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보도와 중계는 미디어 비평의 단골 소재다. 올림픽 때마다 비슷한 잘못이 반복하고 있다. 고질이다. 금메달 지상주의, 맹목적 국가주의, 시급한 국내 현안 뒤덮기, 전쟁 용어 남발하기, 선정적인 기사로 독자 유인하기, 인기 종목 중복 편성 같은 문제가 그것들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고문은 자신의 칼럼에서 지금은 국뽕이 필요할 때라며 우리 선수들 만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담은 내용이었지만 ’국뽕‘이란 용어는 부적절했다. 5일 아침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대한민국의 ’금‘고는 총·칼·활]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사격과 펜싱, 양궁에서 거둬들인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지만, 많은 독자들이 거부감을 갖을만 했다. 이 기사의 영향이었는지 SBS도 같은 날 저녁 ’총칼활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 모아보기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우리를 활의 나라라고 하는 데는 수긍이 가지만 총의 나라, 칼의 나라라고 명명한 것은 과했다. 펜싱 종목 메달 순위에서 1위 일본, 2위는 미국, 한국이 3위였다. 사격도 금메달 5개를 딴 중국에 이어 금메달 세 개로 2위였다. 일본과 중국을
2024 파리 올림픽의 역사가 흘러가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진일보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올림픽 정신의 근간이다. 그러나 야누스처럼 인류의 또 다른 얼굴인 전쟁의 역사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망하여 다시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거나 친구와 가족을 잃은 상처를 안고 출전하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올림픽의 정신을 위배하였다는 사유로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일부 선수들은 개인 중립 선수로 경쟁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국가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안과 관련된 질문에 “우리에게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차갑게 응수하기도 하였다. 경기에서 ‘승부’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오랜 시간 기량을 닦아온 선수들은 흡사 ‘전투사’처럼 결사의 투혼과 집념으로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을 뚫고 승패를 가름 짓는다. 마치 전장(戰場)의 모습과 유사하다. 환호성과 탄식,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는 선수들과 패배의 쓰라림으로 눈물을 흘리며 다음을 기약하는 모습이 교차된다. 승부는 미묘한 차이로도 결정되기도 하지만 메달의
국제 스포츠 대회 개최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유치 및 개최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올림픽 유치 당시 파리는 경쟁 없이 단독으로 개최권을 획득했는데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한 다른 후보 도시들이 유치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는 파리와의 협상 끝에 2028년 개최권을 확정 짓게 되었다. 대규모 예산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담, 개최 후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 등으로 인해 많은 도시가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치 경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 스포츠 대회의 개최는 대회 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 관광객 유입, 스폰서십 및 방송권 수익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총 2억 2천5백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올림픽 역사상 경제적 성공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한 결과였다. 반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1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 대회 후 30년 동안 빚을 갚아야 했다. 2014년 인천 아
전라도 보성 벌교에 100미터 남짓 되는 나지막한 산 하나가 있다. 부용산이다. 부용(芙蓉)은 산에서 사는 연꽃이다. 같은 이름의 산이 전국에 열 개나 되는 걸로 보아, 부용은 이름 없는 무명의 씨알들처럼 이 땅에 흔하디 흔한 야생초다. 나는 오는 8월 31일 공장의사 김현주 선생(종합예술단 봄날의 소프라노)의 작은 음악회에 우정출연하여 ‘부용산’을 부른다. 요즈음 지하철에서든 다방에 앉아서든 중얼거린다. 완벽하게 외웠다고 자신할 때,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랫말은 슬픈 서정시다. 눈물겹다. 노래 부르다가 울음보가 터질 것만 같다. 특별한 시 ‘부용산’이 오늘날 묵직한 명곡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 궁금하여 여기저기 드나들며 공부 좀 했다. 시인 박기동은 1917년 여수 출생으로, 열두 살 때 벌교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지역에서 이름있는 한의사였다. 그 덕택으로 열네 살에 일본의 중학교로 유학을 갔으며, 관서대학 영문과를 다녔다. 해방 전에 귀국하여 1944년 벌교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교가도 지었다. 해방 후, 광주로 전근가서 가르치다가 벌교중학으로 돌아왔다. 여기서도 교가를 지었다. 그 후 1947년 순천사범
인천과 김포지역의 교통 체증문제는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한계치를 넘어선지 오래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9월에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됐다. 김포골드라인은 김포시 최초의 노선으로 김포 한강신도시의 양촌역과 서울 강서구의 김포공항역을 잇는 철길이다. 그러나 1편성 당 단2량뿐인 미니열차라서 출퇴근 시간대 혼잡이 심해 ‘지옥철’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검단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안전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오전 7시50분~8시10분) 혼잡도가 최고 289%에 달한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엔 압사사고 공포증마저 더해졌다. 이에 국토부는 열차 편성을 증차하고 배차 간격을 단축하는가하면 추가 버스를 투입해 혼잡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를 통과해 서울로 이어지는 공항철도도 출퇴근 혼잡도 역시 150%를 상회,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새로운 노선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그 중의 하나가 서울5호선 연장 사업이다. 2017년부터 논의됐지만, 노선안을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의 입장이 팽팽했다. 인천시는 인천 검단신도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일으키는 사고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무면허 사고는 물론 안전모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음주운전 등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고로 사망자도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면허 10대 가해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대여업체는 물론 교육 당국의 무관심이 심각하다. 청소년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에 대한 종합적인 예방·관리 체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19년 447건에서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지난해 2389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3배가량 늘었다. 2019년 8명, 2020년 10명, 2021년 19명, 2022년 26명, 지난해 24명이 전동킥보드 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10대 가해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가해자가 10대인 경우는 2021년 549건, 2022년 1032건, 지난해 1021건 등 전체의 약 40%로 가장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전으로 적발된 10대는 2021년 3531건, 2022년…
2년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분류하여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많이도 버렸다. 그런데도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몇 박스가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그곳에서 살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친구가 임대한 비닐하우스에 임시보관하였던 짐은 예상외로 오래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사람이 계획을 하여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아서 곧 가져와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그러다 몇 주 전 비닐하우스의 주인이 그 땅을 매매하게 되어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동안 강렬한 햇빛과 비와 바람에 견디지 못한 짐들은 상하여 엉망이 되었다. 친구는 그 짐들을 모두 정리해주었는데 건진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짐들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삶을 정리하며 살아왔는지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순간 나는 나 대신 짐을 정리해주는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간다.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여름날 ‘부채!’ 하면 담양 소쇄원 댓바람 소리가 생각난다. 대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대나무의 바람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부채로써 합죽선의 멋과 신바람은 뭐니 뭐니 해도 남원의 판소리 춘향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옥에 갇힌 춘향이를 만나러 가서 “암행어사 출도야!” 하고 외치면서 소리꾼이 쥐고 있던 합죽선을 쫙 펼칠 때의 후련함과 통쾌한 감격! 그리고 당시의 민주화 즉 신분 차별 없이 남녀평등사상이 깃들어 있는 외침이었기 매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여름 마을 앞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은 노인들이 모여 앉아 부채 바람을 일으키면서 흰 수염을 날리던 할아버지들의 풍류적인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비들 영혼의 바람결을 존중하며 속되지 않고 운치 있는 품격의 멋을 살아내는 그 정신이 그립기에. 지구의 온난화에 북극곰은 어디로 가야 하나? 또는 여름이 5개월일 것이라는 등 더운 시절이라서 말도 많다. 나는 소화기가 부실해 찬 음식과 냉방은 궁합이 안 맞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면 어머니의 말씀 따라 웃옷을 벗고 샘가에서 팔을 펼쳐 짚고 궁둥이를 높이 쳐들고 있으면
경기도가 8일 안산시 선감동에 소재한 선감학원(仙甘學園) 공동묘역에서 희생자 유해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장기간 저질러진 반인권적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늦어도 한참이 늦었다. 이번 유해발굴을 기점으로 진실이 한층 더 드러나는 것은 물론 희생자들의 해원(解冤)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어두운 시절 무지몽매가 저지른 비극의 그림자를 정리하는 일은 결코 미룰 일이 아니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분묘 35기 외에 희생자 분묘로 추정되는 150여 기를 확인했다. 경기도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발굴 사전절차인 분묘 일제 조사와 개장공고 등을 지난 4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도는 이번 개토행사 이후 희생자 추정 분묘에 대한 유해발굴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1월부터는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도와 위법적
11세기 교황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하여 유럽 가국의 영주들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호소하였고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약 200년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영국의 많은 영주들 역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당시 이들이 관리하던 토지를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양도하고 토지를 양도받은 친구는 이를 관리하여 전쟁에 나간 영주의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던 것이 현대 신탁제도의 연원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신탁제도는 영미권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재산관리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노인들의 경우 유언을 대신하여서 신탁이 이용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부모 사후의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신탁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신탁은 위탁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사후에도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현재 후견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생면부지의 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이나 선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