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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봄 오는 소리

 

봄 오는 소리로 들판이 수런하다. 물오른 나무는 새순을 품기 시작했고 겨우내 칙칙하던 물빛이 한결 맑아졌다. 청둥오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봄을 물어 올리고 강둑엔 냉이며 쑥이 햇살을 불러들인다.

도로변을 따라 걷는다. 살 속으로 스미는 바람이 아직은 차지만 상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길이 자꾸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늘어나던 쓰레기가 이젠 쌓이기 시작했다. 먹다버린 캔이며 과자봉지는 애교다. 냉장고며 쇼파는 물론 침대 매트리스까지 온갖 것이 버려져 있다.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놓아야 할 것들을 몰래 불법 투기한 것이다.

예전에 비해 한결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서 국민의 자연환경에 관한 의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곳에서는 환경이니 자연보호니 하는 것들은 실종된 지 오래된 것 같다.

그 옆에 평화공원 조성이라는 팻말이 있고 그곳에도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수중생물 번식을 위해 낚시를 금한다는 현수막도 아랑곳없이 차를 몇 대씩 대놓고 낚시는 물론 식사까지 챙기고 있다. 관리가 되는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양심을 버리는 사람이 더 문제다.

임시로 식재한 나무도 더러는 죽고 살아있어도 관리 상태는 엉망이다. 물론 주변이 개발로 인해 어수선하고 아직은 정비되지 않아 그렇기도 하지만 주변에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고등학교까지 있는 것을 볼 때 좀 더 성숙해진 의식이 필요하다.

한참을 걷다보니 버려진 등산화에서 민들레가 파릇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때는 누군가를 산으로 들로 떠메고 다녔을 신발 속에 민들레가 둥지를 튼 것이다. 하도 신기하여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흙먼지가 쌓이고 그 속에 몸을 기댄 자연의 생명력이 경이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보도블록 틈이나 아스팔트 갈라진 틈에서도 꽃을 피우기도 한다. 낮은 곳에서 겸손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번식력 또한 대단하다.

요 며칠 이래저래 심란했는데 등산화 속에서 가까스로 뿌리를 내린 민들레를 보니 힘이 생긴다. 저토록 하찮은 식물도 제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조금 힘들다고 끙끙대는 모습이 부끄럽다.

식물들도 겨울을 견디는 일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더러는 풀 섶에서 더러는 낙엽 아래서 그리고 어디서 날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버려진 신발 속에서 한 겨울을 견디고 봄 문을 열고 있는 전령사들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남쪽의 봄소식도 반가운 일이지만 내 가장 밑바닥부터 봄이 움트고 있다. 움츠렸던 마음이 펌프질을 시작하고 우울했던 마음에 파란 싹을 들여놓아야 겠다.

길을 걸으며 버려진 것들에 대한 속상함도 컸지만 봄의 소리를 그곳에서 찾았다. 들판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 떼를 보면서 봄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봄을 꽃으로 준비하는 나무의 힘찬 가동소리처럼 우리도 주변 환경을 재정비하여 산뜻하고 깨끗한 봄을 맞아야겠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안견문학상 ▲시집- 자작나무에게 묻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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