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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나무시집

 

나무시집

/김길나



한때, 견고했고 불꽃이기도 했던 몸들이 녹아 흐르는

물, 삶과 죽음의 소용돌이를 걸러낸

물, 걸러진 고요 속에서 푸른 힘을 뽑아 올린

물, 그 물을 내부로 빨아들이며 나무들이

시를 쓴다



수없이 잎을 지우고



꽃을 넘어온



과육



씨알로 되돌아올 줄 아는 시는, 그러므로

죽지 않는다

나무가 된 시인의 시집을 나는 혀로 읽어 삼켰다

시인이 시 안에 살고 있는 시를

- 김길나 시집 ‘시간의 천국’


 

 

 

 

 

좋은 시 쓰기란 쉽지 않다. 시는 이 세상 온갖 삼라만상이 들어앉아 있는 시인의 깊은 내면에서 잉태되고 발아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 그 속에서 때로 어느 순간 종소리처럼 울려 나와 시인에게 한 편의 시를 자동기술 하게도 하지만 많은 시가 시인의 깊은 사색과 몰입의 시간에 의해 완성된다. 독자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시,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주는 한 그릇 밥이 되는 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절대 죽지 않는 시, 그러한 시 한 편 쓰기란 이토록 어려운 일이니 하물며 좋은 시집을 내는 일이란 시인이 시안에 온통 살아야 한다. 그동안 여러 권의 시집을 내며 이러한 점을 체득한 시인은 타인의 시집을 혀로 읽어 삼킨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허투루 읽어 넘기지 않는다. 시가 이루어지는 그 재료들을 꼼꼼히 맛보며 혈관 속으로 스며드는 감동을 진하게 느껴보는 것이다. 시인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뿌리 깊은 곳의 힘을 뽑아 올리고 수없이 잎을 지우고 꽃을 넘어온 그 과육을.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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