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
저녁쌀 씻을 때
어린 새 한 마리 감나무로 날아든다
감나무가 업어 키운 새
늙어가는 감나무
노을이 물든 잎사귀마다
그 울음을 다 받아 적는다
흘러간 시간이 생사의 경계에서
끊어졌다 이어진다
집은 마당을 붙들고
마당은 나무를 붙잡아준다
희미한 빈집
따스한 불빛을 기억하며
허기가 스며든다
저녁밥이 익어간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의 밥 먹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사람들로 이어지는 관계가 없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부터 지금 나로부터의 성찰이 없는 시대가 아닌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길을 잃었을지도 모를 어린 새의 울음을 받아주는 감나무를 그려본다. 늙은 감나무가 새를 보듬어 주듯 우리도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기에 고단한 매일을 견디며 사는지도 모른다. 집이라는 따뜻한 불빛. 그 불빛이 바로 살아가는 힘이고 희망일 것이다. 사는 것은 친절하기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