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우는 사람 /이현승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는데 새벽에 방문을 여닫는 인기척에 깬다. 자면서 한사코 이불을 걷어차는 유구한 역사의 식구들, 죽은 사람의 눈을 감기듯 이불을 덮어주고 간 아내의 손끝이 한없이 부드러워 잠 깨어 다시 일어난다. 일어나 앉아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눈을 감기고 옷 입혀줄 큰아이가 옹알옹알 잠꼬대를 한다. 뭉텅뭉텅 잘린 말끝에 알았지 아빠? 한다. 잠꼬대를 하는 것도 나의 내력이라 내림병이라도 물려준 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저 눈꺼풀 안의 눈빛이 사탕을 녹여 부은 듯 혼곤하리라. -이현승 ‘생활이라는 생각’ 참 담소한 시다. 화려한 수식이나 비의를 통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없다. 내용 또한 우리 생활 속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읽고 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듯 시는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일상 속에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이러한 시와 다를 바 없으니 이 세상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일평생 시를 살다가는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한 밤 중 일어나 보는 내 자식들, 옹알옹알 잠꼬대를 하는 아이와 이불을 덮어주는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과, 일어나 앉아 자는…
경기도미술관, 경기아트프로젝트 ‘시점·시점’전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에서는 오는 2020년 2월 2일까지 경기아트프로젝트 ‘시점·시점_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지난 1980년대 한국 사회 변화의 한 축을 견인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경인·경수 지역의 소집단 미술운동을 당대의 자료와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소집단들은 ‘그림사랑 동우회 우리그림’, ‘미술동인 두렁’, ‘그림동인 실천’, ‘시월모임’,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 ‘목판모임 나무’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당시 ‘전위·저항·실천’이라는 주요한 시대정신으로 ‘현장’에서 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며, 삶과 예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 이에 전시에서 조명하고 있는 주요 소집단들을 소개한다.…
“꿈을 향해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화성 청계초교 학생들은 ‘놀이수업’으로 학교생활이 더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놀이를 통한 학습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는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화성시 동탄2신도시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청계초등학교(화성시 동탄대로시범길 39)’는 지난 2011년 10월 첫 설립 인가 이후 2015년 6학급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55학급 규모로 늘어나는 등 명실공히 화성시를 대표하는 ‘명문(名門) 초등학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특히 최근에는 그동안의 ‘명문’ 수식어를 뛰어 넘어 ‘명품(名品) 학교’로 급성장,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화제다. 이는 청계초 제3대 교장으로 취임한 서대기 교장의 특별한 교육관 때문이다. 취임 이후 서 교장의 ‘놀이수업’은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왔으며, 지금은 인근 초등학교들까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청계초의 ‘대한 어울림 민속 한마당 축제’는 서 교장의…
의정부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적어도 경기북부지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투자와 대우 모두 주변 지자체들보다 좋았다는 것이 지역 문화예술인(문예인)들의 증언이다. 그 중심에 의정부예술의전당(전당)이 있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들이 이뤄졌고 문예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예발전을 논의했다. 말 그대로 경기북부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이랬던 전당이 뼈와 태를 바꿔 맞추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길’을 선택했다. 외형은 의정부문화재단(재단)이다. 전당이 재단법인으로 전환한지 12년 만이다. 그동안 전당이 일궈낸 성과는 적지않다. 경기북부지역 문화예술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화예술 공급원으로서 지방문예회관의 모범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경기북부지역에서 기초문화재단의 실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재단으로 한단계 오르기 위한 토양을 다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뼈(骨)와 태(胎)’를 새롭게 장착한 재단은 스스로 갈 이정표를 이렇게 세웠다. ▲각종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지원 사업 강화 ▲문화예술교류 확대 ▲문화예술 창작 및 보급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문화자원 및 전문 인력 발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간에는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 두 정상은 이 선언에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통일과 남북 공동 번영, 평화라는 기대치가 높게 솟았다.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단체들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많은 지방정부들이 남북교류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도내에서는 수원·고양·성남·용인·연천·파주·광명·동두천·부천·시흥·안산·안성·안양·여주·의정부·이천·평택·포천 등이다. 조례 내용은 상호 이해 기회나 자리를 마련, 단절된 공동체를 회복하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문화, 관광, 체육 등 각종 남북 교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조례와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 할 수 있는 권한도 약하고 추진여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정부가 북한과 교류하려면 사전 통일부에 방문승인과 접촉신고 등의 허가를
조선시대 법주사는 60여동의 전각과 7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사찰이었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전쟁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법주사의 규모는 줄어들었고 현재는 30여동의 건물만 남아있다. 법주사에서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팔상전을 선택하겠다. 국보55호로 지정된 팔상전은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시간이 부족하다. 팔상전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8폭의 팔상도가 모셔져 있다. 다른 사찰의 팔상전과는 달리 한 벽면에 두 폭씩 사방에 나누어 배치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팔상도를 보려면 자연스럽게 탑돌이를 하듯 팔상전 전각 내부를 한 바퀴 돌게 된다. 팔상도 앞 불단에는 불상을 봉안했다. 불상은 석가모니불이 주불이며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셨다. 석가모니불 뒤로는 영산회상도가 후불탱화로 모셔져 있다. 불상 앞에는 500나한상이 3줄로 배치되어 있다. 500나한상의 모습들이 제각각이다. 각자의 개성이 물씬 풍긴다. 개성이 담긴 부처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묘미가 있다. 팔상전 안 탑돌이를 마치고 팔상전 밖으로 나온다. 팔상전은 5층으로 된 목조탑이다. 밖에서 보면 5층이지만 안에서 보면 통층이다. 탑이면서도 부처님과
“대한민국 성인은 연평균 330잔의 커피, 120병의 맥주, 90병의 소주, 하루 3시간 이상의 스마트폰, 3시간 이상의 TV시청을 한다. 하지만 일 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지성 작가의 ‘생각하는 인문학’의 한 구절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이에 반해 자연과학은 자연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며, 21세기 들어 눈부신 발전을 통해 인류의 문명을 선도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이 왜 최근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을까? 자연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음에 반해 인문학은 인생을 행복의 길로 이끌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사회를 위해서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수원시는 이미 2011년부터 인문학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인문학 도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시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해왔으며, 책 읽는 도시 수원 만들기를 위하여 18개의 공공 도서관을 구축해 시민들의 문화 향유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왔다. 십여 년이 흘러 이제 220년 전 정조대왕이 꿈꾸던 문예부흥 정신을 계승하여 신 개념 르네상스로 ‘인문
영국 BBC나 가디언 등에는 댓글창이 아예 없다. 무자비한 악플 테러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에서다. SNS 트위터는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댓글 숨기기’ 기능을 추가해 22일부터 적용했다. 또 올해 초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등 3개 국가에서 답글 숨기기 기능을 시범 운영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으며, ‘답글 숨기기’ 기능 적용 국가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31일부터 다음 연예뉴스에 댓글창이 사라졌다. 네이버도 작년 10월 기사에 대한 댓글 제공 여부를 언론사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당사자를 죽음 까지 이르게 하는등 악플로 인한 폐해가 워낙 커서다. 사회학자들은 악플에 대한 심리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모든 사람이 악플러가 될수 있다는 잠재적 심리가 하나다. 특정한 성격 장애나 병리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심리, 즉 정신병리학적 심리가 또 하나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유형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들다. 인신공격형·낚시형·광고형·장난형 등등. 악플이라는 ‘생지옥’에서 시달리다 못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설리는 세상에 큰 화두를 던졌다. 아울
1937년 4월 26일, 24대의 비행기가 게르니카를 향해 5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무차별적인 폭격에 도시는 쑥대밭이 되고 1천600여 명이 사망했다. 독일 나치정권이 스페인 정부와 내전 중이던 프랑코 반란군 편에서 자행한 민간인 무차별 공격이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북부의 작은 마을로 이날은 마침 장날이었다. 군사 전략적 요충지도 아니었는데 단지 나치 독일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비행기와 폭탄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폭격을 가했다는 사실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장터에 나갔다가 참혹하게 당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피카소는 분노에 휩싸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게르니카’다. 폭 7.8m, 높이 3.5m 거대한 그림은 한 달 반 만에 완성됐다. 불에 타고, 쓰러지고 절규하는 사람들, 울부짖는 말과 황소, 멍하게 하늘을 응시하는 여자, …… 분할되고 왜곡된 이미지, 흑백 톤의 차분히 가라앉은 컬러가 오히려 냉정하게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안 알려진 사실은 피카소가 한국의 참혹한 상황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1950년 한국 전쟁 중에 일어난 황해도…
하얀 얼굴에 올라간 입꼬리. 집회나 시위 현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가면(假面)이 있다. 이른바 ‘벤데타 가면’ 또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 가면을 쓰고 나오는 걸까? 그리고 이 가면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동물을 사냥하기 위한 변장에서 시작된 가면은 이후 주술, 신앙,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용되면서 문화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무엇보다 사람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은 가면을 착용한 이들로 하여금 일상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도 가능케 하는 대범함을 심어주기도 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서도 우리는 그처럼 가면이 주는 용기를 만날 수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수용소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돼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영화는 파시즘이 만연한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기만하고, 독재가 횡행하는 경찰 국가에서 겪는 숨 막히는 삶과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신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