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장비의 ‘백도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뒷문’이라는 뜻의 백도어를 정보통신(IT) 업계에선 ‘사용자 몰래 기기에 심어진 불법 시스템 변경 코드’라 말한다. 백도어를 악용할 경우 보안절차를 피해 마음대로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정보를 빼오고, 심지어 원격 기기조작까지 가능해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도어가 심어진 중국산 카메라가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다면 어떻게 될까? 평택시는 지난 12월 공무원들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문 모(B정보통신 대표)씨가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고, 평택시 소속 공무원 15명이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공무원 5명이 적게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 졌지만, 시는 지난달 말께 인사위원회를 열고 2명에 대해서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관련 공무원의 징계 수위가 낮은 것에 대해 특별히 논할 이유는 없지만, 시가 조달우수제품을 납품받지 않고 규격에 맞지 않는 중국산…
士자가 들어가는 직업군 중 변호사,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가 있다. 왜 선비를 뜻하는 士가 들어가 있을까? 높은 학식과 올곧은 성품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황퇴계집에 보면 선비는 자기 몸을 깨끗이 하고 옳게 행하는 것 뿐이니, 화와 복을 논할 것이 못 된다고 하였다. 여기 세 개의 일화를 소개한다. 지난 6월, A라는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어 구제를 위해 한 행정사를 찾았다. 행정사가 어떻게 술을 마시게 됐냐고 물었다. 의뢰인은 “그냥 마셨어요. 여러 번 음주운전을 했는데 운이 없어 적발됐어요”라고 반성의 기색 없이 내던지는 식으로 말했다. 행정사는 사건 수임을 거절했다. 당장 수임료를 받겠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불가피하게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짓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양심에 걸릴뿐더러, 설사 그 거짓이 운좋게 받아들여져 구제가 된다 하더라도, 그는 다시 또 음주운전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사가 공공의 적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장인 B씨는 서울 서초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소속직원을 해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변호사는 해임에 이를 만한 중대한 사유를…
즐거운 높이 /이수명 이렇게 지붕 꼭대기에 올라선다. 이렇게 지붕은 넓게 깔리고 지붕은 아무것이나 찬양하고 아무 지붕이나 날리고 지붕이 날아간다. 이유 없는 높이들이 높이뛰기를 하고 있다. 높이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또한 벗어나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이다. 그러한 높이는 하나의 지붕으로 표상된다. 세상은 마치 무엇이든 높이 올라야만 존재가 드러난다는 듯 높이뛰기를 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온갖 빌딩과 아파트와 일등 이등을 다투는 경쟁들, 속도에 속도를 붙이며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다. 또한, 저마다의 의미를 그곳에 두고 올려다볼 수 있는 지붕이라면 아무것이나 찬양하고, 아무 지붕이나 넓게 깔고 깔아 내 영역이라는 표시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날아가 버리는 지붕들, 산산이 부서지는 그 높이들, 너와 내가 한 곳에 있다하나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 너나없이 한 곳을 향해 몰려가는 우리의 그러한 모습은 사실 이유 없는 높이들이 높이뛰기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시라도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은 우리를 무한한 부침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는 것인데 지붕이 지붕을 날려버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우리 사…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지난 2월부터 8개월째 감소했다. 올해 1∼9월에는 작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같은 기간에 8.8% 줄어든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불황이 중소기업에 한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산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거기에 미국과 중국시장 판매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스마트폰 산업도 최상위 제품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제품에서는 화웨이, 비보 등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대표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한파를 부품 협력업체인 중소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맞고 있다. 견디다 못한 차 부품업체들은 지난달 정부에 3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려면 자신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소규모 개방형 국가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 미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므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4명은 “진정한 양심을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 2004년 판례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정당한 병역 거부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진정한 양심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다. 양심이나 신념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가정환경과 성장과정, 학교생활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모호하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대체복
올해 국세청의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가 11월 초부터 제공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국세청 홈택스에 로그인하면 연말정산 간소화메뉴에서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말정산 미리보기에서는 신용카드 등의 1∼9월 사용액을 알려주고 근로자가 10∼12월 예상액을 추가하면 올해 연말정산 예상세액을 계산해볼 수 있으며, 최근 3개년 추세 및 절세팁도 살펴볼 수 있다. 근로자들은 올해 연말정산을 위해 내년 1월에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에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제출하고, 회사는 각 근로자들의 올해 세금을 확정해 2월 급여를 지급할 때 환급 또는 추가납부세액으로 반영한다. 그렇다면, 올해 연말정산에서 달려진 몇몇 항목들을 살펴보자. 첫째, 올해부터 6세 이하의 자녀세액공제는 받을 수 없다. 종전에는 6세 이하의 공제대상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1명을 초과하는 1명당 1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았으나 6세 미만의 아동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면서 앞으로는 공제받을 수 없다. 그러나, 공제대상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는 6세 미만의 자녀도 올해까지 공제 가능하며, 2019년부터는 공제받을 수 없다. 둘째, 근로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공제항목의
은행잎 노랗게 물든 거리 연인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는다. 만추의 멋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예닐곱은 된 듯한 여자아이와 두어 살 어려보이는 사내아이 그리고 아이의 엄마 아빠 이렇게 넷이서 행복해 보인다. 샛노란 은행잎을 줍기도 하고 가끔은 은행나무를 껴안아 보기도 하면서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거리를 걷고 있다. 큰아이가 은행알은 왜 냄새가 나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아빠에게 물어보라며 답을 돌린다. 글쎄 왜 지독한 냄새가 날까 하며 아빠가 답을 얼버무리자 오빠는 그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준다. 분명 부부인데 호칭은 오빠다. 단란해 보이는 그들의 대화가 실망스럽다.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고 아이엄마는 오빠라 부른다. 아빠와 오빠 사이의 관계가 묘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지만 자식들이 저만큼 컸는데도 오빠라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참 보기도 민망하다. 방송 등 대중매체에도 남편을 오빠라 칭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아빠를 자신의 아빠인 냥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호칭을 바르게 해야 자식도 바른 호칭과 우리말의 관계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원고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들은 1995년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1999년 패소하자 2005년 국내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패소했으나 2012년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이른바 ‘사법농단’에 의하여 지금까지 판결이 지연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판결에서 소멸시효를 3년이라 했으므로 2015년까지 재판을 지연시켜 수만 건으로 예상되는 추가소송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3년 김기춘 비서실장이 삼청동 공관에서 차한성 행정처장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나 판결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설치와 판사들의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했다. 그밖에도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법조계를 사찰하여 외압을 가하고,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수사가 진행중이고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
어두워지는 일 /류미야 저녁이 사력을 다해 밤으로 가고 있다 떨어진 잎새 하나 어두워지는 초겨울 가로등 불빛 아래 많은 것이 오간다 낮을 걸어 나오면 밤이 될 뿐이지, 저무는 것들의 이마를 짚어본다 불현듯 낡아 있거나 흐려지는 것들의 서리 낀 풀숲에 겨우 달린 거미줄이나 명부冥府 같은 우물에도 이 밤 별은 뜨리니 죽도록 어둠을 걸어 아침에 닿는 것이다 굳게 닫힌 바닥을 발로 툭툭 차면서 다친 마음 바닥에도 실뿌리를 뻗어본다 겨울이 오는 그 길로 봄은 다시 올 것이다 저녁을 걷는다. 차츰 어두워지는 능선에서 검은 선이 명백하게 그어지고 있다. 어둠이란 항상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오며, 내부의 모든 빛에 스며드는 법이다. 시인은 저녁을 걸으며, 스며드는 어둠의 투박하고 자세한 골목들을 본다. 골목은 혈관처럼 집을 향해 흩어지는데, 느리고 사소하며 급격하다. 먼 곳의 희미한 냄새들처럼 모호하면서도 가볍다. 저녁을 걸으며, 이 골목들이 찍은 발자국을 본다. 발자국이란 삶의 반경이며 속도이고 망설임의 표식이다. 발을 디디면서 발바닥의 앞쪽에 힘을 주었을 때, 몸의 기울기가 생기고 그 무게만큼의 어둠이 밀려와 스며들고 흩어지며 급격해지기 때문이다. “저
경기도 2019년도 예산안이 5일 확정됐다. 24조3천604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고용과 분배 관련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예산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올해 본예산 21조9천765억원에 비해 2조3천839억원(10.8%) 늘어났고 일반회계 예산 첫 20조를 돌파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수치상 ‘역대 최대’에 그쳐선 안 된다. 이재명지사가 “공정한 경기도를 닦아나갈 중대한 이정표”라 밝힌 것처럼 지속추진이 관건이어서다. 편성된 경기도예산을 살펴보면 일반회계 21조849억원, 특별회계 3조2천755억원 등 모두 24조3천604억원 이다.세입예산은 지방세수입 11조6천77억원, 보조금 8조183억원, 보전수입 및 내부거래 8천791억원 등이다. 세출예산은 국고보조사업 9조2천746억원, 시·군 및 교육청 전출금 등 법정경비 6조5천994억원, 자체사업 2조1천905억원 등이다. 그중 복지예산이 올해 7조2천191억원에서 8조9천187억원으로 1조6천996억원(23.5%) 증가한것이 먼저 보인다. 자체사업 예산은 도가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핵심 공약사업 확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청년배당에 1천227억원, 산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