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연구원들이 지난 8월 ‘개인 비리와 연구위원의 자율성 침해’, ‘여성 및 경기도 비하 발언’ 등을 이유로 박 원장의 해임요구 진정서를 경기도에 제출한지 꼭 108일만이다.
이번 ‘박명순 파동’은 짧게는 진정서 제출 → 도 감사 실시 및 ‘징계 이사회’ 개최 통보 → 재심 청구 및 기각 통보 → 이사회의 ‘불문’ 결정 → 사표 제출로 이어졌다.
공식적으로 자진사퇴의 형식이지만, 이미 지난 4일 개최된 경가연 이사회에 앞서 사실상 ‘징계 없음’ 결정을 예정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박 원장의 징계를 결정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사표를 내는 모양새로 교통정리를 해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경가연 정관상 박 원장에 대한 징계처리가 ‘해임’ 결정여부 외에는 아무런 징계처리를 규정하지 않은데다, 그동안 완강하게 버텨온(?) 박 원장이 이사회 개최 전부터 자진사퇴를 거론해온 점, 모 이사의 불참통보로 예정된 수순에 차질이 우려됐던데다 이사회 당시의 격론 등에서 비쳐지고 있다.
■ 왜 ‘문제’였나=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임명단계부터 ‘박명순 파동’은 잉태되고 있었다.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퇴임한 뒤 경인여대 교수로 복귀했다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과정에서 ‘겸직’을 제한하는 공모 규정과는 달리 ‘파견’이라는 꼼수로 이를 인정한 채 덜컥 임명하면서 비롯됐다. 공모를 거쳤지만 사실상 낙하산식 임명에 따른 눈 감아주기로 이뤄진 탓이다.
이후 박 원장의 경가연 운영관리는 연구원들과 융화없는 일방통행과 폭언 등 비하발언, 직무겸임과 논문 대필 등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본보는 올해 초 박 원장에 대한 겸직 및 파견 논란을 비롯해 직원 채용 등 문제점을 지적한데 이어 지난 9월 원장 재임 중 경인여대 교수승진 신청과 외부 연구용역의 수주, 출장경비 부당사용 등과 관련한 경가연 규정위반 문제를 잇따라 보도하고 소속 연구원들의 진정서가 제출되면서 표면화돼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원장이 도 감사결과에 불복, 재심을 청구한데 이어 ‘경기도 책임론’을 제기하고 행정소송 제기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 이사회를 통한 징계수순이 난산을 겪으면서 징계없는 이사회 개최 후 사표 제출 수순으로 교통정리돼 ‘이사회의 해임 결정’을 피하는 모양새로 일단락됐다.
■ ‘도 책임’ 상존= 이번 ‘박명순 파동’은 결과적으로 자질 논란을 빚은 산하기관장에 대한 무책임한 선례를 남긴데다, 타 기관장과의 형평성 문제, 산하기관 운영관리 전반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대적 수술을 예고하는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적지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우선 산하기관장 공모의 투명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전히 공모라는 절차적 합리화에도 불구, 낙하산식 관행의 외부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덮어두려는 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향후 산하기관 운영개선을 통해 독립적 기능운영이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자칫 ‘도 부속기관’에 불과한 기능 수행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나노기술원의 원장들도 유사한 문제점을 안은 채 역시 자진 사표와 임기를 채우겠다는 엇갈린 결과가 이를 대변해 준다.
■ 향후 과제는= 특히 도는 산하기관의 운영을 둘러싼 투명성 확보와 제도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산하 26개 출자·출연기관에만 3천3백여명이 재임하면서 4조5천7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중에 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5백여명의 인력이 늘어나고 예산규모만 1조7천625억 늘었다. 직접적인 도 출연금은 급증하지 않았지만 위탁사업을 통한 간접지원이 수직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위인설관식 인사채용이나 비공개 특별채용과 같은 조직·인사관리의 불투명성이 늘어나고, 의도적인 수의계약이나 수당·업무추진비 등의 방만한 운영으로 예산·회계상 부조리요인도 증가해 왔다. 또한 수탁사업 비중이 높고 종합관리시스템 부재 등 의존형 산하기관을 양산하는 문제점을 초래했다.
당장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다.
내년 상반기 중 기관 통폐합 및 구조조정을 포함한 표준형 운영규정안 마련, 가칭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설치운영 및 외부의 민간참여 확대 등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