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공포와 두려움에 빠지게 한 전염병 페스트는 1347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을 시작으로 약 3년 만에 전 유럽을 휩쓸었다. 당시 발생했던 페스트균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 주변에 서식하는 다람쥐나 비버 등의 야생 설치류가 옮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 중국에서 발병한 페스트균이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유입되었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감염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페스트는 유럽 전역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폐에 균이 침투하는 페스트는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중세 시대의 유럽은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 규모가 급성장한 탓에 환경이 불결했다고 한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목욕을 하면 모공이 열려 역병에 쉽게 감염된다는 잘못된 의료 상식으로 목욕을 꺼렸던 이유도 있었다. 발병 당시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향수를 뿌리고 향초 오일을 바른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신을 처리하기 곤란해져 길거리에 쌓아 두는 바람에 더욱 확산됐다. 나중에는 환자가 발생하면 문을 걸어 닫고 산 채로 불에 태워 버리는 극한의 방법이 사용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이어질 때 쓰는 말이다. 좋은 시절이 왔어도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여의치 못하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더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쓴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고대의 4대 미인이라고 하면 서시와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꼽는다. 미모도 미모려니와 그녀들의 삶이 중국 역사를 대변할 만큼 파란만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회자 되었다. 동방규가 전한시대의 미인 왕소군을 소재로 지은 시가 이렇다.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옷에 맨 허리끈이 저절로 느슨해지니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은 아니라네” - 동방규, 〈소군의 원망〉 그래서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외롭고 힘든 마음의 표현을 넘어 자신의 현재 처지나 환경에 대한 비관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요즘 ‘코로나19’ 급속한 확산으로 온 국민은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질환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방학과 개학은 세상의 부모와 자녀의 생활을 정반대로 만든다. 특히 엄마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자녀의 방학은 ‘엄마의 개학’이라 말하기도 한다. 개인 삶은 희생한 채 자녀 돌보기에 올인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삼시세끼 밥해 먹이고 학원 데리고 다니는 가이드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자녀 개학은 엄마의 방학’이란 말이다. 하지만 개학과 동시에 집집마다 또 다른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번엔 ‘역전의 기회’ 없이 부모 학생 모두가 해당된다. ‘새 학기 증후군’ 또는 ‘학교 공포증’ ‘분리불안 장애’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성장통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부모와 자녀간 ‘밀당’도 심각한 수준을 넘기기 일쑤다.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맞벌이 부부 가정은 그야말로 전쟁이나 다름없다. 처음 취학하는 아동에서부터 대입 수험생이 되는 고3에 이르기 까지 거의 전 학생층이 해당된다. 부모와 분리되는 상황이 두렵고, 방학 동안 마음대로 지내다 학교에 가서 종일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왠지 짜증나고, 거기에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다는 성장통. 경우에 따라선 부모도…
장애인인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아무리 건강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10년은 먼저 늙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60세인데 신체 나이로는 70세쯤 생각해야 한다.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휠체어를 안타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팔을 다쳐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이제 목발보다 휠체어를 타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조언해주신다. 그 이유는 양쪽 팔 인대가 모두 달아 지속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닐 경우 그나마 거동도 못하게 될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요즘은 멀지 않은 거리도 휠체어를 자주 이용하게 되고 목발을 짚고 다녔던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중반에는 계룡산과 용봉산을 오를 만큼 체력이 강했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도 문제가 없었던 나였다.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던 그때는 장애가 큰 벽이 되지 않았다. 이제 60대가 되고 보니 고관절, 무릎관절 등이 시원찮다. 고관절이 망가지면서 계단을 올라갈 때 힘들다. 고관절의 힘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1~2계단만 올라가도 몸의 무리를 느낀다. 앞으로 남은 평생 전
지난 1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 발생현황은 확진환자 3천735명, 검사진행 3만3천360명, 격리해제 30명, 사망자 18명으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레프트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며,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버트런드 러셀은 “두려움은 미신의 주 근원이자, 잔혹성의 여러 근원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혜로워지는 첫 걸음은 두려움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 따라 공포감과 두려움은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전해졌고, 개학연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오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심이 되고…
검은 등 뻐꾸기 /문용희 수백 년 된 팽나무 숲속 병영성을 울려오는 새의 노랫소리 홀딱버꼬~ 세상의 어두운 가면과 내 마음의 무거운 짐 다 벗고 싶네 세상 끝 날 주 앞에 설 때 내 모든 것 다 드러나면 검은 등 뻐꾸기의 노래처럼 모든 것 홀딱 벗고 당당히 맞이할 수 있을지 ■ 문용희 1955년 전남 완도 출생으로 한울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완도군청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한울문학상을 수상했다. 전남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완도문인협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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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총량제’는 택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눈 뒤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해 택시 적정 대수를 산출, 이를 지키도록 한 제도다. 택시 감차가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획일적인 감차정책엔 문제가 있었다. 신도시 등 인구급증 지역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고, 택시 부족 지역에도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총량제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가 ‘택시 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택시총량제 지침을 지자체가 각자 사정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9년 2월 택시총량제 산정 시 인구증가율을 적용토록 했던 지침 내용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택시 대폭 증차를 요구하는 하남·광주시 주민들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토부의 택시 총량 산식(算式)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는 ‘하남-광주 지역 택시부족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며, 지난달 26일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진일의원(더불어민주당·하남1)이 제34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
정부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체계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중증도를 기준으로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별도로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격리해 고위험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방침이 주된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검토했던 방역 전략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루 수백명씩 늘어나는 대구·경북 등 전국의 확진자 증가세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아직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대구·경북 외 지역은 전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봉쇄 전략’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을 둔 대책이어서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완화 전략’을 일정 기간 더 병행하되 환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완화 전략’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지역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확진을 받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확진자를 한 곳에 모아 놓고 관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한 거주 한국인을 아산과 진천에 수용했던 때와도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는 인원이 수백명 규모였고, 대부분 환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2009년 어느 가을 아침, 6학년 부장교사가 교장실로 뛰어들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됐습니다!” “저런!” “어떻게 하죠?” “아이들 실망이 크겠죠?” “그럼요!” “대책을 세웁시다!” “어떻게요?”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말고, 그러면 누가 교육을 어렵다고 하겠어요?” 그날 교사들은 예전에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동유럽 나라를 ‘가상 탐사’하는 여정을 정해 그 나라의 지리와 역사, 문화, 언어, 일상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작성했더라는 ‘학급여행’ 이야기를 읽고(유네스코 핸드북, 1981), 3일간의 ‘경주 가상여행’을 구상했다. 카페를 개설해서 자료를 모으고 토론회, 가장행렬,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여행이 취소됐다는 발표에 실망하면서도 이 대안에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주었고 더구나 적극적이었다. 첫째 날, 우선 경주에서 파는 달콤한 빵을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