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동 (梧柳洞)의 동전(銅錢) /박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봉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坐板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中國집 처마밑 조롱鳥籠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輪廻 끝 이제는 돌아와 梧柳洞의 銅錢. -박용래 시전집<먼바다 / 창비 1984년> 오류동은 대전에 있는 동네 이름이고 박용래 시인이 살았던 곳이다. 그 오류동의 동전으로 먼 먼 윤회 끝 돌아왔다고 한다. 솜과자 붕어빵 좌판의 햇살, 모두 변두리 것들 동전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다른 시 ‘저녁눈’에서도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고 했다. 자신은 끝까지 길거리 떠돌이 인생이라는, 돌아보니 문득 자신의 인생이 그 동전을 닮았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동전을 윤회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김은옥 시인
완두콩을 깐다. 작년 수확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발아가 더디더니 생육 또한 수월치가 않아 중간에 물을 주고 비료도 주었지만 부실하다. 완두콩 줄기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껍질을 벗긴다. 오소소 쏟아지는 콩이 반갑다. 오랜 가뭄을 견디고 제 방안에 푸릇한 알들을 빼곡하게 들어앉힌 콩이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비실비실해서 콩 맛이나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실한 놈은 제법 통통하다. 흰 쌀에 넉넉히 콩을 넣고 밥을 지으면 푸릇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별 반찬이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한다. 이것이 제철음식의 맛이고 완두콩의 매력이기도 하다. 완두콩을 처음 먹었던 기억이 중학교 가정실습시간이었다. 학생들이 여섯 명씩 조를 짜서 재료를 준비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카레라는 음식도 생소했다. 각자 준비한 재료를 다듬고 잘라서 볶은 후 카레를 넣고 끓였는데 우리 조는 친구가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베기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카레라이스를 완성했다. 익숙하지 않는 음식이라 망설였다. 다른 친구의 먹은 모습을 힐끗힐끗 보면서 맛을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흰 쌀밥에 듬성듬성 섞인 완두콩이며 적당히 익은 야채를 감싼 누런 카레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소방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인력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독립을 약속하고,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방안도 찾겠다고 강조했다. 소방 장비인 절연 장갑마저 자신들의 손으로 사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소방직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인력증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러한 소방공무원과의 대화 이후 어제 청와대는 강원도 소속의 소방공무원을 2020년까지 2018명을 증원하기도 발표하였다. 최근 강원도에 계속된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시 빠른 진화를 위하여 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의 증대에 대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하지 않지만 소방공무원들의 증원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소방공무원 증대는 올바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강원도 소방공무원의 증대만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경기도 소방공무원의 인력 증원에도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경기도는 전국 최고의 광역자치단체이지만 경기도 내 소방공무원들 인력과 장비가 다른 광역자단체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지난 김문수 지사
도대체 우리나라 방역행정은 전후가 왜 이리 허술한지 모르겠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축산농가나 유통업체, 통닭집이나 육류판매 음식점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번번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 이번에 전북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시작된 AI도 그럴 위험성이 크다. 순식간에 전국 6개 시·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간 지난 2008년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해 AI는 전국 19개 시·군 농장 1천500곳으로 확산돼 닭과 오리 1천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끔찍한 재앙이었다.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과 생계소득안정자금만 1천674억원이었다. 당시의 피해사례 잊지 않았다면 이번 AI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재앙은 또 다른 재앙을 부른다. 가축을 모두 살처분한 뒤 매몰한 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유출된 침출수는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침출수의 주성분은 인체에 유해한 질산성질소나 암모니아성질소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5개월간 전국 가축 매몰지 1천216곳 중 관측정이 설치된 매몰지 235곳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까
국제 섬유예술계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원을 참 매력적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한국을 대표로 섬유예술로 무엇인가 할 수있다면 그 중심에 수원이 있었으면 한다. 세계각국에서 탐내며 불고 있는 한국섬유문화의 열풍을 일년에 한번이라도 수원에 모여 전시를 열어 그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2016수원방문의 해에 시행한 2016국제보자기포럼의 멋진 성공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어 시행된 창덕궁에서 수원 연무대까지의 2016정조대왕능행차가 실시간 SNS로 보여져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1985년 9월 초 어느날, 수원 장안문에서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걸어오며 도착한 매향여자중학교는 80년 넘는 전통의 자부심 높은 학교였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공부는 나의 공부가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한 결과, 개교 85주년 전시는 경기 교육계와 미술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시작된 작품활동은 좁은 지역 사회에서 처신에 유의하라는 교장님 격려와 미술계 선배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섬유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려가기 시작했다. 1988년 떠오르는 미술계 샛별이라는 예비 작가들과 경쟁하며 공모로 당첨되어 서울 명동에 있던 금강르노아르아트홀에서 첫개인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아픈가시 한 두개씩은 가지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가시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녀나 배우자 부모 가족 관계로 인한 갈등과 상처가 가장 예리해서 폐부를 찌르는 고통을 줄 수 있다. 주변 사람들 가시는 잘 해결해 주면서 정작 내 몸속에 있는 가시는 해결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회피 한다. 이러한 가시가 생채기로 표출되어 피부 속을 뚫고 나오는 현장이 바로 법정이 아닌가 싶다. 가족 간 금전이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이로 인해 협박 살인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 사건 사고, 이혼 양육비 부양료와 관련된 치열한 감정다툼. 최근 내가 다녀온 어느 법정에서의 쟁점은 오래전 이혼한 부부사이의 자녀 양육비 청구 사건이다. 과거 15년 동안의 양육비에 대한 청구이니 그 금액은 두 자녀 합계 2억원 가까이에 이른다. 문제는 양육비 청구를 당한 남자 입장이다. 이혼 협의때 이미 양육비를 면제받았고 현재 양육비를 주고 싶어도 그 금액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처지라는 점이다. 청구인측인 부인은 그간 두 아들을 키우느라 감내한 울분이 일시 분출하는 탓에 목소
고등어의 옛 이름은 칼과 비슷하다 해서 고도어(古刀魚)라 불렀다.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에도 같은 이름이 여럿 나온다. 또 1469년에 편찬한 경상도 속찬지리지엔 고도어(古都魚)로, 정조 때 펴낸 재물보에는 고도어(古道魚)로 기록되어 있다. 자산어보에는 푸른 무늬가 있는 물고기라고 해 벽문어(碧紋魚)로 표기되어 있다. 방언도 여러 개다. 고동어, 고망어, 돔발이, 고도리, 소고도리, 통고도리 등등. 실체는 하나인데 이름이 여럿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즐겼다는 반증이다. 현재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고등어’다. 한자로는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올라 있는 물고기’, 또는 ‘등이 높은 생선’이란 뜻의 ‘古登魚’ 또는 ‘高登魚’로 쓴다. 굳이 옛 문헌을 들추지 않아도 고등어는 대표적 국민 생선이다. 얼마 전 해양수산개발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등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1위를 차지했다. 이 번 뿐만 아니다. 벌써 수 년 째 ‘국민 생선’이라는 ‘지존’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식감도 좋고 영양 성분도 풍부하니 서민 밥상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네 가정 냉장고엔 고등어 한 두 토막쯤은 항상 있다. 죽으면 금방 썩기 시작하기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해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난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 앞에 무릎 꿇고 한데 모으는 헌 손들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한끼의 양식이오니 고개 숙이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무료 급식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 받아먹으려고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길고 긴 행렬 깃털처럼 야윈 몸들을 데리고 될 수 있는 한 웅크린다. 아무것도 움직여본 적 없고 스스로를 쳐서 소리 낸 적 없는 몸짓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동치는 해에게서는 수세기의 깨진 종소리가 난다. - 노향림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온 우주는 하나의 그물망 속에 있다.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떼어도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 속에 있다. 너와 나 그리고 태양과 바람과 풀과 나무와 그중에서 태양은 이 지구 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것이다. 태양이 종소리를 낸다. 내 몸을 깬 조각조각의 빛줄기로 온갖 만물을 비춘다. 그 빛줄기를 먹고 자라는 생명들, 그것은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건 무료급식소이다. 배고픈 영혼들이 받아먹는 거룩한 양식이다.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모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또다시 대입제도와 고교학점제 등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래서 벌써 중고등학교 교실은 술렁거리고 있다. 몇 년을 주기로 수험생들은 교육개혁의 실험대상이 된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국정기획자문회의는 최근 수능 개편, 성취 평가제(내신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 등의 교육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이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현행 수능과 내신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의 틀로 바꾸려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해 들을 수 있는 학점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개혁과 교육방법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교육개선방안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지논의도 그렇다. 외고 자율형공사립고 국제고 등이 우수학생을 싹쓸이하여 명문대의 입맛에 맞는 맞춤교육을 하는 것도 폐단일 수 있다.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이른바 명문대 진학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 정책의 적용 시기와 대상을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이라
경기도와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지린성(吉林省) 등 동북 3성의 환경보호청 소속 공무원, 전문가, 기업인 등이 참석하는 ‘2017 경기도 동북3성 환경협력포럼’이 오는 14일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에서 열린다. 인체에 치명적으로 유해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는 경기도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도의 제안을 동북3성 정부가 받아들였는데 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환경정책을 공유하면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덕분이다. 도는 2012년부터 동북3성 지역과 정보, 기술, 인적교류에 대한 환경협력 업무협약(‘12년 지린성, ‘13년 랴오닝성, ‘16년 헤이룽장성)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 관계자의 말처럼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따라서 중국 동북3성과의 환경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물론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발전소나 경유차량 등에서도 발생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자동차를 퇴출시키고 노후 원자력·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8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