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발바닥 /김금용 언제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을 만져보았던가 희고 매끄러운 탄성 핏줄 환히 들여다보이는 처녀지 주름 한 줄 없다 그늘 하나 없다 다섯 개 발가락마다 말간 핏줄거울 달고 지구별로 날아든 새 생명,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야무지다 한 개인사가 가족의 울타리가 저 주먹 쥐고 내뻗는 발힘으로 첫사랑, 첫 설렘으로 새 역사를 내딛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은 보드랍고 말랑하다. 시인은 이것을 “지구별로 날아”들어 온 생명체의 기원으로 보면서 우주의 기원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있어 건투를 비는 마음으로 “전사의 발바닥”이라는 멋진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큼이나 시인은 세상을 향해 씩씩하고 건장한 사고를 추구한다.발바닥을 만져보면서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야무지다”는 표현을 통해 양가적인 측면의 발견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세파를 헤쳐나갈 아이의 발바닥은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예감하면서도 “첫사랑, 첫 설렘으로/ 새 역사를 내딛”을 테니 이 또한 아름답다. 발바닥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내딛는 생명…
경기도가 지난 15일 공공기관 평균공사비가 민간보다 월등히 높다는 건축공사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도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충격적이다. 경기도내 공공기관이 발주한 평당 공사비가 민간이 발주한 공사비보다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도내 공공기관과 민간이 발주한 어린이집, 경로당, 주민센터의 시설별 건축규모와 발주금액, 계약금액 등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집, 경로당의 평당 평균공사비가 최대 4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공공기관 평당 건축비용이 민간보다 3배 이상 높은 사례도 있었다. 한 공공어린이집(연면적 670㎡ 지하1층, 지상2층)의 평당 건축비는 1천112만3천원인데 어느 민간어린이집(연면적 940㎡ 지상3층, 지하1층)은 334만1천원이었다. 공사비가 3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또 다른 공공 어린이집(연면적 1천473㎡, 지하1층, 지상2층)은 평당 공사비가 835만5천원이었지만 다른 민간어린이집(연면적 607.59㎡ 지하1층, 지상4층)은 절반 비용도 안되는 326만5천원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재명 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한 공사비가 불법수차하도급, 예산낭비, 부정부패의 원인”…
지난해 중소기업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56%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7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평균연봉 기준으로 대기업은 6천460만원, 중소기업은 3천595만원이었다.대기업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전년보다 2.0% 포인트 올라간 것이지만 여전히 임금 격차는 크다고 봐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 급여는 정규직보다 더욱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임금 차이는 훨씬 클 것이다.이번 통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교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임금근로자의 상위와 하위 10% 임금 격차는 4.3배로 일본의 2.8배, 뉴질랜드의 2.8배보다 높았다. 2016년에는 22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득 격차가 컸다. 대기업은 수출을 통한 양호한 영업 실적으로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올려줄 수 있으나 중소기업은 내수부진 등으로 임금인상의 여력이 크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생산성보다 높게 임금을 올려주고, 그 부담을 중소 협력업체에 넘기면서 임
화홍문은 대한제국 시기 화폐의 바탕 그림으로 사용될 정도로 아름답고 유명한 건물이다. 전쟁 시설이 아름답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정조의 생각은 달랐다. 화려함은 오히려 적군의 기세를 뺏기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 결과 수원화성 성곽시설이 만들어지고 이 중에서도 화홍문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화홍문 공사는 1794년 초에 시작하였지만, 그해 겨울을 지나 다음 해 1월에 완성된다. 공사 일정을 살펴보면 1974년 2월 28일 터를 닦고 공사를 시작하나 하천 주변 정비가 선행되어야 함을 인지하여 화홍문 공사를 중지하고 도랑 치는 작업만 한다. 어느 정도 하천 정비가 끝나자 7월 9일 주춧돌을 놓고, 8월 3일 7개 홍예가 완성되면서 바로 돌 공사는 끝난다. 상부 누각공사는 잠깐 틈을 두고 시작되어 10월 13일에 상량을 하였지만, 공사를 이어서 하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11월 1일 추위로 모든 공사가 중지되지만, 다음 해 2월 정조가 이곳을 지나 방화수류정에 갈 예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화홍문은 공사를 계속한다. 추운 겨울 공사는 더디게 진행되어 1795년 1월 13일 완성된다. 북수문구조에 대해 살펴보자. 축성에 관한 공식적 첫 회의가 1793년 1…
학교폭력은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발생 현황’ 자료에 의하면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 집단 가해 학생 수는 2015학년도 2천582명에서 2017학년도 5천17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학교폭력 발생 빈도수도 문제이지만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음이 더 큰 문제이다. 최근 사회문제화된 사건만 간추려보아도 인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을 비롯하여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관악산 여고생 폭행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는 날로 흉악해지고 있다. 정부도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학교폭력 문제를 국가가 개입해야 할 사안으로 상정하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 후 5년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기대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는 학생이 안전이 담보된 학교에서 학습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해 학생들의 경우 학업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물론, 신체적·정신
지하철이나 버스에 마련된 장애인과 노약자석, 주차장에 설치된 장애인주차구역, 턱을 낮춘 건널목이나 저상버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애인 배려 사례다. 하지만 이런 배려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소소함일 뿐이다. 특히 장애인들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취업 등의 경제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배려도 크지 않은 편이다. 일반인들도 뚫기 어려운 취업문, 장애인들에게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경제적으로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양주시에는 이처럼 경제적으로 홀로서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단체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양주내일장애인보호작업장. 양주내일장애인보호작업장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구성원의 복리증진과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양주시 평화로에 위치한 이들은 2015년 3월 설립된 후 같은 해 11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됐다. 설립 3년 만인 지난 9월에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내일사회적협동조합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적응능력향상, 직무기능향상훈련, 보호적 조건에서 근…
걷기는 건강에도 더 없이 좋은 명약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최선의 운동으로 두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듯 걷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걷기가 사랑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짬 날 때마다 혹은 오랜 기간 계획을 세워 먼 길을 떠나며 행복해 한다. 그렇다면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징 중 하나, 두발로 걷기는 언제 부터일까? 인류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 즉 직립보행 하는 인간이 처음 나타난 게 150만년전이라 하니 제대로 된 걷기의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다고 주장한다.그리고 직립보행하면서 두뇌 용량은 커졌고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문명도 창조 할수 있었다고 말한다. 근세 유럽 지식인들은 걷기를 특권처럼 예찬했다. 특히 니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하며 찬양했다. 그중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다음과 같은 예찬은 더욱 빛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걷는 자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늘의 섭리가 필요하다. 걷는 자가 되려면 걷는 자의 피가 흐르는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 걷기의
삼 년전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평소 믿고 지내는 친구인데 보자고 해서 친구 사무실로 찾아갔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의자에 앉기가 바쁘게 늘어놓는 이야기가 여행을 값싸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내게 가입을 권유한다. 친구이기에 별 의심 없이 가입을 하는데 보니 국내에서는 사업승인도 받지 못한 회사이나 금방 사업승인을 받을 거라 했다. 매달 카드 결제를 통해서 미화로 120불이 나가도록 자동으로 등록을 해야 한단다. 친구의 권유도 있고 여행을 좀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있던 터라 불입한 돈은 어떻게 되는지 물으니, 적립이 되며 언제나 필요하면 쓸 수 있다고 염려 말라 한다. 그리고 이 년이 넘을 즈음 친구와 만날 기회가 있어 이번에 유럽 여행을 가려하는 데 적립한 거 한꺼번에 쓰려 한다고 말하니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가 난색을 표한다. “야! 그거 일 년이 넘으면, 쌓인 포인트가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쌓여있는 것도 그렇게 한꺼번에 다 쓰는 것이 아니야. 지역마다 상품마다 달라. 나도 몰랐어, 적립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나도 내 것만 남기고 와이프랑 아들 것은 진작 해지했어.” 정말 이럴 때는 친구가 맞는…
올해 2월 ‘경기시민연구소 울림’이라는 단체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가 추진해야 할 3대 핵심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2017년 3월 출범한 이 단체는 경기 경실련과 연대해 정치·사회 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그런데 3대 핵심과제 중 ‘산하기관 관피아 청산’이 포함되었으며, 정치중립을 지키며 공무에 전념해야 할 한 경기도 산하기관장이 이 단체의 이사라는 점이 의아했다. 도내 어느 산하기관에 관피아가 있으며, 어떤 폐해를 일으키고 있는지, 관피아가 핵심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절실한 과제인지, 진정 관피아의 의미를 아는지 반문하고 싶다. 관피아로 단정 지으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우선 퇴직 후 산하 기관·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전에 근무했던 행정기관 공무원들과 조직적이고 은밀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상호 공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여야 한다. 이런 행위는 개인의 부당이익에 한하지 않고 행정기관과 재취업기관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해수부-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 간의 뿌리 깊은 부패고리였다
몸속의 사원 /이화영 당신과의 인연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이 된 후 내 몸속에 사원이 생겼습니다 사원의 누각에 걸린 鐘에는 당신의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바느질하듯 정으로 새긴 형상입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생이 비루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한동안 버려두었던 종 채를 찾아 누각에 올라갑니다 당신의 음성이 종소리 되어 울려 퍼져 나간 자리마다 우묵한 우물이 파였습니다 우물이 찰박찰박 깊어질 때 벌레와 몸을 기댄 풀잎이 고요를 젖히며 일어납니다 당신이 사원을 나와 천천히 뒤편의 숲으로 들어가 바위에 엎드려 태아처럼 웅크립니다 그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몸은 신열이 올라 우물을 퍼 올려 마른 정수리에 끼얹습니다 당신이 내 태아인 듯 양수가 부풀어 오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영겁의 인연이라면 어느 전생에서는 내가 당신의 여식이거나 남편이기도 했을 겁니다 다가올 어느 사후에는 당신이 내 자식이기도 할 겁니다 그 사원은 내 자궁 안에 있습니다 사원과 몸을 바꾼 바람이 알려준 비밀입니다 애절하면서도 더없이 신비한 연가(戀歌)다. ‘몸속의 사원’이란 당신이 내 몸에 새긴 사랑의 모든 흔적이자, 상처이고, 황홀의 징표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