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첩 /김택희 소리 없이 단단해야 한다 모두에서 우리로의 전환접속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이 마주하고 있어도 녹이 슨다 - 김택희 시집 ‘바람의 눈썹’ 경첩은 문틀과 문짝을 결합시켜주기 위해 짝을 이루고 있다. 각자에서, 너와 나에서, ‘우리’가 되게 연결시켜주는, 언어로 보자면 접속사다. 우리는 누군가와 또는 무엇인가와 짝을 이루어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녹슨 것처럼 무덤덤해지게 된다. 언제였더라, 그대와 내가 처음 소리도 없이 단단한 짝이 되었던 것이. 버스 정류장이었나? 골목길이었나? 카페였나? 그런데 그 간절함, 늘 붙어있고 싶었던 그 간절함은 어디로 갔을까. 같이 있어도 그립던 그 그리움은 언제 어디로 갔을까. /김명철 시인…
국내 통계상 매년 3만명 이상이 새로 결핵으로 진단받는다. 이전에 비해 영양 상태와 환경 위생이 호전되면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은 줄고 있으나, 아직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80명으로 OECD 가입국 중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3명 중 1명은 몸속에 이미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 잠복결핵감염 환자다. 결핵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 상태로, 기침, 가래, 미열 및 피로감 등의 증상이 있으며, 기침을 통해 전파 가능하다. 결핵은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 등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잠복결핵감염은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잠복결핵감염은 소수의 결핵균이 몸 안에 있으나 면역기전에 의해 증식이 억제되어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다. 원칙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사는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오면 치료가 필요한 집단들, 즉 결핵발병의 위험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접촉자 조사, 결핵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 그리고 결핵발병 고위험 조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기 추가 배치 지시를 놓고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기습 발사한 이후 지난 29일 새벽 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4기의 사드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 군의 독자적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지연됐던 사드 발사대 4기를 환경영향평가 전에 조기 배치토록 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의하면 “미국과 중극 양측과 모두 사드배치에 대한 협의가 됐다”며 “임시배치를 먼저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평가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전날 사드배치와 관련해 소규모가 아닌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갑자기 임시로 추가 배치하겠다는 것에 일부 국민과 야당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더욱이 임시배치를 먼저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최종적인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5월 사드 추가반입을 둘러싸고 새 정부에 보고를 했나, 안 했나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이 지나치게 급감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70년대 한해 100만명이었던 출산율은 2002년에 49만명,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출생아수는 40만6천300명으로 겨우 40만명대를 유지했는데 이는 역대 최소였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정부는 2017년 출생아 수가 36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1∼5월 누적 출생아 수는 15만9천600명이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감소한 것이다. 이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2040년에는 26만7천명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얼마 전에 나온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부연구위원의 ‘최근 신생아 수 감소 추이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보고서는 “저출산은 고령화 속도를 높여 노동시장의 활력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30년 일해야 겨우 집 한 채 살 수 있는 나라에서 결혼해서 애 낳으라고?’ ‘귀한 자식 낳아 노예 취급받게 하기 싫다’
어떤 시골 마을에 대대로 말을 기르며 사는 집이 있었다. 젊어서는 꽤나 규모가 크고 말을 잘 기른다고 소문이 나서 근동에는 물론 멀리서도 말을 사러오거나 그냥 구경을 하려고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말도 새끼를 잘 낳고 일꾼들도 말을 잘 돌보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말을 기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손이 딸리다 보니 점점 버거운 일이라 말을 팔고 규모를 줄여나갔다. 이제 집에 일꾼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고 부부는 노인이 되어 말을 두 마리 씩이나 기르는 것도 무리였다. 더 이상 말을 거둘 수가 없는 지경이 되자 정이 많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둘 다 암말이니 얼마 지나면 또 새끼를 낳을 것 같아 생각다 못해 한 마리를 팔기로 했다. 집에 있는 두 마리 말은 생김새와 크기 털의 색깔도 아주 똑같이 닮아 쌍둥이 같은 그 두 마리 말은 공교롭게도 모두 암컷이었다. 한 마리는 어미이고 다른 하나는 딸이라고 한다. 주인 부부가 나이가 들어 눈도 침침하고 정신까지 가물가물해서 아무리 말을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어느 말이 어미인지 딸이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을 사기로 한 사람이 기왕이면 젊은 말을…
휴가 /전주호 여름 파라솔 밑에 여유롭게 누워 있는 건전지들…. 지구의 태양광 전지판 아래 에너지, 충전 완료! -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일만 하고 살 수 없어 휴식을 갖는다. 휴식하는 시간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일에 집중하여 적절한 휴식을 놓치는 경우에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탈진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이른바 방전상태다. 왕왕 보게 된다. 일에 중독되면 위험해진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사람을 가차 없이 건전지로 비유해버려 일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재충전을 위한 휴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재미있는 표현이라 볼 수도 있다. 역시 태양은 생명체에게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아무리 뜨거워도 태양을 향해 나아가야 에너지가 생긴다. 가자, 태양을 향해. /장종권 시인…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시켜달라는 어업인들의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해안은 이미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허가로 인해 황폐화한 지 오래다. 결국 경기도의회도 동참에 나섰다. 수산자원 및 어업인 보호를 위해 바다모래 채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촉구 건의안이 최근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27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각각 전달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호겸(더민주) 의원은 “남해 및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다모래 채취는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수산자원 고갈로 인한 어업활동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바닷모래 채취 문제가 수산계 핫 이슈로 지속된 지는 오래됐다. 바다모래채취 반대 대국민 온라인 서명 운동이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뿐 아니라 인천시의회 등 전국의 지방의회와 국회에서까지 전면금지 결의문을 채택하고 법안을 상정하거나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다. 바다모래 채취는 국책용에 한정한다는 방침도 지난 2010년부터 국책용과 민수용의 구분이 없어져 당초 취지가 변질된 지 오래다. 골재 수급 안정을 내세우는 정부와 업계, 그리고 환경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그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국가로 환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최순실 은닉재산을 꾸준히 추적해온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이 주축이 된 ‘초당적 의원모임’ 여야의원 130명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행위자 소유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 제출했다.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국정농단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설치 ▲누구든지 국정농단 행위자 재산 조사 신청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사항을 압수·수색·검증 ▲불법·부정 축재 재산은 소급해 국가에 귀속한다는 것이다. 초당적 모임 의원들은 최순실 일가의 천문학적 국내외 은닉재산이 계속 빼돌려지고 있다면서 조속히 재산몰수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은닉재산은 이 박정희 정권의 불법 통치자금을 뿌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어 재산 조사에 나서야 할 검찰과 국세청은 뒷짐을 지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처를 촉구했다. 최순실의 은닉 재산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미 최순실 재산 일부가 누수되고 있다는 정황을 확
인류는 인공지능(AI)과 동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과연 지구문명의 미래는 어떨까. 인간은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에서 해방되어 인간의 본성과 감각만으로 서로 박수 쳐주면서 즐겁게 살 것이다. 인류는 AI의 효율성에 경제경영을 맡기고 그저 ‘문화적 공간+가상공간’에서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어느 인공지능이 예측한 미래사회의 인간동물원은 느낌과 감각이 풍부한 ‘오락+문화+예술+체육’의 공간일 것이다. ‘오문예체’의 공간은 가상현실 속에 엄청나게 넓은 세상으로 펼쳐지게 된다. 가상의 공간은 지구 면적보다 넓어질 것이며 도시의 오프라인 공간은 가상공간 체험을 위한 세팅장으로 변해갈 것이다. AI에 의해 효율화 된 진짜 바깥세상은 안전한 효율성으로 소비가 거의 사라져 경제적 흐름은 온오프라인에 풍부하게 조직되는 문화공동체나 가상공간 속에서 개인맞춤화 된 여가문화 소비자들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문제는 과도기다. 과도기에 우리가 서로 바라볼 풍경들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망가진 농토 ▲실직한 인간들의 좌절감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 때문에 망한 기업들의 부채 ▲사는 보람과 공기호흡, 음식섭취까지 양극화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관은 1907년 8월 서울 소공동에서 문을 연 ‘천연당사진관’이다. 당대의 유명 서화가인 김규진이 자신의 집 행랑 뜰에 개업 한 이 사진관은 처음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며 장안의 화제였다. 초기엔 고객이 왕실 인사와 부유층, 외국인으로 한정 되더니 개업 다음해 1월 한 달 동안 1천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번창 했다. 당시 쌀 한 가마 값이 4원 정도였고 중판의 경우 1원 이상을 받았는데도 이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외상으로 거래된 사진대금의 체납액이 쌓여 큰 골치를 앓았다는 기록도 있다. 천연당사진관이 대한매일신보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낸 것이 그 것이다. “사회 각 방면과 학교,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우리 동포형제께서 본 사진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거니와, 사진 대금을 마치 술값 외상 진 것처럼 여겨 해가 바뀌어도 갚지 않는 곳이 수백 군데에 이르러 수습할 길이 없고, 수입처에서 재료값을 달라고 독촉이 심해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즉, 빨리 대금을 보내주시기를 바라오며, 앞으로는 우리 동포들에게 사진 대금을 선금으로, 또는 절반 이상을 먼저 받고 영수증을 교부한 다음 촬영해주겠으니 그리 아시오.”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개인의 기록일 뿐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