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주택이나 고액예금을 갖고 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를 세무조사 대상에 올렸다.
국세청은 주택보유·부동산임대업자, 고액예금 보유자 204명을 상대로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는 미성년자들이다.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 재산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부동산 등 자산 증여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은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택, 주식 자료를 바탕으로 세금신고내용 등을 전수 분석해 탈세 혐의를 추려냈다.
부모에게 현금을 받아 주택을 산 것으로 의심되지만 상속·증여세 신고 내역이 없어 조사 대상에 오른 미성년자는 19명이다.
4억원 상당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만4세 유치원생,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만18세 고등학생도 포함됐다.
부동산임대소득을 올리면서 주택·땅을 마련한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22명도 조사 대상이다.
한 고등학생은 16억원을 증여받아 모친과 오피스텔을 공동 취득한 뒤 자신의 지분을 초과한 임대소득을 챙기다가 세무조사 타깃이 됐다.
수억 원에 달하는 고액예금이 있지만, 상속·증여 신고 내역이 전무한 미성년자 90명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국세청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고액 예금보유 미성년자 297명을 상대로 기획조사를 벌여 86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주식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것으로 의심되는 16개 법인의 주주 73명에 대해서도 현미경 조사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미성년자가 34명이 포함돼있다. 조사 대상에는 규모가 큰 기업도 일부 포함됐다.
국세청은 현재 이들 기업 중 일부에 대해 법인세 외 모든 세목을 포괄하는 통합 세무조사를 벌이고, 조사 과정에서 법인 손익을 조작하거나 기업 자금이 유출된 경우에는 통합 세무조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성년자, 특수관계인, 차명 혐의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주식 변동 조사를 벌여 편법 이익 증여 여부도 꼼꼼히 살필 계획이다. 필요하면 부모 증여자금 조성 경위, 소득 탈루 여부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부동산을 상속·증여받으면서 시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과소 신고해 세금을 줄인 혐의가 있는 199명에도 검증을 벌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성년자 보유 자산을 상시 전수 분석하고 탈세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더욱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철기자 jc38@