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노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예센이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서 제기한 아이디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 시간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전념하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가짜노동이라는 것. 이를테면 비생산적인 지루한 회의,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 진행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실제 업무를 제외한 노동의 일부를 휴가 기간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화이트칼라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얘기다. 공휴일을 겨우 하루 추가하는 것도 극력 반대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강조하는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휴가로 하면 임금 삭감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 노동자들도 묵묵히 따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이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혁신의 필요성은 있다. 괜히 바쁜 척 하거나 빈둥대는 시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짜노동에 허비하는 시간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우리 국민의 5%는 등록장애인이다. 20명 가운데 1명꼴이다. 미등록 장애인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가장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다. 우리사회의 시스템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동의 권리,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2 장애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3%였다. 이는 전체인구 경제활동참가율(63.7%)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은 넘기 힘든 벽이다. 사회적 인식도 선진국답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차별과 혐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김상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시병)은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들이 온몸 던져 전하는 간절한 호소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장애인은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 그에게 최후의 날이 찾아왔다. 1815년 6월 18일 벨기에의 워털루 전투에서 그는 영국과 프로이센의 연합군에게 패배했다. 천하의 나폴레옹 시대는 그만 막을 내렸다. 포로가 된 그는 남대서양의 작은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를 떠나야 했다. 그는 제라늄 계곡이 있는 롱우드 하우스에 발을 디뎠다. 그의 망명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건강은 악화되고 성격 또한 요동쳤다. 6년간의 이 생활은 1821년 5월 5일 그가 생을 마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황제는 “만약 영국인들이 내게 조금의 흙을 거부하고 내 시체를 추방한다면 코르시카의 아작시오 대성당 조상들 곁에 묻히길 희망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인들은 그가 섬에 묻히도록 허락했다. 5월 9일 황제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영국 수비대는 그에게 무기를 선물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과 허드슨 로웨 주지사는 그의 무덤에 새길 비문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이들은 합의하지 못했고 나폴레옹은 벌거벗은 돌 아래서 쉬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후유증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제국의 팽창과 나폴레옹에 대한 향수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루
지속되는 출산율 저하 현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경영난을 못 견딘 폐업이 속출하면서 최근 5년 사이 경기지역에서 산후조리원이 1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폐업 속도가 줄며 감소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지역 내 산후조리원 부족 현상은 진행 중이다. 인구절벽, 출산 기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에서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공산후조리원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통계청 인구 동향자료를 보면, 경기지역 올해 상반기(1~6월) 출생아 수는 3만6천153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천631명(6.8%)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6명 감소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 도내 산후조리원 수는 공공산후조리원 2곳을 포함, 24개 시군에 144곳이다. 도내 31개 시군 중 7개 시군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민간산후조리원은 출산율 저하 현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경영난이 심화하자 폐업이 이어졌다. 영리 산업인 민간산후조리원이 수요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현상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의 진정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일까.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택시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천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했다. 1000원은 1994년 기본요금이고 지금은 4800원이다.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라면 적어도 현재 기본적인 생활물가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0일, 정무직·1급 이상 고위공무원·지자체장·광역의회의원·교육감·국립대 총장 등 재산 공개대상자 2,037명의 정기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했는데, 신고재산 평균액은 19억4625만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20% 가량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76억9천725만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85억1731만 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1일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 296명 중 재산이 500억 원 미만인 292명의 평균 신고 재산액은 25억2605만 원이었다. 지난해(23억8254만 원)보다…
아내 단양 이씨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철창 안에서 목숨을 버렸다. 17살 소년인 아들은 아비의 의병부대에서 함께 싸우다 아비 앞에서 전사했다. 홍범도는 일지에 적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월18일 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온 가족을 잃으면서도 평생을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홍범도 장군, 일제마저 “날아다니는 홍범도”라 칭하며 두려워하던 독립운동가는 끝내 해방조국을 보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았다. 유해는 78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국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육사에 전시된 장군의 흉상을 들어낼 것이란다. 불패의 전사로 빛나던 독립군대장의 흉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관동군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백선엽의 흉상을 놓을 것이라 한다. 나라가 정녕 미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오동, 청산리 대첩 직후 일제 관동군은 간도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다. 일명 간도 경신참변이다. 박은식은 기록했다. "일본군들은 조선의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였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며,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기획재정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소셜벤처(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 조직 형태와 주무 부처가 다양하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3~‘27)’을 발표하였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고용 유지가 안 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건비 중심의 직접지원을 줄이고 사회적가치와 성과가 미흡한 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며, 일률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가치와 경제적성과 등 ‘사회적가치 지표(SVI, Social Value Index)를 활용한 평가를 통해 공공구매,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차등화한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방식의 투자유치를 통해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직접지원 축소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가 강조하고 있지만,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해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연대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함께…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이 가장 신경 쓰는 명절 중의 하나가 곧 다가오는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추석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각 정당들은,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를 바랄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여권의 역사 이념 논쟁이 여론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여론의 지속적 관심사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랄 것은 당연하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동일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7%p나 상승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자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영향력은 더 이상 여권 지지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지만,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집하는데 한몫했다고 볼 수
지난해 화성시가 도입한 ‘자살 예방 핫라인’의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시스템의 확대 시행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갖가지 이유로 생존이 버거워진 국민이 누르기만 하면 암담한 현실을 벗어날 길을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해주는 성능 좋은 ‘비상벨’은 국가사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 장치다. 어둠 속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웃을 구하는 일에 머뭇거릴 이유란 없다. 자치단체들의 ‘자살 예방 핫라인’ 대폭 원용을 추천한다.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처음으로 ‘자살 예방 핫라인’을 도입한 뒤 1년 동안 269명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화성시의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인구급증 추세를 따라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도 2017년 131명에서 2019년 188명, 2021년 202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2021년 기준 경기도 내 인구 70만 이상 지방자치단체 7곳 가운데 자살률 2위에 해당한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취임 뒤 ‘제1호 결재’로 ‘자살 예방 핫라인’을 설치했다. 단순 상담이 아닌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 복지관, 경찰·소방, 병원 등과 공동 대응하도록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