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자생과 성장 역량을 갖추어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법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모델의 미흡으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며 위기감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국가경제의 위기 상황과 사회적경제 시장이 견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재부각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 다수에게 어려움이 점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는 ‘24년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60%에서 최대 100%까지 삭감하기로 했고 이로 인해 사회적경제 전체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에 대한 예산은 전년 대비 90%가 줄어들었고, 협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도 전년 대비 60% 이상 대규모로 삭감되었다. 사회적경제의 예산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사회적경제의 발전이 크게 저해되고, 사회적기업에 고용된 취약계층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정부 방침대로 예산이 삭감되면 당장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크
드라마는 사회의 거울이다. 사회의 모습과 가치는 대사가 되어 드라마에 담긴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욕망을 담는 그릇이다. 시청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드라마에 담겨져도 외면당한다. 드라마와 사회와의 관계는 불륜드라마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드라마 속의 불륜은 그 사회가 가지는 가치관과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느냐는 형태로 표현된다. 1996년 MBC에 “애인”이 방송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불륜은 설레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함께 왔다. 불륜남(유동근)을 욕하는 대신 설레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청했다. 나도 유동근이 입던 잉크블루 와이셔츠를 사입었다. 대관령 목장 눈시리게 푸른 하늘 배경으로 놓여진 하얀색 벤치의 양끝에 앉은 유동근과 황신혜의 모습은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욕먹지 않고 불륜이 설레임과 함께 가슴아림을 준 첫 드라마다. 김희애는 이 시대의 불륜녀다. 깨끗하고 지적인 이미지에 잡음없는 사생활, 열정적 연기 뭐하나 트집 잡을거 없는 김희애는 불륜녀로 나올 때 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이러니다. 김수현 극본, 김희애 주연의 2007년 “내 남자의 여자”는 SBS 작품이다.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전격적인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이란의 개입시사 등으로 5차 중동전으로 비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작전과 치고빠지기식 작전 상황을 보면, 5차 중동전으로의 비화는 이스라엘 자신들에게도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는 듯하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의 근원적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그래서 앞으로 1개월 이내 휴전으로 갈 것으로 본다. 전쟁 장기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력이나, 사우디와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새로운 중동체제를 구축하려는 이스라엘 모두에게 실이 많은데다, 헤즈볼라까지 “더 깊숙한 개입자제‘를 언명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두 개의 전쟁 수행 가능하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도 조기휴전론의 근거이다. 여하튼 보복과 보복이라는 악순환을 부르고 민간인 수만 명이 죽어나가는 전쟁은 하루속히 끝내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면서 이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정보기관들에게 그 질문의 화살을 쏘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뭐 했느냐?. 정보기관의 역할 중 가장…
李完用! 우리 민족사에서 참으로 특별한 이름이다. 그는 1858년 지금의 판교 낙생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시시했다. 열살 때, 먼 친척의 양자가 된다. 장대높이뛰기와 다름없는 그의 성공가도에 첫번째 기회는 바로 이 입양이었다. 양부 이호준은 당시 한성판윤 등을 지낸 정계거물. 흥선 대원군의 절친으로, 사돈이기도 했다. 내성적인데다 집안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자랐다. 양부 계보의 큰 지식인들에게 사서삼경을 배웠다. 선생들은 그의 뛰어난 머리와 높은 성취욕을 지적했다. 이 두 가지 장점이 이후 그의 삶을 그렇게 이끌었다. 당시 고종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무능하고 불행하고 측은한 지도자였다. 안으로는 아버지 대원군과 부인 민씨가 각각 설치며 죽기살기로 싸우고, 밖으로는 청나라 러시아 일본과 멀리 미국까지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풍전등화였다. 국내 국제정치의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 나라의 운명은 영원히 이 변경불가한 지정학의 종속변수일 수 밖에 없다. 리더십의 수준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최선이 아닐 경우는 우리나라는 피할 수 없이 재앙의 현장이 된다. 위기의식이 하늘을 찌르는 처지의 임금에게 구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성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전청조 씨의 사기 혐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 일변도네요. 웬만한 사람들은 실물 구경도 못 해 봤을 벤틀리 자가용을 척 사주는 남자(?)의 사기술에 정말로 남 씨가 일방적으로 당한 건지는 아직 아리송한 상태죠. 백억 대 고급주택을 비롯해 억 소리 나는 명품들 이야기에 구경꾼들은 대략 주눅이 잔뜩 든 분위기이군요. 대다수 국민에게는 꿈 얘기 같은 두 사람의 스캔들 뒤에 도사린 도무지 경계가 없는 인간의 욕망이 슬프게 느껴지네요. 타인의 욕망을 자극해 감쪽같이 속여내는 고도의 기술을 발휘하는 사기꾼들의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갈수록 궁금해져요. 낯모르는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상상도 못 해 본 고가(高價)의 선물을 앞세워 유혹한다면 누군들 이를 거절할 재간이 있을까요. 지난 6월 검거된, 중국 항저우(杭州)에 근거지를 둔 최대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조직 한국인 일당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한 신종 수법을 개발해 예행연습까지 했다는 소식에 모골이 송연해지는군요. 딥페이크는 적대관계생성신경망(GAN: Generative A
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선원크럽 식당에 앉아 평양에서 내려 온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뉴욕 필이 공연하고 있는 장소가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양국 국기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가가 연주되었다.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영원하라'가 평양에서 연주된다? 옆의 L선생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공화국 창건이래 미국 국가가 공화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느낌이 어떻냐고’. 그러나 그는 대답대신 질문을 한다. “이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를 못 들었으니까 내용을 잘 모르겠구만. 허지만 거, ‘비핵·개방·3000이란 거에 대해 어케 생각합네까?” 나는 연주회 실황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 양반은 자꾸 말을 걸어 왔다. 철천지원수 미제의 국가와 공화국 애국가를 평양에서 미국인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북한 전 인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현실. 새 정부의 보수적 성격으로 남북관계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와 그래도 경제통이니까 남북 경제교류가 더 활성화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 4년전 서울시장 시절엔 이 대통령도 김
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으니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체험학습 취소를 전달하면서 관련 문의는 경찰서로 하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역풍이 심해지자 단속을 내년으로 유예하겠다
수도권 A도시에서 영화관을 잠시 운영한 적이 있었다. 상영관이 8개인데다 오락실과 피자전문점 등도 직영이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 때문인지 대표이사 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방객이 끊이지 않았다. 내방객 중 잊혀 지지 않는 부류는 단연코 투자 권유자들이다. 그들은 A4 용지 20~30쪽짜리 투자설명서를 들고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금은 1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여 원 규모였다. 그런데 공통점은 투자만 하면 별 위험부담도 없이 쉽게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의 투자 제안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일이 촉박했다. 귀하에게만 기회를 주는 고수익 보장 투자인 만큼 빨리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했는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토록 좋은 투자는 자신들이나 친인척이 아닌 사람에게 기회가 올 리 만무하다는 판단이 섰다.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투기성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자 권유서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교과서일 수 있다. 당시 벤처기업 창업으로 큰돈을 번 청년들에 대한 미담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유행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나와 도쿄와 파리를 팔고 있다. 이 도시들은 인근 도시를 편입해 비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새해 벽두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메트로폴을 구성했다. 이 권역에는 파리와 인근 도시 센-생-드니, 오-드-센, 발-드-마른 주와 아르장퇴유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하나에도 검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달콤했던 술도, 음식도 더는 맛을 잃었고, 음악도 즐겁지 않았고 오로지 공포와 불안감만이 엄습했다. 넋 나간 표정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말했다. "그 칼에 뭘 그리 놀라나.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나라를 이끌며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