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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묻고 답하다

 

묻고 답하다

                                /유계영



잠든 입에서 검은 악어가 넘친다

이것이 할 말이었다 생각하니

죽을 뻔한 이야기 속에서

웃음거리를 찾아내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열 종대의 해골들 사이

뭉툭한 손가락에 긁힌 사이

우묵해지던 우리

당신의 긴 혀에 나를 묶고

질문의 경사면을 오른다

정상에서

당신을 흉내 낸 목소리로 나는

뚝 떨어진다

포유류의 젖꼭지처럼 향기롭게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과묵한 나의 사랑이다

 

 

 

 

 

내 안에 당신이 녹슬어 간다. 없는 사람은 없고 누군가를 대신할 음악은 자꾸 미끄러지고 꽃들은 소리쳐도 눈썹조차 까닥하지 않는다. 잠든 입에 검은 악어가 넘치다니, 검은 악어가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다림을 묶었을까. 또 달은 얼마나 많이 피고 졌을까. 이토록 죽을 뻔한 이야기 속에서 웃음거리를 찾아내는 여유를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공을 던지고 받았을까. 당신을 흉내 낸 목소리로 마당이 열리고 비가 내리고 나는 당신의 빗줄기로 뚝 떨어진다. 과묵한 사랑을 껴안고 가는 필자의 향기로운 다음 순서를 기대해 볼 일이다. 허나 이미 가고 없는 사람을 던지고 받는 놀이의 경지이리라.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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