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 비채
영국의 시인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이다. 독신 여성으로 연시를 주로 쓰며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다 갔다. 이제야 삶이 시작되었다니 무슨 말인가. 바로 사랑이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이 오고부터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처럼 춤추며 출렁이는 사과나무의 휘어진 가지보다 부풀었으며 먹이가 풍부한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새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일날만큼은 무조건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사랑은 온 세상을 꿀벌이 붕붕 대는 꽃밭으로 변하게도 한다. 몸이 태어났던 날이 아닌 사랑이 찾아온 날이 이제야 생일이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