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누군가 와서 도시에 어둠을 풀어놓는다. 날이 궂으면 더 일찍 서둘러 소리도 없이 구석구석 시나브로 스며든다. 골목의 담 밑으로, 가로수 발등으로, 건물의 틈새 귀퉁이 깨진 화분에도. 이제 땅거미가 거리로 출근을 하면 사람들은 일터에서 퇴근을 한다. 밥과 술과 커피를 파는 업소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난감한 얼굴 뒤로 상점의 불빛이 환하다. 거리는 빗소리보다 더 가쁜 발걸음 소리가 보도블록을 밟는다. 어딘가로 향하는 빠른 걸음들. 상점으로 식당으로 정거장으로. 저녁의 풍경 밖으로 우산들이 바쁘게 흩어진다. 언젠가 벨기에의 작은 도시에서 맞았던 저녁이 생각난다. 안트워프였던가. 크리스마스를 얼마 지나지 않은 계절이었는데 저녁 여섯시가 되자 거리의 불빛들이 꺼지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낮엔 관광객으로 활기를 띠던 마을이 저녁이면 모두들 집으로 가고 텅 비었다. 유럽의 다른 마을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해가 지면 집에서 식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는 것이 그 곳 사람들의 휴식이었다. 작은 동네라도 밤이면 더욱 시끌벅적하고 화려하게 변하는 한국의 저녁과 대조적이었다. 퍼즐을 맞추듯 아파트도 하
설렘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나뭇잎도 푸르러 윤기가 나는 5월초에 농업분야에 마음을 움직이고 큰 꿈을 갖게 하는 묵직한 이색 협약식이 수원에서 열렸다. 한국 농업의 대들보가 될 농업계고등학교 학생을 지원하기위해 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농협이 맞손을 잡았다. 미래를 책임질 농업인을 육성하는 농고가 달라져야 한다. 교육부·농식품부·농협이 ‘농산업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창현 경기농협본부장, 염규종 수원농협 조합장 등이 참석했다. 미래사회는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업무협약에 따라 두 정부부처와 농협은 농고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농식품부가 지정한 첨단기술 공동실습장 11곳과 현장실습교육장 123곳,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등을 개방해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으로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산업 일자리 발굴에도 힘을 모은다. 농업분야에 농고 졸업생 채용을 확대하고 취업박람회를 열어 농업분야 구인·구직 정보를 적극 알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1학교1농
숟가락 /김정원 끼니때마다 혓바닥으로 닦는 거울, 내 얼굴을 비추네 거꾸로 비친 그 얼굴이 내게 묻네 주변에 굶주린 사람은 없느냐? 오늘하루 밥값은 했느냐? 끼니때마다 이웃을 둘러보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경(明經)이 엄혹한 교리 문답이네 - 2인시집 ‘땅에 계신 하나님’ 종교와 문학의 유사성은 그 출발점이 말해준다. 비극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가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기독교의 출발이었고 아픔으로 출발하는 것이 문학의 출발이라고 한다면 시인의 숟가락은 가난한 이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엄혹한 명경(明鏡)으로 형상화 되었다. 시인이 노래하는 가난과 굶주림은 단순히 육체적인 헐벗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헐벗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깨닫을 사람(기독교는 이것을 ‘은혜받은 이’라고 한다)이 무엇을 행해야 하는 지 삶의 새 길을 제시해 주는 지혜의 거울이 된다. 공교롭게 육신을 살찌우기 위해 쓰는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인은 먹을 때 마다 마실 때 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되새기길 노래하는 것이다./김윤환 시인…
쇠뜨기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너무나 흔하기에 사람들은 그 가치를 몰라준다. 포자 줄기는 봄나물로 자란 풀은 약초로 쓰인다. 쇠뜨기는 뿌리가 깊어 뿌리 끝을 찾으려면 지구 반대편을 가야 찾는다는 유머가 있을 만큼 깊고 깊다. 멕시코 인디언들은 뿌리를 보존 식량으로 쓰거나 말려서 약초로 사용하였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투하되었을 때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이 사라졌지만 맨 처음 싹을 돋우며 살아난 풀이 쇠뜨기이다. 그만큼 생존력이 강한 풀이다. 요즘 사회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모두들이 지쳐있다. 이런 시대에 피곤을 풀어주고 정신을 맑아지게 하는 성분이 쇠뜨기에 함유되어 있다. 쇠뜨기란 이름은 소가 뜯어먹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나 소가 많이 먹지는 않는다. 많이 먹으면 설사하는 것을 소가 알기 때문이다. 쇠뜨기가 사람에게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약초이긴 하나 나름대로 독이 있어 많이 먹을 경우 부작용이 일어난다. 쇠뜨기가 지닌 가장 두드러진 효능이 남성들의 정력을 북돋워 주는 기능과, 암 세포를 억지하는 기능과 당뇨의 혈당을 낮추어 주는 효능 등이다. 농촌에서는 집 밖을 나서면 어느 곳에서나 무성하게 자라는 하찮은 풀처럼 보이는 쇠뜨기 풀이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 17일부터 듀오 콘서트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특별한 듀오 콘서트를 준비한다. 오는 17일부터 3주간 매주 금요일,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친구, 동료, 사제지간으로 만났지만, 음악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가족 보다 더 끈끈한 정을 나누는 3팀의 듀오! 이들은 무대를 통해서 그들의 음악과 인생 그리고 삶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17일에는 피아니스트 신미정, 박상욱의 공연이 펼쳐지고, 24일에는 ’클래식계의 아이돌’ 브랜든 최와 스티브 리의 무대가 마련되며, 31일에는 플루티스트 이예린과 한여진이 무대를 꾸민다. 가정의 달 5월에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가족 사랑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유학생활 중 의기투합, 세계 무대를 누비는 피아노 듀오가 되다! 신박듀오 피아노 듀오의 역사 새로 쓰는 ‘신미정 & 박상욱’ 슈베르트 ‘판타지아’ 등 다채로운 작품 선봬 피아니스트 신미정과 박상욱이 2013년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의기투합해 결성한 신박듀오는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란 노래에는 그 은혜가 하늘같다면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진다고 했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라고 칭송했다. 강소천선생의 가사에 권길상 선생이 곡을 붙였다. ‘스승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는다’ ‘군·사·부 일체’라는 말도 전해진다. 스승의 권위와 사제 간의 엄격함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엔 스승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끈끈한 관계도 퇴색돼 가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스승의 날엔 많은 사람들이 스승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곤 한다. 중장년에 이르러서도 옛 스승을 찾아뵙거나 전화라도 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본보(5월13일자 18면)는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 교육의 날로 변경 청원 논란’ 제하의 기사에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종이 카네이션은 되지만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만 된다는 지침도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7.0% 많아졌다.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은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렇게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사교육비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것은 소득 구간별로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3%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지난해 사상 최악 수준의 저소득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한 것은 여러 군데 일을 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5.1배나 된다는 것이다.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기회는 절대 균등하지 않다. 양과 질에 있어서 이러한 사교육의 격차는 입시에 영향을 주고, 취업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 시인의 시처럼 40년된 낡은 건물을 수리해 행궁재를 마련하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마당에 나의 모란을 심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서 모란에 기원을 담아 그리기 시작할 때 오월 한철 잠깐만 피는 모란을 찾아 서울로, 전남 강진으로 다녔다. 도시 한가운데서 마음의 휴식을 주던 성북동 길상사의 모란은 다양한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시험 보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마음에 담았다. 한번은 영랑의 생가 옆에 있는 전남 강진의 세계 모란공원까지 갔는데 바로 며칠전에 다떨어져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며칠전에는 운현궁에서 수없이 많은 모란을 발견하곤 한참을 머물렀다. 모란을 그려 7년만에 ‘화양연화’라는 제목으로 행궁재에서 개인전을 발표했을 때 제일 기뻐했던 사람은 친정어머니다. 친정집 작은 화단에 넝쿨 장미 아래 있던 그 큰꽃이 모란이었슴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 그때는 왜 몰랐을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고, 젊기 때문에 자신의 열정에…
오늘날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무사안일(無事安逸)의 풍조를 영어로 표현한 신조어가 ‘님트현상(NIMT syndrome)’이라고 한다. 안성시는 최근 우석제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성시 공직사회는 현재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복합적으로 섞인 님트현상이 만연해 있는 분위기다. 우 시장은 지난 1월 18일 1심 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 즉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40억 원이라는 거액의 채무 신고를 빠뜨린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일부에서는 우 시장에 대해 “지난 6.13 지방선거는 어느 선거 때보다 공무원의 자격으로 ‘청렴성’이 강조되었다”며 “자수성가한 축산인, 재선에 성공한 축협 조합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채 정작 자신의 채무 사실은 철저히 숨긴 채 선거를 치룬 꼴”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우 시장의 영향 탓인지 시의 일부 공무원들은 현재 시민들의 알 권리에 대해 무시하거나, 묵살하…
올해로 경찰이 국민과 함께 해온 지 벌써 74년이다. 현 정부 들어 경찰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하나, 부정적인 수식어를 떨쳐버리고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시민 중심의 감동치안’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 문구는 구리경찰서가 올해 내건 슬로건이다.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일이고 경찰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이유 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호로만 외쳐왔지, 직무를 다했는데도 국민이 만족해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구리경찰서에서는 신고출동 시간 단축은 물론,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기능간 협업을 위한 운영체계인 ‘지역공동체 치안협의체’를 운영한다. 이는 주요 사건·사고처리 때 미숙한 부분에 대해 경찰서의 베테랑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기능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회의를 개최하여 사건·사고 처리의 적정성 확인 및 최적의 조치방법을 도출한다. 또 도출된 회의결과는 게시판에 별도의 코너를 신설하여 구리경찰서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