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인용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대한민국은 이제 탄핵찬반의 갈등을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당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는가 하면 친박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아직도 이에 불복하고 있다. 집회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사망자도 3명으로 늘어났다. 예상한 일이기는 했지만 우려스럽다. 불신과 반목을 접고 한데 뭉쳐 나아가도 어려운 때다. 나라는 나라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엉망이고,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보복이 우리나라의 숨통을 조인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대규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어떠한 결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에 승복해야 한다고 본란에서도 수 차례 주장했고, 여론도 그러했다. 그럼에도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흘째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리 섭섭하고 억울하다 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즉각 존중하고 이에 승복하는 것은 대통령 이전에 민주국가 국민으로서의 도리다. 본인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겠지만 국민들에게 그동안 혼란을 야기시켰던 점을 사과하고 모두가 힘을 함쳐 새로운 국가를 만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한 지난 8일 유럽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건립됐다.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 건립 추진위원회와 독일 현지인들이 참여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독일 건립추진위원회, 그리고 수원시의 협조로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비인간적 전쟁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소녀상 안내문에는 한글과 독어로 다음과 같은 글이 기록돼 있다.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라고. 제막행사엔 90세 고령의 수원 안점순 위안부 할머니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했다. 안 할머니는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다. 현장 참석자의 전언에 의하면 안할머니는 밝은 모습이었지만 가끔씩 감정이 복받친 듯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또 “고맙다. 앞으로 험한 세상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해 제막식장을 숙연하게 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5월3일 수원시는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에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아파트 수영장 주변을 휘젓고 다니던 ‘초딩’ 개구쟁이 녀석이 돌연 입대를 앞둔 장정처럼 머리를 단정히 하고 까만 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운동가방만 그대로였다. 그 행색은 기묘하면서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와, 너 중학생이 됐구나!” 녀석은 입학식 날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들을 줄줄이 소개했다. “이젠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던 그런 대화는 자제해 달라”는 듯한 의젓함이 느껴졌다. 날마다 만나는 노인에게 좀 으스대고 싶었고 이젠 자신이 아파트 앞 초등학교나 다니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선포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그 녀석을 실망시킬 수 있을까! 누가 중·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할수록 점점 더 깊은 고난의 길이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싶고, 우리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을까. 자유학기는 짧고 꼬박꼬박 다가오는 중간·기말고사를 통해서 ‘죽어라’ 암기한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망각해가는 체험의 반복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스스로 문제를 찾고 가설을 설정하고 자유롭게 탐구해가고 싶은 열망(혹은 유혹) 같은 것
모든 새의 으뜸이라는 봉황. 비록 상상속의 동물이지만, 순자(荀子)가 ‘애공편(哀公篇)’에서 ‘왕의 정치가 삶을 사랑하고 죽임을 미워하면 봉이 나무에 줄지어 나타난다’고 했을 정도로 예부터 신령(神靈)의 상징으로 여겼다. 중국 전한시대 서적‘회남자(淮南子)’ 에는 봉황을 ‘조류의 왕이고 하늘의 사상을 본뜬 웅대한 새’라 적고 있다. 명나라 때의 백과사전 삼재도회(三才圖會)에는 신조(神鳥)로서 온 세상의 일을 다 알고 치란(治亂)이 일어나는 것을 어느 새보다 먼저 알았으며, 밝고 어진 임금이 나타나 천하가 태평해지면 그 모습을 나타내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천자(天子), 즉 ‘왕’을 상징하는 귀한 새로 적고 있다. 봉황은 수컷을 봉(鳳)이라하고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여 자웅이 있지만 서로 의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었다는 ‘봉구황곡(鳳求凰曲)’이 사랑을 구하는 악곡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사랑하는 남녀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속담에 ‘봉 가는 데 황(凰)이 간다.’, ‘봉이 나매 황이 난다.’라는 말도 사랑하는 남녀관계나 천정연분을 의미한다. 봉황은 중국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상당히 비중 있는 상상의 동물로 자리하고 있
꽃의 지옥 /고영 끈꽃주걱* 화려한 꽃잎 위에 부전나비가 앉아 있다 끈끈이주걱 흔들리는 만큼 부전나비 흔들린다 부전나비 날갯짓만큼 끈끈이주걱 흔들린다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꽃의 지옥이라도 좋다! 끈끈이주걱 아가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기꺼이 날개 접는다 *식충식물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 극한의 경험은 개별적 정서를 낳는다. 시인은 끈끈이주걱에 앉아 있는 부전나비를 통해 자신의 심상을 투영하고자 한다. 누가 사랑을 환희라 하는가. 특히나 에로스적 사랑의 뒤끝은 서로에의 탐닉만큼 쓰다. 그래도 그 달콤한 독을 향해 장렬히 투신하는 것이 생명의 원초적 본질이라면 지옥이라도 좋은 것! 서로가 서로에게 꽂혀서 흔들리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경을 시인은 얼마나 처절하게 겪어냈을까. 테드 휴즈의 ‘까마귀의 첫수업’이란 시가 떠오른다. 신은 숭고한 사랑을 가르치려 하지만 까마귀로 상징된 인간의 내부에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튀어나와 반항을 시도한다. 결국 하느님은 애욕에 바다에 빠져 드잡이하는 두 남녀를 ‘떼어놓으려 애쓰다가, 욕하다가 울음을 떠뜨렸다’는. 태초에…
며칠째 마음이 무겁다. 예측했던 결과라고는 해도 막상 탄핵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무언가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은 잠시였고 지고 있던 짐보다 더 큰 무게가 들어앉는다. 대치정국은 그들의 해법대로 각각의 주장을 하고 광장의 민심도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협치를 바라는 언론과 각계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갈라진 마음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현장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불행한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요즈음의 심경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강요당한 절망의 겨울을 지내면서 보여주는 사물의 모습들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음처럼 겨울을 건너는 나무도 있고,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 잎을 거느리고 겨울과 맞서는 침엽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생존의 방법일 뿐 누구도 옳고 그르거나 우열을 다투지 않는다. 다들 저마다의 삶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협동보다는 경쟁을, 격려보다 시기를 보이는 생명체는 사람의 무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의 주장
한비자(韓非子)는 나라가 망할 징조 즉, ‘망징(亡徵)’을 48개로 정리하여 경고했다. 한비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수많은 나라가 망해가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그는 망징들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많았다. 망징 중 상당수의 징조를 이명박근혜 정권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여전히 갖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15년 가을 ‘두뇌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쓰면서 박근혜정권이 수많은 망징을 갖고 있다고 진단하고 101쪽에 정리한 바 있다. 한비자가 지적한 망징 48개 중 25개는 대한민국과 관련되어 있음을 2년 전 필자가 한국에서 직접 발견했거나 전해듣고 정리하였다. 참고로 이번 칼럼을 쓴 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 3월 10일 벗들과 저녁에 만나 막걸리를 마시기 직전에 썼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한국이 갖고 있는 망징 25개는 이렇다. ▲법이 고르게 적용되지 않는다(유전무죄) ▲법을 깔보고 모략으로 법을 곡해한다(지록위마) ▲리더들이 논쟁만 즐긴다(고시 출신들의 탁상공론) ▲상인들이 사내 유보금을 쌓으며 국민은 곤궁해진다(한국의 대기업) ▲종교에 너무 빠진다(이명박박근혜) ▲왕이 많은 신하와 소통하지 않고 한 사람의 말을…
오늘 11시에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 결의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린다. 작년 말에 최순실씨의 태블릿 pc가 공개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이제 오늘 마무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의 정치상황을 만든 것은 본인의 잘못이 크다고 하겠다.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만들어 국가기밀 사항을 여과없이 전달하였고, 삼성 그룹의 상속승계를 위하여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혜를 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여기에 더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지원을 금지한 것은 평등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 없어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가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것과 관료와 국민들간의 소통 부족으로 대한민국 미래 발전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탄핵을 주도한 핵심내용이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주된 내용이다. 그 결과가 오늘 최종 결정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시는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전까지 지정 목적이 확보되도록 보호구역내 등산객과 행락객 유입을 전면 차단해 비점오염원 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이 주장은 환경단체가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주장해 온 광교산 주민들이 7일 열린 ‘광교비상취수원 변경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역설적 불만이다. 즉 상수원보호를 명분으로 해제를 하지 않겠다면 아예 등산객과 행락객 출입을 막으라는 것이다. 광교저수지 인근 장안구 상·하광교동 일대는 1971년부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우리가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水源池)여서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구역에 살거나 토지를 갖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과 재산상의 피해는 컸다. 지난해 10월 본란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지만 주민들은 내 땅에 집 한 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었다. 광교산의 명물인 보리밥집 등 식당들은 영업허가를 받지 못해 불법영업행위로 수시 고발당해 ‘세금처럼 벌금을 내는’ 일이 매년 되풀이돼왔다. 주민들의 숙원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였다. 상수원 보호는 중요하다. 지역 공동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 주민
세계문화인의 시선이 올해 유럽으로 몰려있다. 2007년 이후 10년만에 동시에 2년 주기 이탈리아 57회 베니스비엔날레(5.13~11.26), 5년 주기 독일 14회 카셀도쿠멘타(4.8~7.16-그리스 아테네, 6.10~9.17-카셀), 10년 주기 독일 5회 뮌스터조각프로젝트(6.10~10.1), 2년 주기 14회 프랑스 리옹비엔나레(9.20~12.31)가 열린다. 이 동시대미술현장에서는 인문학적 영역의 역할이 커져가는 정치, 사회, 역사이슈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지식인과 예술가 집단이 가장 설득력 있고 전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국가간의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문화전쟁의 또다른 차원으로 평가된다.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는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의 크리스틴 마셀 선임큐레이터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을 맡는다. 비엔날레의 주제는 예술 만세라는 뜻의 ‘비바 아르테 비바’이며 전세계 51개국에서 초대된 12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가 있다. 1955년부터 독일 중부도시 카셀에서 개최되는 카셀도큐멘타는 현대미술의 미래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