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지墨池 /이용헌 벼루의 가운데가 닳아 있다 움푹진 바닥에 먹물이 고여 있다 바람을 가르던 붓끝은 문밖을 향해 누웠고 막 피어난 풍란 한 촉 날숨에도 하늑인다 고요가 묵향을 문틈으로 나른다 문살에 비친 거미가 가부좌를 푼다 격자무늬 창문을 살며시 잦힌다 달을 품은 창문은 한 장의 묵화 어둠 갈아 바른 허공에도 묵향이 퍼진다 지상의 화공이 붓을 들어 꽃을 그릴 때 천상의 화공은 여백만 칠했을 뿐 달을 그린 화공은 어디에 있는가 길 건너 미루나무 먹빛으로 촉촉하고 검푸른 들판 위에 연못이 잠잠하다 갈필(渴筆)로 그리다 만 한 생애만이 마음속 늪지에서 거친 숨 적시고 있다 - 시집‘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밤이었겠다. 달빛 교교했겠다. 체험은 시가 아니고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체험이 시라고 했던가. 감정은 시가 아니고 감정을 바로 그 감정으로 만들어주는 감정이 시라고, 말은 시가 아니고 말을 틀어쥐고 있다가 어느 순간 놓아주는 말이 시라고 했던가. 달빛 교교한 밤 창문이 한 장의 묵지가 될 때 거기에 비치는 온갖 물상은 시적 영감의 대상이 되어 하나 하나 묵지에 드리워진다.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풍경을 시인의 감각 속에 가둘 때 눈에 보이
초당 33m 이상의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 쪽으로 불어오는 것은 ‘태풍(typhoon)’이다. 같은 종류로서 대서양과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한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의 것은 ‘사이클론(cyclone)’, 호주에서 발생한 것은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태풍으로 1년에 30여회에 이른다. 허리케인은 13회 내외, 사이클론이나 윌리윌리는 매우 적다. 태풍(颱風)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쓰인 것은 1906년에 간행된 기상요람이다. 그전까지는 삼국시대부터 대풍(大風)이라 불렸다. 태풍의 ‘태(颱)’라는 글자가 중국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것은 1634년에 발간된 복건통지(福建通志) 56권 토풍지(土風志)다. 태풍의 영어 단어인 ‘타이푼(typhoon)’은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폭풍우를 일으키는 신 ‘티폰(Typhon)’이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1953년부터다. 주로 기상예보관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그래서 1978년까지는 이름이 여성이었다. 이후부터는 남성과 여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은 90만명에 달한다. 체류외국인도 200만명을 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4%다. 다문화가정 자녀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7년 4만4천258명에서 2014년 20만4천204명으로 무려 4.6배 증가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제 다문화사회가 됐다. 말할 것도 없이 결혼이민자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소중한 우리의 인적자원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차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편견과 차별,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있으며 더러는 학교폭력의 대상도 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 또 빈곤한 가정환경과 달라진 언어 환경 때문에 학습부진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체계적인 다문화 이해교육, 반편견 교육,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이 순혈주의와 배타주의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다문화가정 미취학 아동 지원방안 연구’도 다문화와 비(非)다문화 구별 없이 모든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내에서는 매년 5천여명의
오는 2020년까지 최저 시간당 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렇게 되려면 현재 시급은 6470원이어서 당장 내년부터 3년 간 해마다 15.7%씩 올려야 한다. 지난 2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정 협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된 것을 보더라도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최저임금위는 공익·사용자·근로자 위원 각 9명이 참석한 가운데 6차 전원회의를 열었으나 근로자 측이 무려 3천530 원(54.6%) 오른 1만 원을 주장한 반면 사용자 측은 155 원(2.4%))이 오른 6천625 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양 측의 시각차가 너무 컸다. 민노총은 벌써 최저임금 1만 원 등 3대 요구 사항을 내걸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는 3일과 5일 7·8차 회의를 열고 최대한 협상타결을 이루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16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정부는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16일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것은 고시 전까지 이의제기 등의 절차가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5년 간의 최저임금 인상률만 보더라도 6~8%였으나
국격이 형편없이 추락했다. ‘이게 나라냐’라며 국민을 분노와 비탄에 빠지게 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파면됐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은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대죄를 지었으면서도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는 그의 뻔뻔함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잊는다. 이런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이 최순실 일가의 은닉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추진에 여야 의원 4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특별법의 골자는 ▲국정농단 행위자의 부당수익과 재산 조사위원회 설치 ▲위원회가 영장을 발부받아 재산 조사 ▲밝혀진 재산을 소급해 국가에 귀속한다는 내용이다. 안민석의원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일가의 은닉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추진에 여야 의원 4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추진 초당적 의원모임’을 출범, 곧바로 특별법 발의를 위한 의원 서명에 착수해 다음 주까지 150명 이상(국회의원 과반) 서명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번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민주당 22명을 비롯해 국민의
2017년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가 오늘까지 무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세계태권도 대회의 가장 큰 이벤트는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의 방한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남북관계가 원활치 않아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 세계태권도 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남북의 스포츠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정치와 구분하여 교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남북의 정부는 철저하게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여 왔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원함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스포츠 교류는 원할히 이루어지 못했었다. 이번 대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축하 연설을 하며 향후 평창 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제안을 한 것은 의미있는 것이다. 과거 남북이 단일화되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둘째치더라도 남북이 전 종목은 불가능하겠지만 몇 종목이라도 단일화 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세계의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정 새로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오산을 지역구로 둔 안민석 의원은 장웅 북한 IOC 위원에게 경평축구의 재개를 주장하고 남북의 단일화를 위해 남북의 정치지도자의
최근 오토 웜비어의 죽음으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가 북한관광에 나섰다가 간첩혐의로 억류된 지 1년 6개월 만에 코마 상태(혼수 상태)로 돌아와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에 대한 문제, 경제적 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관광과 관련해서 중국 베이징에 거점을 둔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아 투어스’는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위험도가 높아졌다’며 북한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관광에 있어서 안전의 중요성이 새삼 대두되고 있다. 안전의 확보는 관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재난, 사고, 폭력, 사회 불안정, 내전, 테러행위, 반인권행위 및 이와 관련된 사소한 위협만으로도 관광객은 여행의 의사결정을 변경한다. 안전은 관광목적지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선행 조건으로 관광객은 위험성이 가장 낮은 곳을 목적지로 정하는 경향이 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은 관광목적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계되어 관광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여러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문화관
초여름 더위가 삼복을 방불케 한다. 하루 종일 불앞에 서서 일을 하자면 바깥바람이 그립다.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내가 있는 곳까지는 닿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옷을 겹으로 입고 민소매나 반바지를 못 입는 솜씨라 그것도 어렵다. 하는 수 없이 냉수로 달래지만 찬물만 먹는 것이 해롭기도 하고 또 한계가 있다. 손님들도 오로지 시원한 음식만 찾고 늦게 온 사람은 오히려 독촉까지 한다. 이래저래 내 체온을 상승시킨다. 그래도 남들이 말하건대 행복한 비명이니 감사하라고 한다. 물론 감사하고 또 백번 감사할 일이다. 하루 종일 갇혀 살다보니 스트레스도 있고 동동 거리며 잔걸음을 치지만 운동부족이라 몇 해 전부터 새벽 운동을 다닌다. 밝아 오는 새벽하늘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산과 바람 그리고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낮에 보는 풍경과는 많은 감회가 있다. 오가며 만나는 동네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아우뻘 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말도 건넨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이제는 하루만 못 봐도 안부가 궁금하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에 깃을 들이고 살 수 있어 이 또한 낙이다.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로 충전하고 돌아오는 길, 여느 때와는 다른 새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09년 6월 중국에서다. 유난히 더위가 심했던 그 해 중국 허베이와 허난성 남부 일대 주민들이 전신이 나른해지고, 구역질이 나며 일부 주민들은 고열과 설사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지역 보건당국은 곧바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고통을 호소한 557명의 주민 중 18명이 숨졌다. 이어 인접한 산둥성에서도 같은 증상을 호소한 주민 182명 중 13명이 사망했고. 난징시 에서도 4명이 숨지는등 공포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중국 전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1년 넘게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던 중 2010년 9월 지역의 한 신문사가 이 같은 사실을 기사화 하면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라는 병명도 그 때 정해졌다. 읽기조차 어렵고 생소해 흔히 ‘진드기 바이러스’라 부른다. 지금은 중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발견된다. 2014년 2월 국내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상황도 있었다.
몸조심 하세요 /권석창 숙이와 나는 헤어지기 위해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의 눈은 젖어 있었고 슬픈 노래가 타향으로 흘렀다 우리가 헤어짐은 몸이 나뉘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서로 만남도 부질없는데 일러둘 말인들 있을까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그대가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몸조심 하세요 나도 부질없이 이렇게 말했다 몸조심하세요. 마주한 사랑이 애틋하다. 더구나 헤어지기 위한 만남의 자리라면, 가슴이 먼저 젖은 연인을 앞에 놓고 무슨 말인들 할 수 있을까. 담담한 척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무릎이 떨리고 있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노랫말은 연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눈물겹도록 애잔하다. 마주한 시간의 흐름이 고요히 젖은 눈망울을 만들어 내고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서로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부질없음과 허망함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헤어짐은 몸이 나뉘는 것, 같은 생각으로 별을 바라볼 수는 있어도 연인의 숨소리는 들을 수 없는 이별. 더구나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몸조심 하세요’란 힘겨운 이별의 인사말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꽃들을 암기했을까 얼마나 많은 밤들을 깨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