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 최대의 화두였음은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이를 담당하는 법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법행정권남용, 사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재판에 사법행정처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아직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수사과정에서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부분 기각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현 사법부의 해결의지가 의심받고,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한 의구심은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다짐하였는데, 대법원장의 이런 말 자체가 또 다른 사법농단이 될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제주 국제관함식 참석 후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재판이 확정되면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사면 약속은 담당 재판부에 대한 엄청난 압력일 것이다. 사법농단 방식으로 사법농단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
중이다 /양문규 꽃 피는 중이다 벌과 나비가 꽃 위에 앉는다 바람 부는 중이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비 오는 중이다 두꺼비가 새집 다오 외친다 눈보라 치는 중이다 수리부엉이가 어둔 밤을 난다 그 사이 나는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어느 사이를 기다리는 중이다 꽃 피는 ‘중(中)’에는 벌과 나비가 꽃 위에 앉아 그 황홀경을 만끽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비오는 ‘中’에는 살던 집이 무너지고 새 집을 찾아 터덜터덜 걷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중’을 ‘중[僧]’으로 읽어보면,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僧’에게는 그 마음이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수리부엉이처럼 어둔 밤을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또 이 ‘僧’에서 그 의미를 구성하는 ‘사람[人]’을 빼내어 읽어보면, 꽃이 피다가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하는 차안과 그 차안을 떠난 피안 사이를 방황하는 사람이 보인다. 방황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김명철 시인…
소 돼지, 닭, 등의 가축 축사는 혐오시설로 각인돼 있다. 심각할 수준의 악취는 물론,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축사 허가여부를 놓고 화성시 남양호 인근지역 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다.(본보 10월22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화성시 남양호 인근 우정 장안지역 우량 농지에 최근 대형 축사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전임 시의원들이 관련 조례(가축 사육 거리제한 거리 규정)을 강화하면서 발의 이전에 접수된 허가는 모두 허가를 내주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는 지난해 8월 지역주민의 생활환경보전 및 상수원 수질보전 등을 위해 ‘화성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 가축사육의 제한구역을 마련해 올해 2월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당초 제한구역은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300m(소·젖소·말·사슴·양), 500m(돼지·닭·오리·개) 이내로 이곳에는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새로 개정한 제한구역은 소·말·사슴·양 500m 이내, 젖소 700m 이내 돼지·닭·오리·개 1천300m 이내 등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부칙이 문제였다. ‘개정규정 시행(2월 5일)전…
얼마 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백 대표는텔레비전의 이른바 ‘먹방’부터 창업 컨설팅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인기 방송인이자, 성공한 프랜차이즈 경영인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을 묻는 국회의원에게 “우리나라 인구당 매장수가 너무 많다. 과도하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외식업에 아무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수 있다면서 “미국같은 경우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열려면 최소 1~2년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신고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쉽게 식당을 열면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는 계기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출연하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도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아니라 '준비 없으면 하지 마세요'라는 뜻”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자영 외식업자들이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포화상태라면서 “그분들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시장원리를 따라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말 가슴 아픈 얘기이긴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리지는
수원화성에는 50여 개의 성곽시설이 있으며 이중 중요시설에는 별도의 담장이 설치되어있다. 4대문 육축 위 누각(장수의 지휘소)과 정조가 특별히 사랑한 동북각루(방화수류정) 및 봉돈 등이 그 대상이다. 만약 봉돈이 전쟁 이전에 첩자로 인해 파괴된다면 무방비 상태에서 적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요한 시설로 분류되었다고 본다. 조심태가 봉돈의 축조를 처음 건의한 것은 1796년 1월이고 6월에 완성되었다. 공사 기간을 2개월로 보면 위치 선정과 설계에 약 3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봉돈의 건설을 건의한 사람은 조심태이지만, 당시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한 책임자는 도청 이유경이니까 그를 설계자로 볼 수 있다. 배치평면에서 봉돈은 절반 이상이 성곽 밖으로 돌출되어 있다. 돌출된 외벽에 5개의 화두(火竇)가 있고 내부는 마당과 기계실 및 온돌방이 있으며 그사이에는 작은 홍예문이 있다. 온돌방은 남쪽에 위치하고 기계실은 햇빛과 관계없는 북쪽에 있다. 홍예문은 이곳을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마치 또 하나의 성(城)이라 할 수 있다. 한글본 정리의궤에서는 봉돈은 정교하고 견고하여 다른 대(臺)보다 더 많은 공력을 들여 중국에서도 보…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우리는 개발 붐을 통하여 전국 어디서나 상전벽해를 넘어서는 변화를 보아 왔기에 그 말에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말은 이와는 다른 말로 말 자체에서 상전벽해를 느끼는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싶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 중에 신이 허락한 ‘삼대 거짓말’이란 것이 있다. 요즘에 와서는 말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것이 품은 뜻은 거짓을 풍자한 말임에도 거짓보다는 진실이 되어버린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 말은 다름 아닌 노인들이 자조적으로 흔히 말하는, ‘젊은것들아 늙은이 대접 좀 해라’하는 의미가 살짝 담긴 “빨리 죽어야지, 빨리 죽어야 해”하는 말이며, 또 하나는 처녀들이 말하는 “나는 시집 안 갈 거야”이며, 세 번째는 장사꾼의 뻔한 거짓말인 “밑지고 파는 겁니다”이다. 이 말들이 그간은 어느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라 했고 말 그대로 삼대 거짓말이었으며 사실이 그랬으며 누군가 뻔한 거짓말을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청소년 노동자의 부당처우와 노동인권침해가 관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이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학생 근로 현황’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70%가 넘는 교육청에서 관련 실태조사가 전무하며,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합동으로 발표하는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인 13~18세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12.8%로 2016년(11.3%)보다 1.5% 상승했고, 10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경기도 중·고등학생의 12.9%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고, 고등학생이 중학생보다 5배 정도 더 많았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의 61.7%는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고등학생의 일주일 평균 근로 일수는 2일 이하가 가장 많고, 일일 평균 근로시간은 중학생 6시간, 고등학생 7시간으로 나타나, 고등학생이 중학생보다 주당 근로…
터진목의 숨비소리 /박현솔 바다가 유채꽃 길을 터주는 성산포 먼 바다 위의 태왁들은 넘실대는 파도 아래 잃어버린 길 하나를 찾은 듯 둥그렇게 떠오른다 젊은 해녀가 며칠 전 엄마가 된 몸을 바다에 담그자 아직 뼈가 맞춰지지 않은 몸속으로 찬 기운이 몰려오고 숨비소리도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사나흘 전부터 마을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들이 불에 타면서 울음이 줄을 잇고 있다 마을 남자들의 대부분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갓난아기를 안아보자마자 남편도 어딘가로 끌려갔다 거센 물살 너머로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그녀 해초에 발이 걸리거나 돌 틈 사이로 고꾸라지면 어둠 쪽으로 기울었던 불안감이 요동을 친다 살아야 한다고 어린 자식들을 지켜야 한다던 남편의 모습이 해초 사이로 어른거린다 갑자기 밀어닥친 사나운 이념의 소용돌이는 아직 활보 중이고 서둘러 소멸하기에는 글렀다 오늘 누비고 있는 이 검은 바다의 시간이 어제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던 시간이었음을 말해주는 고동소리 나는 숨비소리, 숨비소리 숨비소리는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 같이 내쉬는 소리다. 해녀의 그 순간에 토하는 숨이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우리는 이렇듯 한 번의 숨으로 인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일차적으로 유치원 측에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도 지난 수년간 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 당국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 확보이다. 전국 4천220곳의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 예산 명목으로 국민의 혈세가 2조원이나 지급된다. 이는 사립유치원 운영자금의 45% 정도다. 그러니 사립유치원이라고 해서 개인의 사유재산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국공립유치원만큼 회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전국의 초중고와 국공립유치원에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립유치원만 민간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회계시스템을 ‘에듀파인’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이번에 비리가 공개된 사립유치원은 2013년에서 2017년까지 감사를 받은 1천878곳이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33% 정도이다. 여기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고, 부정하게 사용된 액수가 26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국의 사립유치원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부정이 드러나는 경우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중대한 비리가 적발되면 지원금을 환수하고, 형사책임을 묻는 등 엄하게 제재
인천시가 청라 한국GM 시험주행장 부지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인천시는 애초에 GM코리아가 인천의 자동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하며 부지를 제공했다”며 “그런데 현재 법인 분리에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다. 타당한 걱정이다. 인천시는 법인분리에 대해 GM노조 등 시민사회의 동의가 있지 않다면 부지 회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1만㎡ 규모로 조성된 한국GM 주행시험장은 인천시가 2004년 당시 GM대우에 빌려준 땅이다. 인천시의 이같은 검토는, 한국GM이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산업은행의 불참 속에 연구·개발(R&D) 법인 분할을 의결했고, 먹튀논란이 가중되며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GM을 압박하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GM의 분할 내용은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동력전달) 관련 부서를 묶어 별도의 R&D 법인으로 떼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법인 분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산은과 노조의 입장은 비슷하다. 법인 분할이 GM의 향후 한국시장 철수 준비작업일 가능성을 염려한다. 여기에 1만여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