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유아들과 초·중·고 학생들을 합하면 약 700만이다. 이들에게 핵심이 되는 지식을 잘 암기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애들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래야 장차 잘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교육의 관건은 학생 간 경쟁이라는 것도 그들의 신념이다. 그들은 그런 지식에 정통한 사람들이 만든 교과서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교육의 거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들은 가령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 고등학교 교육목표라면, EBS 수능방송, 대입수능시험 문제의 내용들을 철학적·교육적으로, 고상하게 종합 정리한 결과가 그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 교육은 그런 이들 때문에 한없이 일그러져 서울대 법과의 어느 학생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꼭꼭 인용되는 기막힌 역설을 토로하였다. “예전에는 중요한 내용만 골라서 필기했거든요. 그러다가 시험에서 크게 당했어요. 그다음부터는 웬만하면 다 써요. 교수님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지난 주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기자회견 내내 경제 회생을 강조했다. ‘일자리(Job)’라는 말을 17차례나 되풀이했을 정도다. 그는 “기업들이 멕시코 등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 시설을 옮겨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나는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출자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선에 나서겠다는 사람들 모두가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에 무감각한 것 같다. 때마다 일자리 창출을 외쳐온 정부도 할 말을 잃었다. 최근의 날씨보다도 더 차디찬 고용빙하기에서 탈출하기에는 대내외적 여건이 심상치 않은 게 사실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7%라는 실업률은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연간 취업자 증가 폭도 30만 명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청년 실업률이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15년 9.2%로 최악이라 했으나 지난 12월 통계는 0.6%포인트나 오른 9.8%다. 이 수치는 정규직 등의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과 구직활동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던 의정부경전철이 4년만에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11일 GS건설, 이수건설, 고려개발 등 대주단(貸主團)의 재적 이사 5명 전원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파산 신청을 의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2년 7월 개통 당시 하루 평균 7만9천명을 예상했던 승객 수가 초기 이용객 1만5천명 수준에 그친데다 수도권 환승 할인과 경로 무임승차에도 이용객은 3만5천명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4년6개월 동안의 누적적자가 2천152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정부시는 자칫하면 연간 300억원 이상의 환급금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의정부경전철㈜은 현재의 운임수입으로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어 시와 협상을 벌였지만 난항 끝에 결국 파산을 택하게 됐다. 그러나 의정부시는 경전철을 세울 수는 없어 인천 메트로, 서울 메트로 등 기존 전철 운영 업체들과 접촉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양측의 법정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파산선고를 법원으로부터 받는다 하더라도 협약에 따라 의정부시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때까지 의정부경전철㈜측이 경전철 운행을 지속
경기도내 공항버스 이용 요금이 인하될 것 같다. 경기도는 11일 ‘공항버스(한정면허) 요금인하 및 서비스 전면 개선방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날 밝힌 도의 방침은 ‘도내 공항버스 요금 최대 4천원 인하’ ‘2018년 6월까지 한정면허 모두 회수, 신규사업자 선정’ ‘지방공사 설립’ 등이다. 물론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은 요금 인하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담뱃값과 술값 등 간접세 인상, 식용유와 계란, 배추, 무, 양배추 등 장바구니 물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줄줄이 공공요금을 인상했다. 보수만 빼곤 모두 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도가 공항버스 요금 인하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도는 원가분석을 거친 후 노선 당 1천~4천원의 요금을 낮추겠다고 한다. 운송원가와 수익 자료를 분석, 노선별 요금인하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사업 일부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도가 이런 방침을 밝힌 것은 공항 버스요금이 비싸다는 여론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한정면허버스가 일반면허버스 보다 500원~3천500원 정도 비싸다. 공항버스는 한정
필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세계의 한민족], [코리아타운과 한류], [디지털인문학] 등의 강의 시간을 통해 학생들과 세계 각 지역, 특히 주요 코리아타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을 살펴보는 과제를 수행해 보았다. KBS1 TV의 ‘글로벌 성공시대’, YTN TV의 ‘글로벌 코리안’의 주인공들을 사례로 제시했지만, 현재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지역에서 롤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이야기, 스토리텔링을 해보자는 것이 목표였다. 학생들에게 우선 720만 재외동포포털인 코리안닷넷(korean.net)의 ‘글로벌코리안/재외동포인물, 재외동포단체’ 메뉴를 검색하게 했다. 다행히 인물 혹은 단체에 대한 기본정보 외에 관련 뉴스도 나왔다. 또한 지도로 검색하기(MAP 서비스)가 가능한 인물과 단체의 경우에는 관련 맥락을 알 수 있는 지식맵(Knowledge Map)도 표시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스토리텔링의 자원화로 활용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 필자가 국내외 연구자들과 함께 『코리아타운과 한국문화』(2012), 『코리아타운과 축제』(2015)를 편찬한 이유였다. 현재 필자는 다시 『코리아타운과 N
자크 루이 다비드의 1800년 작 ‘생 베르나르에서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은 한때 이웃집이나 동네 미용실에 걸려있는 달력에서 자주 보곤 했던 그림이라고 한다. 알프스 산등성이 위에서 힘차게 발돋움 하고 있는 말 위에서 나폴레옹은 카리스마 넘치고 기세등등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대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사람들은 그림 속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이처럼 영리하고 통치력 있는 지도자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지금의 궁핍함과 어려움을 한방에 날려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실제로 나폴레옹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피의 혈투와 계층 간의 반목이 끊이지 않았던 정국에 일시적으로나마 질서를 가져다 준 인물이었다. 전장으로부터 들리는 승전보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지치고 불안해진 민심에 자부심과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상공업을 진흥시켰고, 그동안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던 재정은 건전해졌다. 전쟁을 통해 얻어온 배상금 역시 재정을 뒷받침했으며, 재정이 안정되자 통화 역시 안정되었다. 프랑스 전역에는 운하, 항만, 도로, 관개시설이 지어졌고, 전에 없던 사회적 안정과 번영으로 인해 인구는 증가했다. ‘생 베르나르에서 알프스 산맥을…
시인 윤동주(尹東柱)의 아버지는 ‘해’ ‘달’ ‘별’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자식들 아명도 이와 연관해 지어 주었다. 첫째인 동주에게는 ‘해처럼 빛나라’는 뜻의 해환(海煥), 둘째 일주에게는 달환(達煥), 그 밑에 갓난애 때 죽은 동생에게는 별환이라고. 윤 시인은 고향인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이런 아명을 갖고 28년 생애의 절반인 14년을 보내며 자연을 벗 삼아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이라고 서정을 노래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이미 그때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윤동주는 독립투쟁 일선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투사는 아니다. 남긴 작품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가장 좋아하는 시인’ 조사에서 1위에 자주 오른다. 서거 7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평도 듣는다. 끊임없이 윤리적인 자기완성을 꿈꾸며 내부에 도사린 한 점의 욕됨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하던 청년 시인의 정신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올해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다. 따라
아주 작은 가시 /유하 시를 탓한 적이 있지요 내가 무능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시는 몸에 박힌 가시였어요 너무 작아서 뽑아낼 수도 아픈 까닭에 그냥 잊고 살 수도 없는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내 삶의 하느님은 오직 그 작은 가시 속에서만 그의 온전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집 ‘천일馬화’ / 문학과지성사·2000 사랑할수록 애증의 감정이 쌓인다. 깊어질수록 외면하고 싶은 유혹으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고로 시는 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아서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 치명적 매혹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지언정 빠져 나올 생각이 없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는 몸에 박힌 가시라고 말한다. 영혼 깊숙이 박혀 짜릿한 쾌감이 올 때마다 그에 합당한 힘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허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고통을 나누며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사랑스럽지만 채찍과도 같은 가시와의 동거 없이 어떻게 한 줄의 시가 탄생되겠는가. 그 작은 가시 속에서만 비로소 시가 오는 것을. /정운희 시인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그 감동의 순간을, 처음엔 전화상으로 안내를 받고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찾아갔다. 초행길이기도 했고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은 무게를 느끼게 했지만 동행이 있어 의지가 되었다. 초여름 날씨는 뜨거웠고 통화를 하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목소리보다 젊은 남자의 활달한 모습이 보였다. 그는 휴대전화를 서서히 얼굴에서 떼면서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나를 확인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선한 웃음이 오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다는 예감으로 다가온다. 싱그러운 햇볕아래 막 초록물이 상큼한 나뭇잎이 일제히 부채질을 해주고 있는 눈부신 외모가 콘크리트 위에 빛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한 눈에 반한 나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와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는 달리 날개옷을 입은 것처럼 가벼웠고 간간이 부는 바람이 향기로 내 머리를 흩어놓았다. 집 앞에는 이미 남편과 이웃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애마는 가볍게 발을 멈췄다. 금빛으로 조형된 카렌스골드의 선명한 영문표식이 내 소유가 되었다. 그 이후로 애마는 나의 모
‘약은 독’이라는 말이 있다. 잘 쓰면 병을 고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신약 개발은 사전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인체에 어떤 영향과 부작용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개발한 신약도 임상시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탓에 90% 넘게 중도 폐기된다. 또 임상시험을 통과해 시판된 신약이라 할지라도 약 4%가 안전성 문제로 퇴출당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대한 각 국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에게 직접 신약의 유효성을 입증해야하는 특성 때문에 비밀리에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46년부터 48년까지 2년 동안 미 공중보건국이 신약이던 페니실린의 성병 치료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과테말라에서 실시한 ‘마루타’ 실험이다. 당시 미국은 성병에 걸린 성매매 여성들을 동원, 군인, 죄수 등 1600여 명에게 성병을 몰래 감염시키는 방법을 썼다. 극비에 부쳐졌던 이 프로젝트는 50여 년이 지난 2010년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요즘은 모든 시험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신약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과 오리지널약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