국가대표급…
빨래가 바삭하다. 오랜만에 먼지 없는 투명한 날.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가 햇빛에 올을 세웠다. 꼬들꼬들 마른 타월이 살갗에 닿는다. 해가 좋은 날 탁탁 털어 널면 속이 시원하고 잘 마른 빨래를 걷으면 뿌듯하다. 수분이 날아간 빨래처럼 마음도 가벼워진다. 빨래를 갠다. 먼저 옷의 상태를 확인한다. 옷장으로 들어가기 전 사전검열이다. 단추가 떨어졌는지, 실밥이 풀렸는지, 솔기가 터졌는지 살핀다. 미처 보지 못한 얼룩을 이때 발견한다. 간혹, 출처를 알 수 없는 얼룩을 조사할 때에는 고도의 추리력이 필요하다. 성분은 무엇이며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유추한다. 가끔, 아주 가끔 생각지 못한 단서를 잡기도 한다. 음식물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세밀한 역학조사가 들어가겠지. 옷을 갤 때에 중요한 것은 각을 맞추는 일이다. 이 일은 살짝 수학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소매와 소매가 맞닿고 솔기와 솔기가 수직이 돼야 한다. 솔기와 밑단이 만나는 곳은 90도로 각이 맞아야 한다. 다림질 하거나 접어서 옷장에 넣는 일의 반복에서 이 원칙은 중요하다. 각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옷이 있다. 부들부들한 재질의 옷감이다. 속옷이나 블라우스, 셔츠가 대개 이렇게 부드럽다. 관리 또한 까다롭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2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석제 안성시장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과 같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선거 기간 중 실제 재산 현황이 공개됐다면 시장에 당선됐을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고, 이어 2심에서 “재산 등록을 잘못한 것이 후보자 등록 무효 사유에 해당된다는 1심의 양형은 적정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우 시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과로 시민들의 기대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마지막까지 시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입장문 발표는 우 시장이 ‘자진사퇴’보다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판결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가운데 발표된 우 시장의 입장 표명이다 보니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성시 간부 공무원 A씨는 우 시장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