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밋골 달빛
/오태환
하릅강아지 누렁강아지 귀때기처럼 돋는 달빛
양지머리 뒷사태 斤 가웃 맑은 국거리로 한 소끔씩 뜨는 달빛
으슥한 도린결 도린결만 뒤지고 다니는 따라지 달빛
마른장마 맞춰 벼르다 벼르다 듣는 감또개 같고 감꽃 새끼 같은 달빛
잘 잡순 개밥그릇이나 설거지하듯 살강살강 부시는 달빛
달과 달빛이란 우리 서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제이다. 달빛에 물든 가을 나뭇잎을 바라보면 너무나 아름다워 질투를 느낀다. 달빛에 물든 수면 위로는 그대로 드러눕고 싶다. 어릴 적 달빛에 물든 들판에서 황금빛에 물든 들판의 광경을 바라보다가 혼절한 듯 넋을 뺏기고 오래 서서 전율한 적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때의 감동으로 가슴이 떨린다. 무너밋골 달빛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일상과 연대를 이루어 달빛의 감흥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장의 친근한 달빛 넘쳐나는 풍경 앞으로 초대한다. 구어와 어울린 표현은 우리 감성의 이파리를 파르르, 파르르 떨게 한다. 며칠 전 오태환 시인의 윤동주 서시문학상 축하 자리에 갔다. 오태환 시인의 시를 향한 열정적인 수상소감을 들었고, 역시 좋은 시를 쓰는 좋은 시인이고 뼛골로 시를 우려내는 시인일 수밖에 없다는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