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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상림십경 중 영화당(下)

 

상편에서는 정조가 지은 상림십경 중 영화시사(暎花試士)와 영화당의 건축에 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영화당의 원형과 변화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영화당의 진정성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궁궐 건축의 특징은 내부의 주공간과 이를 감싸고 있는 퇴칸 공간으로 구성된 이중 공간인데 현재 영화당은 이중 공간으로 되어있지 않아 변형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평면을 보면 전 후면에는 퇴칸이 있으나 양측면의 남쪽은 마루로서 2.5칸이고, 북측은 방으로 1.5칸으로 퇴칸이 없이 바로 외부에 접하고 있다. 아마도 반 칸의 퇴칸을 없애고 내부를 확장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록을 보면 영·정조와 이후 임금들은 대보단에 제사를 지내기 전날 여기서 잠을 잔 기록이 나온다. 이는 명나라의 제후국의 군주로서 자신을 낮추고 깨끗한 심신을 유지하고자인지, 아니면 새벽에 제를 지내기 때문에 더 가까운 곳에 있고자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평면의 변화는 임금이 이곳에서 잠을 자게 되면서 좁은 1칸 방은 확장이 필요했을 것이라 보이며 변화 시기는 김홍도가 ‘규장각도’를 그린 이후이지만 순조보다는 힘 있는 정치를 한 정조시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화당은 창건 이후 여러 번의 변형이 있었는데 첫번째, 창건기는 이중 공간이 전체적으로 유지된 형태로 김홍도의 ‘규장각도’에는 사방 모두가 퇴칸으로 표현되어 있다. 두번째, 변화 1단계는 순조시기에 만든 ‘동궐도’에는 남측과 전·후면은 퇴칸이 남아 있고 북측만 퇴칸이 없어지고 방이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변화 2단계는 1907년에 만들어진 ‘동궐도형’에는 북쪽과 같이 남쪽의 퇴칸도 없어져 정면에서 보면 좌우대칭을 이루어 균형을 맞추고 있다. 네번째, 변화 3단계는 일제강점 초기에 만들어진 ‘조선고적도보’를 보면 북쪽 방이 처마의 하부까지 확장하여 기존의 1.5칸이 아닌 2칸인 것을 알 수 있다. ‘조선고적도보’가 만들어진 것은 일제강점기로 순종이 이왕으로 지위가 격하된 시절이었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지 못하고 창덕궁에만 활동하면서 영화당의 사용빈도가 높아 방을 확장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섯번째, 변화 4단계는 1980년대에 창덕궁을 정비하면서 북쪽 방은 ‘동궐도’를 참조하여 처마아래 부분의 방을 제거하여 2칸이던 방을 1.5칸으로 축소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곳은 과거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전시과를 치르는 곳으로 국왕이 이곳에 친히 나와서 시험을 주관하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를 뽑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만 있고 시험을 치르던 춘당대는 담장 설치와 나무식재로 없어졌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임금이 사용하는 휴게건물 중 하나로 인지되고 있어 문화재 정비의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영화당의 진정성을 찾고자 현장과 ‘동궐도’에서 살펴보자.

첫번째, 휘장을 꽂은 흔적- 영화시사에도 휘장에 대해 언급하고 있듯이 정면 하부기단 상단석의 윗면에는 네모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는데 아마도 당시 과거시험이 있을 때 국왕의 기발을 꽂던 곳으로 보인다. 두 번째, 벽사시설인 청록- 지금은 없지만 ‘동궐도’를 보면 영화당 하부 기단 북쪽에는 돌확(돌로 만든 절구) 모양의 연못이 보이고 옆에는 2개의 신수상(神獸像)이 보이는데, 하나는 길이 면으로 걸쳐 앉은 모습이 마치 경복궁의 금천에 있는 상상의 동물인 천록(天祿)과 같은 형태이고, 또 하나는 짧은 면에 자리하여 거북이처럼 보이는데 마치 청심정(淸心亭)의 거북과 같은 형태이다. 이곳에 벽사 시설이 설치된 것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새로운 관리들을 들어오는 관문으로 생각하고 이곳으로 사악한 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뜻으로 본다.

영화당은 춘당대가 있어 만들어진 건물로서 춘당대 없는 영화당은 그냥 휴게건물로 취급될 수밖에 없어 춘당대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벽사시설과 용마루에 양성마루를 복원하고, 기단에 국왕의 깃발이 나부낀다면 이곳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장소로 인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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