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최연하 허공에 쌓은 모래성은 아니었는데 혼자만의 경계에 갇혀 건너지 못할 크레바스를 만든다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며 서로의 통증을 감싸던 시절은 뒤돌아서고 무섭고 낯선 벽하나 비스듬히 세워졌다 믿음의 부재 뒤에 숨겨진 검은 말들 흔들리며 너와 나를 조각낸다 시간의 둘레를 감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서로의 눈빛 남는 것은 점점 단단해지는 매듭 뿐 뒤집어보고 뒤돌아봐도 아픔만 무성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벽이 ‘나’와 ‘너’를 가로막고 비스듬히 서 있다. 여기서 벽은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또한 분리시킨다. 그래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벽에 화자는 아픔이 무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낯선 벽을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서로의 통증을 감싸주고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던 너와 내가 무섭고 낯선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울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점점 굳어져가는 어두운 눈빛이 견뎌내기 힘들다고 화자는 토로하는데 ‘너’라는 대상은 ‘믿음의 부…
사상 최고의 무더위에 짜증나는 뉴스가 들려왔다.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던 영국 원전건설 우선협상자의 지위가 상실됐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한국전력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자 다른 잠재적 구매자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협상권’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영국 정부 또는 다른 주주와 협의해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잠재적 합의를 위한 한전과의 협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상반기까지 인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계약 체결은 거듭 지연됐다. 당시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생겨 한전 임원들이 영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22조원 규모다. 잉글랜드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한전으로서는 반드시 수주를 해야 하는 사업이다. 더욱이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도 이에대해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용치(龍齒)’는 ‘용의 이빨’이란 소리다. 적 탱크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하천 등지에 촘촘하게 설치하는 장애물이다. 용치는 바닷가에도 있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5도 바닷가 곳곳에도 용치는 2열, 또는 3열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용치는 우리 군이 북한군의 해안 상륙을 막기 위해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해안 용치는 약 3m 높이로 콘크리트나, 철제로 만들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확인한 것만 해도 서해5도 3개 섬에서 12군데 3천 개 이상 된다고 한다. 이 용치가 설치된 이후로 어선이 파손되는 등 어업활동에 지장을 받고 해수욕장도 폐쇄되는 등 섬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채 몇 십 년을 견뎌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용치가 훼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고 흉물이 됐다. 이에 섬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용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섬 주민과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2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도 열고 “과거에는 안보와 국방을 위해 존재했지만 현재는 쓰임이 없는 용치가 오히려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용치는 철거돼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사고가 잇따르 있어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BMW는 자발적인 리콜 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지난달 30일 또 사고가 났다. 이날 낮 12시께 인천시 서구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북항터널에서 인천항 방면으로 달리던 BMW GT 차량에 불이 붙었다. 다행히도 운전자 등 3명이 모두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계속되는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이에 앞서 24일 낮 12시 54분쯤 순천완주고속도로에서, 또 29일에는 원주시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BMW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28건에 달하고 있다. 이에따라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BMW 520d 등 모두 42개 차종 10만6천317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조치를 한다고 밝혔으나 리콜조치가 끝날 때까지 해당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BMW 차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BMW 차주 4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BMW 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내용 등의 청원 글이 잇따라
지난 2006년 기본계획이 수립된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전철 연결사업은 수원 광교역에서 호매실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이 저마다 이 구간 개통을 공약했지만 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행이 불분명하다. 오죽하면 ‘정치철(鐵)’이라고 불리겠는가. 당초 국토부는 연장 1단계인 정자~광교(12.8㎞) 구간을 2014년까지, 2단계인 광교~호매실(10.1㎞) 구간을 2019년까지 건설하기로 했었다. 이 중 1단계 사업의 경우 이미 완공돼 전철이 운행 중이다. 그러나 2단계인 광교~호매실 구간은 민간투자사업 변경, 지하화 등 여러 이유로 수차례 사업타당성 검토만 해오다 KDI 연구용역결과 사업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원래 광교~호매실 구간은 2012년 광역철도망 타당성 적격 판정을 받은 노선이다. 그런데 2013년도부터 민자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노선 및 정거장 등 시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지난해 9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사업 재기획 용역’ 긴급입찰 공고를 내고, 12월 용역계약을 맺었다. 국토부는 용역을 통해 ▲역사규모 축소 ▲연장 노선
유럽 사람들은 뜰이 없는 집일지라도 여러 가지 꽃을 심은 화분을 창밖에 걸어 놓는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둔 작은 집에도 정성 들여 걸어 놓는다. 본인이 좋아서 취미로 기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배려로 그리한다. 그들은 행동 또한 느긋하여 여유롭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부러울 정도로 품위 있는 생활을 한다. 외국 여행하는 그룹 중에 중국과 일본, 한국 여행객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몹시 시끄러우면 중국 여행객이고, 질서를 잘 지키고 조용히 안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일본 여행객이다. 그런데 한국 여행객은 멀리서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 여행객은 유럽의 번화한 거리에서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기 때문이다.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여행객의 옷차림에 의아해한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여행객은 도시와 산을 구별하여 복장을 착용한다. 도시나 평지를 여행할 때는 평상복 차람이지만, 산을 등산할 때는 등산복 차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리나 로마의 유명 명소나 박물관에서도 등산복 차림이니 그럴 만 하다. 유럽 사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정장 차림이 관례다. 따라서 여행 중이라도 만찬은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 풍
1970년대에 학창시절, 특히 대학생활을 했던 세대는 장년과 노년에 이른 지금도 그 제목이나 이름만 들어도 감성의 물결이 일렁이고 마음이 설렌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윤형주 송창식이 결성한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김세환의 ‘길가에 앉아서’ 어니언스의 ‘작은 새’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 그리고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등. 꿈과 낭만이 넘치던 과거를 아련하게 떠올리게도 하고, 고단하고 짜증나는 현재를 위로 받는다. 당시 통기타·생맥주·청바지로 상징되던 청년문화를 대변한 걸출한 가수들의 감성적인 노래가 가장 많이 탄생하고 불려 진 곳은 서울 무교동의 음악 감상실 세시봉 무대다. 세시봉은 청춘들의 소통공간이면서 젊은이들에게 부담 없는 장소였다. 차 한 잔 값이면 편안한 의자에 앉아 팝송과 클래식 등 음악을 종일 들을 수 있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의 밤, 신인가수 선발대회, 시인 만세 등 다양한 이벤트도 곁들였다. 자연히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음악을통해 당대 젊은이들의 희망과 열정, 고민, 울분을 용광로처럼 녹여냈다. 40여년이 흐른 지난 2011년 ‘세시봉 신드롬’이 문화…
대통령의 임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외세의 침공으로부터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선서는 “나는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로 시작한다. 대통령은 적의 침략에 대비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국군통수권자다. 평시에는 세월호나 천재지변 등과 같은 대형 사고 때 신속한 판단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영토를 수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를 이루는 3요소는 영토 사람 주권으로 영토가 가장 앞서기에 그렇다. 영토를 수호하려면 군대가 필수적이다. 전쟁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일은 최일선에서 군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이 안타깝게도 최근 개혁대상이 되고 있다. 육군의 독점구조, 기무사 개혁, 군복무 단축, 군 구조개편과 군의 기강 등이 그것이다. 군의 구조적인 특성상 늘 논란이 돼왔던 것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임명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번째로 대장급 7명을 교체하는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육군이 거의 독점해온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내정했다. 해군 출신 송영무…
환승 /홍순영 꽃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개화와 낙화를 한날 만날 수도 있어 그것을 꽃의 일출과 일몰이라 불러도 될까 한 계절 꽃의 마당 그 어느 곳에 서 있는 나는 꽃의 바깥 꽃 누운 자리에 흩어진 노란 재에서 유황냄새가 난다 가쁜 숨결 뱉으며 월경하는 꽃, 등에 업혀 붉고 매캐한 터널을 통과한다 - 시집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 시인은 꽃의 하루를 따라가다 개화와 낙화를 함께 보았군요. 꽃구경 가보면 압니다. 보통사람들은 그저 흐드러진 꽃의 만개한 모습에만 관심이 있지요. 사람들에게 눈맛을 제공하는 꽃의 화려함 속에는 무수한 꽃잎의 죽음이 함께 있다는 걸 시인은 일깨워줍니다. 하루에게도 일출과 일몰이 있고 사람에게도 생과 사가 있듯이, 존재하는 뭇 생명이나 현상들에게 필경 이러한 요소는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고 윤회의 굴레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변곡점에 눈이 머문 시인에게 꽃의 낙화는 환승이란 이미지로서 함축적으로 다가왔을 듯 합니다. 꽃이 진 자리에서 유황냄새를 맡으며 말이지요. 소돔과 고모라, 아시리아를 멸망시킨, 그 공포의 유황불말이지요. 곧 개심사 겹벚꽃 보러 가기로 했는데 꽃만 보지 말고 발치에 누운, 가쁜 숨결
이천의 SK하이닉스가 찜통더위에 한 줄기 시원한 빗줄기를 뿌려주었다. 이천에 3조4855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이 세워지면 향후 장비 구입 등을 포함해 무려 15조 원을 투자하게 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34만8천명의 고용 창출 파급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뜩이나 무더위에 시달리는데다 일자리 문제가 국가적인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시원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도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여건 속에 기업의 사활을 건 통큰 투자결정이다.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기부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이다. 10년째 이천시 관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의 주니어 공학교실을 운영 중이다. 하이닉스와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합성조어로 미래 과학자의 꿈을 키워주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하이닉스 임직원의 재능기부는 관내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 총수나 재벌2세들의 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