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총회에서 ‘학교총량제’ 폐지를 교육부 요구 안건으로 채택했다. 교육부는 신도시 지역의 학교신설을 학교총량제로 묶어 제한하고 있다. 농어촌, 구도심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신도심 학교 신설을 허가하는 것이다. 농어촌지역과 원도심 지역 학교의 학생수가 급감하는데 신도시에 학생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학교를 지으면 막대한 예산낭비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사실 학교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교사와 직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와 학교 건축비, 운영비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또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단지별로 학교를 짓다보면 나중에 학생 수 감소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지역 간 차등을 두게 되면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일부 지역에만 지나치게 교육 재정이 투입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편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수도권에는 인구과밀지역이 많아 학교 신설이 시급하지만 신설 허가가 나지 않아 일부 지역의 경우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2월 수원 광교신도시 이의6중학교 등 15곳에 대한 신설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지만 모
보통 임금이 죽으면 다음 후계자가 즉위와 동시에 선대왕의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차기 임금은 즉위 초기로 아직 권력을 장악하지 못해 생각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 정조 또한 즉위 초기에는 아버지의 묘에 대해 언급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힘을 키웠고 또 비밀리에 명당을 찾았는데 즉위 13년이 지난 후 그 뜻을 실행하게 된다. 권력이 무르익은 시점의 정조는 아버지의 묘를 조선 최고의 왕릉으로 만들고자 수원을 통째로 옮기는 엄청난 공력을 들여 사도세자의 묘를 조성하였다. 하지만 현륭원(융릉)에 가보면 다른 왕릉에 비해 그 봉분과 석물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 실망하게 된다. 정조는 현륭원을 처음 계획할 때 사도세자와 큰 관계가 없는 인조 장릉(長陵)을 기준으로 삼는다. 장릉은 처음 파주 운천리에 설치되었다가 풍수상 불길하다는 이유로 영조 7년(1731)에 현 위치로 이장하면서 석물(石物)은 기존의 것을 가져와 재사용하고 여분의 공력으로는 석물을 첨가하여 세조 이후 모든 격식을 갖춘 화려한 왕릉이다. 그래서인지 정조는 현륭원을 장릉을 기준으로 삼아 공사를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검소한 세조 광릉(光陵)을 따르도록 변경 지시하여 현륭원은 장릉과 광릉의 중간수준으로 병
인류는 당초 곡물이 흔한 환경에서 진화하지 않았다. 오늘날 석기시대 식단과 지중해식이 유행하는 이유는 인류가 호모사피엔스급으로 진화한 이후에도 구석기시대 상태로 99.99% 생활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600만년 중 고작 1만년의 농경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류는 농경의 부작용을 새롭게 겪고 있다. 농업과 농약, 비료의 발명은 인류의 배고픔을 거의 해결했지만 당뇨병에 걸리는 인구를 증가시켰다. 당뇨병이 암의 전조증상이라는 스티브 잡스 주치의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뇨병은 작은 병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인류는 학교와 교육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데, 바로 ‘교육당뇨병’이다. 교육당뇨병이 교육암(癌)으로 진화한 모습을 우리는 TV에서 자주 본다. 무슨 이유로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비윤리적이고 기억이 더 나지 않을까? 왜 헌법을 어기고도 불법인줄 몰랐다고 할까? 인류 역사의 오랜기간 곡물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곡류 탄수화물로 인한 혈당과잉은 근육과 간에서 당분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신호체계를 망가뜨린다. 마치 교육과 지식의 과잉이 책이나 교육을 흔하다는 이유로 멸시하게 만드는 현상이 교실에서 일어나듯 우리 몸이 당분을
독가스의 무서움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지난 1995년 3월 20일. 사이비 종교집단인 옴 진리교 신자들이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 ‘사린가스’를 살포,12명이 사망하고 5천여 명이 부상한 사건이 계기였다. 물론 독가스살포로 인한 끔찍한 사건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전쟁 중 이었다. 세계1차대전때인 1915년 4월 독일은 벨기에 ‘이프르’ 전선에서 168톤의 염소가스를 살포, 프랑스와 캐나다 연합군 5천명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차 대전 중엔 더 했다. 일본까지 가세, 전장 곳곳이 독가스 전쟁터로 바뀌었고 공식 사망자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치명성을 발휘(?)했다. 그런 면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른 일본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은 충격을 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독가스를 이용, 백주대로에서 발생한 세계 첫 번째 독살사건이어서 더욱 그랬다. 당시 사용한 사린은 냄새도 색깔도 없이 순식간에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대표적인 신경가스다. 원료는 시안화나트륨(NaCN)이다. 시안화나트륨 10㎏ 정도면 2천명에 가까운 인명을 살상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물질이다. 또 산(酸)이나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 시안화수소(H
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박수중 최초의 직립인간이었다 바로 서기 어려워 고개 숙여 땅만 보고 살았다 50만년후 新 人類는 편히 살기 어려워 관계를 맺으며 여전히 머리를 숙이고 산다 없는 사람이 있는 자에게 소시민이 떼쓰는 자에게 보통 사람이 목소리 큰 단체에게 그러면서 혼자는 지상에서나 지하철에서나 틈만 나면 고개를 숙이고 오로지 휴대폰만 눌러 댄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삶은 거칠고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현대인의 발걸음은 또한 얼마나 바쁜가. 소통이 부재되고 말은 점점 없어지고 언제 어디서나 손과 눈은 스마트폰에 가 있다. 어쩌면 함께 할 누군가가 없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탈출구인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자. 모르는 이에게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자. 그 미소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도래해도 우리는 가야 한다. 사람들 속으로 가서 대화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전국의 마라톤대회는 400개 정도가 될 정도로 많다. 그만큼 달리기가 건강을 지키는 척도가 된데다 동호인들이 늘어난 증거다. 그중에서도 본보가 주최하는 경기 국제하프마라톤대회는 새해들어 첫 테이프를 끊는 대회다. 지난 겨울동안 강화훈련을 했던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체크해보는 워밍업의 성격을 띠고 동면에서 깨어난 동호인들도 국내 첫 대회에서 체력과 기록을 가늠해보는데 안성맞춤인 대회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참가자가 4천명을 넘어섰다. 또한 경기도 유일의 국제마라톤대회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달려본다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 되기에 전국 ‘달림이’들로부터 호응을 받아왔다. 첫 대회는 지난 2007년 개최해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국내외 사정상 잠시 중단됐다가 2014년부터 부활해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고 대회운영 면에서도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26일 수원종합운동장 출발선을 가득 메운 4천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과 선수 그리고 가족들은 모처럼 봄이 오는 길목에서 축제를 함께 즐기며 달렸다. 국제부문과 국내 남녀부 개인전, 단체전, 국내 마스터즈 부문(이상 하프마라톤), 10㎞ 마스터즈 부문 등으로 나눠 치러진 이 대
‘동물 유기 및 학대 방지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생산업 허가제와 동물학대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른바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동물생산업은 허가제로 전환됐다. 이전까지는 신고제였다. 또 강아지를 매달고 질주해 국민적 공분을 산 ‘악마 에쿠스’사건과 같은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은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조정된다. 동물유기행위 처벌도 강화되고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나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도 학대행위로 추가된다. 개정안은 오는 3월 2일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통과되면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동물권 보호’문제는 소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조기대선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대권 후보들의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번 대선 때도, 지방선거와 총선 때도 많은 후보와 정당들이 공약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엔 유기·유실동물에 대한 보호·관리 강화 방안의 법제화와 반려동물에 대한 성숙한 돌봄 문화 확산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회 연구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라는 작품은 제목 그대로 1808년 5월 3일, 그의 조국 스페인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화폭에 담긴 장면은 너무나도 끔찍해서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운 그림이다. 필자가 근래 혁명기 대륙의 역사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면서 여러 번 이 작품을 마주쳤었지만, 그때마다 장면이 처한 극한 공포의 상황에 화들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시선을 회피해 버리곤 했다. 가늘고 긴 여러 개의 총부리가 하나의 목숨을 향해 겨냥하고 있다. 표적이 된 남자는 두 손을 번쩍 든 채 무릎을 꿇고 있다. 그가 입고 있는 하얀 셔츠는 바닥에 놓인 등불과 함께 화면에서 가장 밝은 빛을 발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겁에 질린 포로들 너머로 짙은 어둠이 깔려 있으며, 그의 하얀 셔츠는 암흑의 하늘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질식할 것만 같은 하얀 빛을 띠고 있다. ‘1808년 5월 3일’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상황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증언이기도 하지만, 면밀히 바라보면 판타지적인 요소도 많이 담고 있다. 번쩍 든 사내의 두 손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과 비슷한 상흔이 있다. 그는 주변 인물들과…
널배 /이지엽 남들은 나무라는데 내겐 이게 밥그륵이여 다섯 남매 갈치고 어엿하게 제금냈으니 참말로 귀한 그륵이제 김 모락 나는 다순 그륵! 너른 바다 날 부르면 쏜살같이 달리구만이 무릎 하나 판에 올려 개펄을 밀다 보면 팔다리 쑤시던 것도 말끔하게 없어져 열일곱에 시작했으니 칠십 년 넘게 탄 거여 징그러워도 인자는 서운해서 그만 못 둬 아 그려, 영감 없어도 이것땜시 외롭잖여 꼬막만큼 졸깃하고 낙지처럼 늘러붙는 맨드란 살결 아닌겨 죽거든 같이 묻어줘 인자는 이게 내 삭신이고 피붙이랑게 달이 바다를 당겼다 놓았다 하고, 바다는 나가며 들오며 뻘을 기르고, 뻘은 제 즙을 먹여 꼬막을 키워낸다. 꼬막은 다섯 남매를 갈치고 제금 내고 늙은 삭신까지 치료해 준다. 그러므로 늙은 어메가 캐는 것은 꼬막이 아니라 흑진주일 터이다. 달과 바다와 뻘과 흑진주에게 감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는 어메는 무릎을 굽혀 엎드린 채 널배를 타고 뻘바다를 헤엄치는 것이니, 이 어메 또한 뻘바다의 또 다른 진주임이 분명할 터. 간간하고 쫄깃하고 배릿한 어메꼬막들로 인해 세상은 그나마 짭조름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는지. 삶이라는 뻘 속을 헤엄치고 있는 그대, 지금 어떤 뻘밭에서 어떤 널배를…
22일 열린 ‘서부 수도권 행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전구간 지하화를 정부 측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경기 광명·부천·김포·시흥시, 인천 부평·계양·서구·강화군, 서울 강서·양천구 등 수도권 서부지역 11개 지자체 모임이다. 협의회에 가입된 지자체 가운데 광명시, 부천시, 구로구, 강서구 등은 민자고속도로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지역이다. 고속도로가 지상에 건설될 경우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녹지를 훼손하게 되며 교통체계 붕괴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천시의 경우는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지역이 동서로 양분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지상화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협의회 소속 타 지자체들도 이들의 민자고속도로 전면 지하화 주장에 공감해 앞으로 열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 안건을 상정, 전국 단위에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뜻을 모았다. 광명(6.649㎞)~부천(6.36㎞)~서울(7.191㎞)을 잇는 총길이 20.2㎞인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는 총사업비 1조 6천69억 원이 투입돼 착공일로부터 5년간 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충남 천안~평택~수원~광명~부천~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